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레스토랑, 그중에서도 호텔 레스토랑 하면 왠지 모르게 설레는 구석이 있다. 전통적으로 호텔 레스토랑은 사교의 장이기도 했으며, 비즈니스가 성사되던 곳이기도, 은밀한 정치적 만남의 장소기도 했다. 국내 호텔 역사가 긴 것은 아니지만 그간 호텔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의 의미가 다양하게 변해왔다. 호텔의 대표 부대시설로 위용을 떨치던 안방마님에서 로드숍 외식업계로 분가(分家), 점잖기보다 캐주함을 선택한 이후 이제는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고 있다. 짧은 새 부침이 많았던 호텔 레스토랑은 어느덧 한 사이클을 돌고 돌아 호텔 레스토랑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매출 효자 노릇하던 그 시절

 

국내 최대의 4개 특급호텔의 매출 중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식음료 업장 매출로 전체 매출액 중 식료 34.7%, 음료 11.3%로 총 4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객실 매출은 전체의 37.9%로 식음료와 객실 매출을 합한 비율은 83.9%다. 그 다음으로는 봉사료 수입이 7.9%, 헬스, 사우나 등 최근 들어 한층 강화된 휘트니스 센터 매출이 1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임대료나 세탁료, 전신 전화, 주차 등이 각각 1%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략)

 

식음료 업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가장 높은 46%고 식음료 부분 종사원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가장 많은 41.4%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재료비와 노무비, 경비 등 총원가가 식음료 수입의 75.6%에 달해 타 분야에 비해 그리 높은 마진을 창출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료와 음료로 나누어볼 때 식료수입이 음료수입보다 월등히 높은 75%고 재료비는 식료 부분이 33.4%, 음료 재료비의 경우 19.4%다.


-1996년도 7월호 ‘호텔매출 중 식음료 비중 46%로 가장 높아’ 中


본디 호텔은 사람들에게 숙박과 음식 제공의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숙박이 음식보다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그동안 호텔의 경영전략은 많은 투숙객을 유치하는 데 치중돼 있었다. 식음료서비스는 단순히 호텔 투숙객들에게 숙박과 더불어 편의를 제공하는 어메니티에 불과했고, 호텔에서 객실 부문이 ‘FOH’로 불렸던 것에 비해 레스토랑을 포함한 식음료 부문은 ‘BOH’로 불리며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게 인식됐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호텔 레스토랑의 흐름이 변하기 시작했다. 식음료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식음료사업이 호텔에 있어 주요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심어졌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커피숍, 바, 연회, 단체급식 등을 포함한 식음료 부문이 객실 부문과 더불어, 혹은 더 많은 비중으로 호텔의 주요 수익원이 됐다. 동시에 투숙을 하지 않는 고객에게도 만남의 자리로 자리매김, 지역사회에서의 사회적 기능도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호텔 레스토랑은 호텔의 심장으로서 호텔의 지속적인 이미지 제고와 이윤 창출의 내부적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는 공공장소이자 외식산업의 양적, 질적 발전의 선도자로서 외부적 기능까지 갖춰갔다. 그러나 당시에도 매출 퍼포먼스에 비해 원재료비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실질적인 수익은 크게 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불황 속에도 호황이었던 호텔 레스토랑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속담도 있듯이 아무리 어려운 경제상황에 닥쳐도 헤쳐나갈 방법은 있다. 지난 연말 우리나라 경제에 찬바람을 일으켰던 IMF를 극복하기 위한 호텔들의 필사적인 전략과 전술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업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일부 몇몇 업장들은 오히려 전년대비 매출이 신장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 업장은 대부분 특성화되거나 대중적이면서 고정고객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1998년도 11월호 ‘차별화, 대중화 업장 불황 모른다’ 中


그렇게 호기를 이어가나 싶었던 호텔 레스토랑은 이듬해인 1997년 IMF를 맞아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유례없는 국가적 경제 위기로 사회 각계각층의 허리띠 졸라매기 운동이 범국민적으로 확산되면서 그때까지만 해도 사치와 낭비의 장소로 여겨지던 호텔과 레스토랑에 대한 눈총이 따가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당시 한 호텔 관계자는 본지 1998년 1월호 기사를 통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과소비를 줄이자는 취지는 좋으나 호텔과 레스토랑이 마치 과소비를 조장하는 사치의 온상인양 속죄양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수입식자재를 국산품으로 대체하고 원가부담을 고객에게 돌리지 않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이때에 전 호텔 종사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현실이 아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시기여도 정치와 사회 중심지로서 역할을 지켜낸 호텔 레스토랑들도 있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하바나’는 1997년 6월 국내 최초로 개장한 ‘시가 바(Cigar Bar)’로, 시가의 소비가 1년 새 300% 이상 증가하던 시기와 맞물려 시가 애연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외국인들의 기호품인 시가를 상품으로 한 마케팅이 적중해 미출 신장으로 이어졌고, 내국인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해 단골 고객을 확보했던 것이다.

