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s & Cafe,Bar

호텔 & 레스토랑 -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 발간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중 절반이 한식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 발간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중 절반이 한식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이 발간되며 이제 미쉐린 스타 셰프를 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별들의 전쟁으로 회자되는 미쉐 린의 권위는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기에, 미쉐린 가이드의 입성은 몇 해 전부터 다이닝 업계의 이슈가 됐다. 이번에 선정된 총 24개의 스타 레스토랑 중 절반이 한식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만큼 한식에 대한 재조명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편, 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곳 중 호텔 레스토랑이 단 3곳에 불과해 호텔 업계의 한숨이 짙어졌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불러온 이슈를 짚어봤다.


취재 노혜영 기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 발간

11월 7일,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의 발간을 알리는 기자간담회와 함 께 스타 셰프 시상식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미쉐린 가이드는 글 로벌 타이어 브랜드인 미쉐린 그룹에서 1900년부터 자동차 여행자들 을 위해 도로 정보와 식당, 숙소 정보를 담아 배포하기 시작한 레스토 랑&호텔 평가서이다. 한국을 포함해 현재까지 전 세계 28개 국가에서 정규 에디션이 발간됐고 아시아에서는 일본(도쿄, 교토&오사카), 중국 (홍콩&마카오, 상하이), 싱가포르에 이어 한국(서울)이 네 번째 나라가 됐다. 미쉐린 가이드의 명성은 이미 미식가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세계적으 로 내로라하는 셰프들이 미쉐린의 별점으로 명예를 얻고 잃기도 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그럼에도 미식가들이 이 미쉐린 가이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평가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엄격한 교육과정을 거친 평가원들이 레스토랑과 호텔을 여러 차례 방문하여 진행된다. 또 모든 평가원이 독 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미쉐린의 직원으로 소속돼 활동한다. 미쉐린 서울은 요리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의 개성 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기준 으로 3월부터 암행평가를 실시했다. 그러나 미쉐린 코리아 측은 “평가 원의 수나 신상에 대한 정보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공개를 꺼리는 한 편 “2~3년 전부터 타당성 조사와 사전 조사를 진행했으며 한국인 평 가원을 포함해 다양한 국적의 평가원이 참여했다.”라고 밝혔다.   미쉐린 가이드의 인터내셔널 디렉터 마이클 엘리스는 이번 행사에 참 석해 “서울의 미식은 건강하고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고 평가하면서 “미쉐린의 스타 레스토랑 시스템은 세계 공통으로 적용되므로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오른 별은 전 세계적으로 같은 퀄리티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식 세계화가 가져온 별

이번 행사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과연 어느 레스토랑이 별을 가져갔을 까?’였다. 한국의 첫 미쉐린 3스타는 서울 신라호텔 ‘라연’과 광주요에 서 운영하는 ‘가온’이 선정됐다. 이어 2스타는 ㈜피와이앤파트너스의 곳간 by 이종국, 권우중 셰프가 운영하는 권숙수, 롯데호텔서울의 피에 르 가니에르 서울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2스타, 3스타 중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을 제외하고 모두가 한식당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선정된 스타 레스토랑 24곳 중 13곳이 한식을 기반으로 하는 레스토랑이어서 한식에 대한 점수가 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는 지 난 3월에 열린 미쉐린 가이드 서울 출간 발표회에서 한식에 대한 언질 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식당들은 내심 기대에 찬 준비를 해왔던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에 발간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는 한식을 포 함해 다양한 유형의 음식이 창의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음식문화를 선 도해 나간다고 특정하며 아시아의 독특한 좌식문화를 반영한 픽토그램 과 전통주 픽토그램을 사용했다는 차별점을 부각시켰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데에는 한식 세계화가 한 몫을 했다. 특히 2000 년대 초반 한식 세계화를 주도해온 정부가 미쉐린 가이드를 노크하는 등 국내외로 한식 알리기에 적극적이었다. 한국관광공사 정창수 사장 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의 발행과 관련해 “정부와 업계가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하며 “한식 세계화의 전환점으로 한식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고, 국내의 많은 셰프들을 통해 한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요리 가 세계무대에 선보여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

하지만 이번 발표를 두고 업계의 반응이 분분하다. 외식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면과 심사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제기다. 게다가 한식이라는 고유한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 지도 모호하다. 한국인의 외식문화를 특징지을 수 있는 구이전문점이 부족하다는 점도 맥락을 같이한다. 다시 말해 한식의 정체성에 대한 이 해나 접근 없이 단순히 한식과 양식의 조화가 기준이 되는 쏠림 현상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쉐린 코리아 측은 “미쉐린 가이드의 평 가원은 세계 주요 호텔과 레스토랑의 전문 경력을 가졌고 평가원 기준 에 맞는 엄격한 수련을 통과한 후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히며 “익명의 평가원들이 레스토랑 방문 시 식사 값을 직접 지불하는 것은 물론 매 번 다른 가명과 전화번호를 사용하는 평가원 순환 제도를 시행하고 있 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러 차례 평가원 방문을 거친 레스토랑에 대해 팀 전원이 별점을 부여해 만장일치로 별의 수여를 결정하게 됨으로써 객관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내심 기대 반 걱정 반이던 호텔업계에서도 결과가 아쉬운 눈치다. 이번 에 발표된 스타 레스토랑 중 호텔은 서울신라호텔 라연(3스타, 한식), 롯데호텔서울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2스타, 프렌치), 포시즌스 호텔 서 울 유 유안(1스타, 중식) 단 세 곳 뿐이기 때문이다. 호텔 다이닝이 파인 다이닝의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오다가 어느 순간 로드 숍의 분위기를 신경써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면서 이번 결과를 발판 삼아 호텔 다이 닝만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해비치 호텔&리조트는 파인 다이닝에 걸맞은 식음분야 개편 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파격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2015 월드 베 스트 호텔 28위에 오른 남아공 ‘더 테스트 키친The Test Kitchen’의 오픈 멤버이자 수석 부주방장 박무현 셰프를 지난해 영입하고, 프렌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밀리우’의 헤드 셰프 자리에 올린 것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가져온 변화

