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s & Cafe,Bar

호텔앤레스토랑 - 피칸(Pecan)

이번 호에서는 한국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너트종류인 피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피칸은 필자가 제과 생산 및 레시피 연구를 할 때 꼭 들어가는 중요 재료들 중 하나다. 제과 레시피에서 너트 종류를 바꿀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피칸인 것이다. 피칸은 제과뿐만 아니라 요리에도 많이 쓰이는 만능 재료라고 할 수 있다. 피칸나무 자체는 나무바닥 자재나 가구자재로 많이 쓰인다. 피칸은 피칸파이를 만들 때 뿐만 아니라 샐러드에 아삭한 식감을 더해줄 때나 추수감사절 스터핑에도 많이 쓰이는 너트다.


피칸나무는 높이가 20~40m까지 자라고 폭이 2m까지 자라는 낙엽수로, 그 종류가 500가지가 넘는다. 피칸나무는 완전히 자라는데 약 10~12년 정도 걸리며 한번 자라면 200년간은 견과를 왕성히 만들어내고 수명은 1000년 이상이라고 한다. 아몬드와 마찬가지로 피칸은 견과류가 아닌 핵과류에 속하며 씨가 겉껍질에 둘러싸인 과일이다. 우리가 먹는 피칸의 부분은 밤이나 도토리처럼 딱딱한 깍지 안에 있는 씨 부분이다. 그 조상이 다른 곳에서 온 기타 견과류들과 달리 피칸은 주요 견과류로는 거의 유일무이하게 북미에 뿌리를 둔 너트로 자연적으로는 다른 어떤 대륙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야생 피칸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식생활의 일부분이었다. 이들은 이 영양가 높은 씨앗을 ‘피칸’이라고 처음 불렀고 가을철 주요 식량으로 소비했다. ‘피칸’이라는 단어는 ‘돌을 이용해 까야 하는 모든 견과류’를 뜻하는 알곤킨족의 유래를 가진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용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피칸가루를 음료수로 발효시킨 최초의 견과류 우유라고 할 수 있는 ‘Powcohicora’를 만들어 먹었다. 견과류와 과일, 채소를 섞어서 에너지 음료를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또한 그들은 고기 스튜를 진하게 하기 위해서도 빻은 피칸을 사용했고, 긴 여행을 할 때는 구운 피칸을 가지고 다니며 음식이 떨어지면 식량으로 활용했다. 식민지배 이전의 아메리카 주민들에게 피칸이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북미 동부나 멕시코 계곡의 수로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세기동안 야생 피칸을 채집하던 원주민들은 이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유럽 탐험가들과의 교역에 사용했다. 이 유럽 탐험가들은 이 특산물에 매료됐고, 피칸을 빠르게 세계 전역으로 퍼트렸다.


알려진 최초의 피칸 재배지는 미국 식민지인들에 60년 앞서, 1600년대 후반에서 1700년대 초반 사이, 스페인 식민지인들과 프랑스인들에 의해 멕시코 북부에 만들어졌다. 스페인 사람들은 16세기에 피칸을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로 들여왔다. 미국의 첫 번째 피칸 재배는 1772년 뉴욕 롱아일랜드지역에서 이뤄졌다. 1700년대 후반에는 그 재배 범위가 대서양 해안과 미국 남부해안선까지 확장됐다. 피칸은 미국 식민지인들의 주요 교역품목이 됐고 피칸 산업이 생겨났다. 현재 미국이 전 세계 피칸의 80%를 생산해내고 있다.


피칸나무는 텍사스주의 주목이고, 최근 피칸파이가 텍사스주의 공식 파이가 됐다. 앨라배마, 아칸소, 캘리포니아 주도 피칸을 본인들의 고장을 대표하는 견과류로 채택했다. 피칸파이는 피칸프랄린(Praline)과 함께 필자가 즐겨 만드는 디저트다. 제과점에 가게 된다면 호두파이 대신 달콤하고 버터 향이 강한 피칸파이를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다.

 


이경란

MPS 스마트쿠키 연구소 대표

cookielab2000@gmail.com


글 : 이경란 / 디자인 : 강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