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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호텔 폐업과 오픈의 속사정, 시장 확장을 위한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이 숙제

특급호텔 잔혹사’, ‘저무는 춘추전국시대’, ‘사라지는 랜드마크’, ‘호텔업계 세대교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백신 접종으로 이르면 7월부터 여행이 재개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요즘.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1년 반 동안 지속됐던 팬데믹의 여파로 국내 호텔업계의 흥망성쇠를 함께 했던 호텔들이 문을 닫고 있다. 국내 호텔업이 불모지였던 시절부터 국내외 정치, 경제, 문화의 대소사까지 이끌어왔던 호텔들의 역사가 마무리 되고 있는 것. 그러나 아쉬움도 잠시,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 관광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는 장기적인 안목의 호텔들이 속속 오픈해 국내 호텔 포트폴리오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코로나 시대도 어느덧 종식을 바라보고 있어 호텔업계가 기지개를 펴는 일도 머지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를 기다리는 국내 호텔업계의 모습은 어떨까? 혹자의 말처럼 과연 1세대가 저물고 2세대가 견인될 수 있을지, 호텔의 폐업과 오픈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성을 살펴봤다.

 


 

1.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2. 르 메르디앙 서울 3. 더 리센츠 프리미엄 강남(사진 출처_ 호텔스닷컴) 4. 청담 프리마 호텔(사진 출처_ 구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는 호텔들

코로나19의 여파에 가장 먼저 매각설에 휩싸인 호텔은 쉐라톤 서울 팔 래스 강남 호텔. 코로나19 초창기였던 지난해 3월 말 호텔의 소유주이 자 운영사인 서주산업개발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며 호텔 매각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1982년 서울 팔래 스호텔로 시작, 강남 최초의 특급호텔로 자리매김한 팔래스호텔은 2016년 쉐라톤 브랜드를 달면서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로 이름 을 바꾸고 리모델링을 진행하기도 했다. 초기 호텔 측은 매각설을 부인 했지만 올해 1월 말,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은 약 40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결국 사라지게 됐다. 뒤이어 르메르디앙 서울이 2월 28일, 30년의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르메르디앙 서울은 1995년에 문을 연 리츠칼튼을 전신으로 2017년에는 총 1100억 원의 규모로 대대적인 리브랜딩에 들어서기도 했지만, 결국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4월 부터 매각 절차에 들어섰다.

그동안 IMF, 사스, 사드 등 호텔업계가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았지만 매 각‘설’이 실제 매각으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던 터라 호텔업계 관계자 들은 물론 각 호텔을 애정하던 많은 고객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1980년에 오픈한 크라운호텔도 코로나19의 여파로 41년 만에 지난 3월 폐업했고, 40년간 정치, 외교와 비즈니스의 주무대 였던 밀레니엄 힐튼 서울과 서울 서남권의 유일한 특급호텔이었던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도 매각설에 오르내리면서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오고 있 다. 이외에도 더 리센츠 프리미엄 강남, 청담 프리마 호 텔 등 지역의 랜드마크를 담당했던 호텔들의 거취가 불 분명해졌다. 메이필드호텔 서울 김영문 사장은 “코로나 19로 문을 닫게 된 호텔들이 모두 국내 호텔 역사의 중 심이었고, 국내 호텔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던 산증인들이라 호텔업계 종사자로서 안타깝다.” 면서 “호텔업이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트렌 드에 따른 새로운 호텔들도 있어야 하지만 전통적인 호 텔이 명맥을 유지하며 중심을 잡아주는 것도 중요한데 산업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다양성이 무너지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한편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출장객이 주 고객이었 던 3~4성급 호텔들은 무려 110곳이나 매물로 나왔다. 한국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 인 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관광숙박업 중 지난해 폐 업 혹은 휴업을 한 업체가 총 102곳이었고, 이는 2019년 (63건)에 비해 61.9% 늘어난 수치였다. 명동의 한 호텔 관계자는 “그동안 명동을 이끌어온 호텔들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매물로 나온 호텔은 이미 작년부터 일본 호텔개발사에서 눈독 들이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있었다고 해도 지난 몇 년간 일본 호텔 브랜드들이 명동 내에만 5곳이 들어섰다. 시장분석에 꼼꼼하기로 유명 한 일본인데 명동으로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 는 것”이라고 귀띔하며 “호텔의 경우 초기 투자 비용은 높지만 급매로 나온 호텔들을 일부만 변경해 리브랜딩 하면 부동산 가치적인 측면에서 도 상당히 남는 장사다. 롯데시티나 신라스테이같은 대기업계열 비즈니 스호텔들이 기존 호텔들을 매입하는 이유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오래된 호텔들이 문을 닫는 것도 아쉽지만, 앞으로 명동 일대 호텔 특색이 일 본과 대기업들의 컬러로 물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크라운관광호텔(사진 출처_ 트립어드바이저)