미쉐린 가이드 서울을 발표하며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은 다름 아닌 스타 레스토랑이다. 더 많은 별을 획득한 곳일수록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된다. 이미 곳곳에서는 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컬래보레이션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도자기 업계도 때 아닌 호기를 맞았다. 가온을 운영하는 광주요는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권숙수의 권우중 셰 프와 협업한 컬래버레이션 코스를 선보인다. 권숙수는 내년 6월까지 우 리 술과 6가지 안주를 곁들인 주안상, 무만두, 민들레국수, 참게찜, 구엄 닭구이, 캐비어, 한우 숯불 안심구이, 디저트 2종으로 이어지는 ‘권숙수 X 광주요 컬래버레이션 메뉴’를 15만 원에 한정 판매한다. 밍글스는 올 봄을 겨냥해 계절에 엄선한 아뮤즈 부쉬 4종, 키조개 카르파치오, 푸아 그라 백김치 롤, 참나물 플랑과 전복 타르타르 롤, 제철 생선과 봄나물 초무침, 양갈비 숯불구이, 한우장 봄나물 반상, 장 트리오 크렘블레로 구성된 ‘밍글스 X 광주요 컬래버레이션 메뉴’를 10만 원에 선보인다. 마누테라스의 이찬오 셰프, 테이블 포포의 김성운 셰프를 포함한 9명 의 셰프 군단은 지난 11월 17일 신세계 면세점과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미식관광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 면세점 은 한국 미식산업 발전을 위한 신규 관광객 창출, 연계 프로그램 개발, 국내 미식 관광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자기 업계는 이번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발표에 따른 후광효과에 한 껏 고무돼 있다. 특히 핸드메이드 제품의 장인, 디자이너 식기가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셰프와 디자이너의 협업이 주목받는가 하면 광주요, 이도의 제품은 이미 외국의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사용되고 있 다. 특히 광주요가 운영하는 가온(3스타)과 비채나(1스타)가 총 4개의 별을 획득하면서 도자기에 대한 이슈를 불러왔다. 사실 이번 발표에서 비교적 우리에게 잘 알려진, 친근한 레스토랑이 낮 은 별점을 받았다거나 별에서 멀어졌다는 사실에 적잖게 놀란 사람들 도 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주류에 속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충 분한 실력을 갖고 있던 숨겨진 레스토랑들이 빛을 보지 못하다가 미쉐 린 가이드의 발굴로 인해 대중 앞에 설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이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 권위 있는 평가서가 들 어와 다이닝 업계가 어느 정도 변별력을 갖춰나가는 계기가 돼야 하지 않겠나”면서 “TV에 자주 등장해 실력을 과시하기보다 실력으로 인정받 는 셰프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미쉐린 스타로 선정된 24개 레스토랑의 셰프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의미하는 발전된 미식문화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발간됐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미쉐린이 서울의 미식을 평가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미 식 수준이 과거를 훌쩍 뛰어 넘어 세계의 미식 도시 가운데 하나로 인 정받았음을 자축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는 셰프의 높아진 위상, 미식 에 대한 대중의 관심, 예약 문화 개선, 한식의 세계화 등 여러 가지 요 소가 미식의 문화 형성에 한 축을 이뤘다. 반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 다. 서비스의 질적 향상, 테이블 매너와 노 쇼 개선 등이다. 하지만 가장 큰 핵심은 셰프의 역량 강화이다. ‘외국의 스타 셰프와 우리나라 스타 셰프의 차이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외국의 스타 셰프들은 실력으 로 증명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스타 셰프는 입으로 증명한다는 웃픈 현 실이 안타깝긴 마찬가지. 셰프를 별의 개수로 평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선의의 경쟁이 가져오는 성숙된 발전이 업계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의 발간을 축하 하는 자리에서 “서울이 최고 수준의 전통 조리법을 가진 나라가 됐음 을 인정하게 된 것”이라며 “셰프에게 미쉐린 스타는 올림픽 메달이나 노벨상과 같은 의미”라고 강조했다. 올림픽, 노벨상 수상식은 다시 열리 게 돼있다. 많은 준비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서지 못한 셰프들의 노 력에 박수를 보내며 2017년을 기대해본다.




2 스타에 선정된 3개 레스토랑, 사진 좌측부터 프레데릭 에리에(피에르 가니에르) 셰프, 미쉐린 가이드 마이클 엘리스, 이종국(곳간) 셰프, 권우중(권숙수) 셰프


대한민국 최초의 3스타에 선정된 김병진(가온) 셰프, 김성일(라연) 셰프, 미쉐린 가이드 사업부 인터내셔널 디렉터 마이클 엘리스Michael Ellis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 스타 레스토랑 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