 

주거시설로의 전환으로 호텔부지마저 사라져

이번 폐업으로 오랜 기간 업계를 지탱해온 호텔들의 서비스 를 더 이상 경험할 수 없다는 것도 아쉽지만, 호텔을 허물고 주거시설이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들려와 호텔부지 자체가 사 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11월 정 부가 전세 대책의 일환으로 매물로 나온 서울 시내 호텔들 을 매입, 공공 임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호텔의 주거시설 변 경에 대한 이야기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매물로 나 오는 호텔들이 덩치가 큰 탓에 가격이 정부가 감당할 수준이 아닌 곳들이 많아, 오히려 고급 오피스텔이나 주거지 개발 기 회를 보고 부동산 디벨로퍼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모양새 다.

세종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이슬기 교수는 “시설의 용도변경은 수요에 따라 결정된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은 현금 흐름을 예 측하고 개발했을 때 발생하는 차익이 높으면 이익이 보장되 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경제 논리로 봤을 때 타당한 것”이 라고 설명하며 “위치를 최상의 가치로 여기던 호텔의 부지는 접근성이 좋고, 요즘 거주 추세에 맞는 실거주 수요와 부합 되는 곳들이 많다. 또한 호텔 근처에 형성된 시설 어메니티들 도 잘 구비돼 있어, 주거시설로 개발됐을 때 차익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반면 호텔은 코로나19로 운 영의 어려움을 통감하기도 했고, 당분간은 현 상태가 지속 될 것으로 보여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실제로 쉐라톤 서울 팔래스 호텔은 3, 7, 9호선의 트리플역세권 고속터미널역이라는 입지가 강점이 돼 개발 전문 시행사 더랜드가 고급 주상복합이나 고급 아파 트 단지를 조성할 계획임을 밝혔고, 크라운호텔 부지는 인근 에 한남뉴타운 개발사업과 유엔사업부지 복합개발사업, 용 산공원 확장사업,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B 개통 및 신분당선 연장 사업 등이 예정된 개발 호재의 노른자 땅으로 자산운용사, 시행사, 건설사 등 30곳 정도가 크라운호텔 인 수에 군침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가장 최근 매각 절차에 들 어선 프리마 호텔도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 영동대교 남단과 도산대로 남측 도로변을 접하고 있어 교통망도 편리하고 조 망이 좋다는 이유로 그간 강남 지역에 고급 주택을 개발하 려고 했던 부동산 디벨로퍼와 건설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 고 있다고. 이처럼 호텔 매입에 호텔보다 부동산 업계의 관심 이 높은 이유는 서울의 경우 이미 개발이 끝난 탓에 신규 택 지 개발 부지가 사라지면서 디벨로퍼들의 ‘도심 속 버려진 땅’ 에 대한 갈망이 컸던 찰나, 호텔 운영으로 이미 사업성을 입 증받은 곳들이 줄지어 나와 너도나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 는 상황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1.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_ 웰컴로비 ‘팰리스 게이트’ 2. 시그니엘부산 3. 벨메르 바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광 비전 품은 호텔들 속속 오픈

한편 호텔이 줄폐업하고 호텔보다 주거시설을 짓는 것에 디벨로퍼들의 관심이 많은 와중에도 새로 들어서는 호 텔들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오픈하는 호 텔들이 대부분 대기업 소유의 호텔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호텔사업에 열을 올리는 기업은 이마트의 자회사 인 조선호텔앤리조트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호텔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이 호텔을 포함한 레저, 유통의 호스피탈리티산업을 이 마트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부터다.

오랜 영업과 높은 인지도에도 폐업하는 호텔이 있을 만 큼 국내에서 호텔의 수익성은 구조적으로 좋지 않은 편 임에도 계열사의 자금력을 동원, 호텔사업을 미래 핵 심 사업으로 정하고 장기적 안목으로 도전하고 있는 것 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그동안 서울과 부산에 웨스 틴조선호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남산, 첫 독자브랜드 레스케이프까지 총 4개 호텔을 운영하다 지난해 10월부 터 그랜드 조선 부산,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 그래비티 서울 판교를 순차적으로 오픈했고, 올해는 1월 과 5월에 그랜드 조선 제주와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호 텔을 오픈했다. 이 중 그래비티 서울 판교와 조선 팰리 스 서울 강남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외국인과 비즈니스 고객의 수요가 높을 것을 겨냥해 오토그래프 컬렉션과 럭셔리 컬렉션의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브랜드를 달았다.

한편 JW메리어트 서울을 운영 중인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8월 대전에 자체 브랜드인 ‘오노마’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혀 신세계의 사업에서 호 텔의 영역이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신 세계가 갖추고 있는 유통, 식음료, 레저, 호텔의 그룹 포트폴리오 중에 서 호텔사업을키움으로써 상호 간의 시너지를 얻고자 함이라고 분석하 며 최근 야구단을 인수한 것도 이러한 행보와 일맥상통한 것이라 이야 기하고 있다.

신세계뿐만 아니다. 호텔롯데도 최상위 브랜드 시그니엘을 잠실에 이어 지난해 6월, 부산 해운대에 2호점을 선보였으며, 한화호텔앤리조트도 7월 여수에 휴양형 프리미엄 호텔 벨메르를 오픈했다. 한 호텔업계 관계 자는 “대기업들의 호텔사업은 회사 브랜드를 고급화할 수 있고, 해외 관 광객들을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자사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 호텔은 일반 건물보다 고층으로 지을 수 있는 데다, 좋은 위치 에 들어서는 만큼 부동산 가치도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투자의 목적 으로도 잃을 것이 없는 사업”이라고 이야기하며 “호텔사업이 수익성이 나쁘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이를 메워서라도 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전까지 호텔 매출이 나쁘지 않았던 상태였기 때문에 일정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대기업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캐시카우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호텔이 중심에 서는 대기업 유통 전략

 

호텔사업은 초기 투자 자본이 크고 회수 기간이 길며, 높은 등급의 특 급호텔일수록 최고급 자재를 사용해 유지관리비용이나 재투자가 많이 이뤄지는 사업이다. 명동이나 강남에 투자비 조건이 비슷한 백화점과 호텔을 비교하면, 매출이나 관리비용에서 두 사업은 큰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수익성만을 놓고 봤을 때 호텔은 큰 매력이 없 는 것이다. 게다가 호텔은 투자 원금을 회복하는 데만 걸리는 시간이 최소 약 7년 정도로 장기적인 영업계획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뛰어들기 쉽지 않은 업종이다. 그나마 외국계 체인의 경우 그동안의 노하우와 자 기자본을 가지고 국내업체들과 합작투자 해 배당금이 아닌 매출 대비 로얄티 수입이 주 수입원이고, 로컬호텔 중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호텔 은 어느 정도 유지만 하고 있어도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부를 쌓을 수 있지만, 이러한 케이스가 아닌 개인 오너의 호텔들은 만성적자에 허덕이 고 사업주가 수시로 바뀌어왔다.

신세계, 신라, 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의 호텔사업도 늘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여파로 영업손실액이 1852억 8000만 원이라고 밝혔으며, 호텔롯데도 지난해 3545억 원의 영업손실 을 내면서 야심차게 준비해오던 IPO 상장의 여부가 올해도 불투명해 졌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영업적자가 706억 원으로 최근 6년간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들 유통 대 기업들이 호텔사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호텔 라인업 구축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신세계 정 용진 부회장의 경우 ‘신세계 유니버스’ 형성을 목표로 쇼핑과 식사, 레저 까지 신세계의 공간에서 신세계의 서비스와 신세계의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를 언론에서 는 일종의 ‘락인(Lock In, 묶어둠)’ 전략이라고 일컫는데, 소비자가 먹고, 자고, 보고, 사고,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면서 시너지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신세계에서 야심차게 추진 하고 있는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은 ‘한국판 디즈니랜드’ 를 표방하며 어드벤처월드, 워터파크, 스타필드 쇼핑몰, 그리고 호텔 등을 설립하고, 고용 창출 약 1만 5000명, 방문객 1900만 명, 경제효과 약 70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 국내 관광 및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 으로 기대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에 영업 환경이 악화되기는 했지만, 이전까지 2000만 관광객의 시대라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 도로 인바운드 여행 시장이 호황이었고,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도 충분하기 때문에 이를 기회 요인이라 여기는 것 도 투자의 가치를 높이게 됐다. 이에 호텔사업이 적자가 나더라도 흑자를 내는 사업에서 적자 폭을 메우면서 이 를 상쇄시키는 것이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의 전략이다. 한 호텔 총지배인은 “대기업들의 호텔사업 확장 추이를 보면 자본력이 약한 호텔들이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사업 을 포기하는 업계 위기를 기회로 본 것 같다. 신세계의 경 우 사업 확장은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단계적으로 계획돼 있던 것이기도 했던 일인만큼 코로나19 상황이라고 해서 미룰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오픈 이후 다행 히 그랜드 조선 브랜드가 럭셔리 호캉스를 기대하는 내국 인 니즈에 맞게 성공적으로 포지셔닝했고, 나머지 브랜드 들도 각자의 색깔을 갖춰나가는 듯하다. 다만 포스트 코 로나 시대를 생각했을 때는 신라나 롯데에 비해 후발주 자인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호텔들, 포트폴리오의 확대 요구돼

 

“우리나라처럼 좁은 땅에서 과연 매니지먼트 의미의 국 내 호텔의 체인화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표시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내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한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상 체인 계약은 경영권 장악 등 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체인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 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국내 호텔의 체인화 는 중소형호텔보다는 오너가 한 사람인 대형호텔을 중 심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다. (중략) 실제로 현재 체인형태를 띤 국내 호텔은 거의 오너가 한 사람이 다. 롯데를 비롯해 힐튼, 조선, 신라, 리베라. 앰버서더 등 전국 2~3개의 호텔을 동일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다(1995년 11월호 기사 발췌).”

국내 토종호텔들이 무너지고 대기업 호텔들이 들어서는 현 상황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한 호텔 대표 는 “국내 호텔업이 불모지였을 당시 재벌들이 이유가 어 떻게 됐든 호텔을 짓고 소유하면서 호텔업 토대 마련에 기여했던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 나면서 국내 호텔업계의 발전을 갉아먹은 것도 그들”이 라고 지적하며 “호텔은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매뉴얼을 갖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매 뉴얼보다는 오너 개인의 구미에 맞춰 호텔이 운영되다 보니 역효과가 있었던 부분도 분명하다. 때문에 대기업 호텔의 비중이 커질수록 우리나라만의 호텔 색깔을 잃 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다른 호텔 관계자는 “호텔은 어쨌든 사업을 위한 초기 비용이 많 이 들고, 7~8년 정도에 한 번씩 리모델링까지 해야 하니 막대한 자본이 투자돼야 하는데 이를 다시 회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업종이다.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점유율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ADR은 똑같거나 오히려 낮아졌는데 인건 비를 포함해 들어가는 비용이 높아졌다. 즉 사업 수지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꼬집으며 “아무리 객실 수익을 올려도 결국 호텔사 업에서 이윤을 내는 것은 초기투자비를 회수할 정도로 손익분기점에 다 달았을 때, 그대로 다른 오너에게 호텔을 파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특히 세컨 브랜드 론칭 시 매입보다 마스터리스로 운영하는 이유다. 물론 호 텔도 사업이니 사업적으로 봤을 때 투자수익도 중요하지만, 호텔의 본 질보다 부동산 매물로서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접근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내 호텔산업 발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텔 폐업, 어쩌면 당연한 수순?

 

국내 호텔시장이 자리 잡지 않았을 시절부터 30~40년간 업계의 많은 부침을 함께 해왔던 호텔들. 오랜 세월 동안 문화와 역사의 중심에 있 었던 곳들이라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는 것이 쉽지도, 쉽게 받아들이기 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 요 호텔들도 문을 닫았다. 뉴욕타임스는 뉴욕 맨해튼 한복판 타임스퀘 어에 위치한 힐튼 타임스퀘어가 폐업했다고 지난해 9월 보도했으며, 시 카고 도심을 145년이란 세월 동안 지키고 있었던 유서 깊은 호텔, 파머 하우스 힐튼도 코로나19의 타격으로 압류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코로 나19와 같은 전례 없는 이벤트에 대해서는 국내외 할 것 없이 호텔업계 에 많은 변화를 일으킨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미처 대처하 지 못한 호텔들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중소형호텔은 외국인 관광객에 의존하다 보니 자체 자본력이 탄탄하지 않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특급인 대형호텔의 경우 내국인을 상대로 호캉스 니즈를 타깃했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 운영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이들이 문을 닫게 된 이유는 비만해진 몸의 체중을 덜어내지 못했던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하면서 “코로나19 이전이건 이후건 호텔 의 가장 큰 숙제는 인건비였는데 오래된 호텔일수록 인력구조가 크고 재배치가 안 되는 모양새 였다. 인력이 선순환되지 않고 연차가 쌓인 직원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결국에는 수지 악화에 영향 을 미치는 것이다. 롯데나 신라와 같은 대기업들도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 제도 등을 활용해 30% 씩 감원에 나서도 적자인데, 특히 노조를 끼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호텔들이 이를 견뎌 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만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어 “물론 근속 년 수가 높은 베테랑 직원 들도 있어야겠지만 그 비중이 높아 인력 구조상의 세대교체가 되지 않고, 큰 비중 없는 주니어 직 원들은 계속 바뀌던 형국이었다. 그러다 보니 호텔 서비스도 시대 흐름에 맞지 않고, 물가는 오르 는데 수익 개선이 되질 않으니 경영악화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코로나19로 터지게 된 것” 이라고 꼬집었다.

또 일각에서는 호텔 폐업을 양적으로 산발적으로 늘어난 호텔들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 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서울시 내 관광호텔은 2009년 말 136개에 불과했던 수가 10년 만에 460 개로 약 3배(6만 44실) 가량 증가, 수요에 비해 너무 많은 양의 호텔들이, 다양한 콘셉트를 형성하 지 못한 채 몸집만 커지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갈수록 낮아지는 ADR과 서비스 수준으로 업계 발전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을 자초하고 있었던 차였다. 그러한 이유로 업계 종사자로서 굵직한 호텔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있지만 앞으로 자생력 없는 호텔들은 속속 문을 닫게 되는 게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호텔시장 견인하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호텔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혹자는 호텔의 ‘춘추전 국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표현을 쓸 만큼 이번 호텔 폐업과 오픈으로 곧 도래할 포스트 코 로나 시대 새로운 호텔시장이 견인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호텔에 대한 대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로, 그동안 중요성에 비해 대대적인 투자가 부족했던 호텔산업에 대 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앞으로 호텔업계의 성장 방향성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도 있다.

메이필드호텔 서울 김영문 사장은 “국내 호텔업계가 많이 성장했다고는 하나 아직 굵직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은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글로벌 브랜드 가 다양하게 많아야 국내 호텔시장에 대한 해외 브랜드들의 인식도 좋아질 것이고, 더 많 은 해외 고객들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호텔이 들어서야 할 주요 입지들은 주거 시설로 전환된다고 하고, 해외 인지도가 높지 않은 로컬 브랜드들이 많아지는 추세로 봐 서는 그렇지 않아도 서울이 럭셔리호텔의 무덤이라고 불리는데, 당분간 럭셔리호텔이 들 어서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하며, “코로나19 이전 국내 인바운드 관 광이 당면했던 가장 큰 과제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 다. 이제는 2000만 관광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들어오는지가 중요하고, 이에 대한 핵심은 호텔이 쥐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호텔 포트폴리오가 럭셔리부터 1성까지 다채로워야 하지만 이 부분이 당분간은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장 기적인 호텔산업 발전으로는 글로벌 기업도, 로컬 기업도, 유서깊은 호텔도 공존해 우리나 라만의 호텔 색깔을 갖춰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인바운드 맞이도 준비해야

올해 2월, 국내 첫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6월 현재 1차 백신 접종률이 28.8%로 집계돼 이르면 7월부터 트래블 버블로 여행이 재개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고 있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코로나 시대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러 가는 듯 해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 한 대비도 해야 하는 상황.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 면 아직 응답자의 62.5%가 해외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했고, 집단 면역이 이 뤄진다해도 우리나라가 제일 안전할 것 같다는 인식(53.1%)이 강한 만큼 그동안 내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해온 호텔들의 전략은 올해까지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다시금 해외여행이 재개된다면 인트라바운드는 물론 인바운드 고객의 니즈도 캐치해야 한다. 내국인 관광객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여행 패턴이 달 라진 부분이 많았던 터라 해외 상황에 대한 변화에 빠르게 편승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최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호텔도 리노베이션해 재개관했고, 그랜드 앰배서 더 서울 풀만도 20여 년만의 리모델링 이후 재개장을 앞두고 있다. 롯데호텔 월드는 1988 년 오픈 이후 30여 년 만에 전관 리노베이션을 실시, 지난 6월에 1차 단장을 마쳤으며 내 년 상반기까지 완벽히 옷을 갈아입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할 예정이다.

국내 호텔업계가 새 바람을 일으킬 몸풀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위기의 요인이 있으면 반 드시 기회 요인도 있는 법. 크고 작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호텔업계의 앞으로가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서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