 

조선호텔_ 오킴스 / 밀레니엄 힐튼 서울_ 일폰테

아직까지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사랑받는 다이닝펍 ‘오킴스’도 1989년 12월 오픈 이후 종합오락사교장의 명소였다. 특히 인근의 타 호텔들이 경비 절감의 이유로 초청 가수나 악사들을 없애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 밴드로 교체하던 행보와 다르게 고유의 아일랜드 분위기를 조성코자 매번 아일랜드 본토에서 실력 있는 음악가를 초청, 호텔 레스토랑으로서의 자존심을 유지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일폰테’도 정통 이태리식당의 대명사로 명성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순수 이태리식만 추구하는 일폰테는 본고장의 맛을 내기 위해 오픈 초기부터 현지 조리장을 초빙, 이태리 정통음식을 선보이는 대표적인 레스토랑이었다. 주 고객층이 외국인이었기 때문인지 IMF 여파의 우려보다 오히려 영업매출이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소개된 호텔 레스토랑 중 오킴스와 일폰테, 스위스 그랜드 호텔의 에이트리움,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델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남아있지 않다. 지금까지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폰테, 중식당 타이판과 함께 1983년 오픈 이후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비즈니스고객은 물론 가족단위 레스토랑 단골고객이 많은 호텔이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식음료팀 홍석일 상무는 “레스토랑의 생명은 구전을 통해 이어진다. 역사 있는 레스토랑에는 3대가 함께, 또 따로 방문하면서 그동안 우리 레스토랑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줬다.”고 이야기하며 “우리 호텔에는 장기근속자들이 많아 그만큼 단골고객과의 궁합이 찰떡이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레스토랑들은 오랜 기간 동안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단골고객들이 대를 지나도 계속 방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좁아지는 입지 속 뿌리내린 중식당

호텔의 전문 레스토랑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상반기 호텔들은 한식 레스토랑을 비롯해 수익성 없는 레스토랑을 과감히 폐쇄하는가 하면 호텔 밖 전문 레스토랑들을 벤치마킹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 한식당과 여타 전문 식당들이 대부분 경영상을 이유로 문을 닫고 있는 가운데 중식당도 레노베이션이나 적극적 마케팅을 통해 고객에게 다가서고 있다. 중식당 근무자 현황을 살펴보면 홀과 주방 각각 10여 명씩 20여 명 안팎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가격은 코스요리 기준 4만 원에서 30만 원대의 가격을 보이고 있다. 중식 메뉴하면 다채로운 정탁요리, 테마별 건강 보양요리, 계절별 요리 등으로 비즈니스 고객 뿐 아니라 가족단위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 밖 전문 중식당을 살펴보면 점포가 대형화되고 음식과 서비스의 차원을 높여 고객에게 다가가는 고가전략이 나타나고 있다.


-2004년 11월호 ‘특급호텔의 영원한 동반자, 중식당’ 中


더 플라자 호텔 ‘도원’, 밀레니엄 힐튼 서울 ‘타이판’, 신라호텔 ‘팔선’, 웨스틴조선호텔 서울 ‘호경전’, 호텔롯데, 롯데호텔월드 ‘도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 ‘서궁’,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 ‘홍보각’,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아시안 라이브’, 스위스 그랜드 호텔 ‘여향’, 그랜드 워커힐 서울 ‘금룡’. 오픈 년도는 상이하겠지만 2004년 기사를 기준으로 최소 15년 이상 호텔에서 입지를 지켜왔던 중식당들이다. 호텔 레스토랑의 영업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중식당도 예전처럼의 명성을 찾아보기는 힘들다하지만, 그래도 중식당만큼은 최근 활발한 호텔 식음업장 외주화의 기로에서도 꿋꿋이 호텔 레스토랑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당시 특급호텔 중식당의 가격대는 코스요리를 기준으로 4만 원에서 30만 원대까지, 지금과 물가를 비교해 봐도 비교적 높은 단가로 책정돼 있어 쏠쏠한 매출을 담당하기도 했고, 비즈니스 미팅, 가족 모임장소로 단골고객이 많다는 점도 호텔 입장에서 중식당만은 놓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다.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찰리 정(Charlie Jung) 셰프는 “거슬러 올라가보면 중식에 대한 니즈는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내국인의 해외 경험이 많아지면서 한국식 중식이 아닌 본토의 중식으로 옮겨졌다. 이에 광동요리가 호텔 중식당의 주 메뉴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 성장의 초석이 됐다.”고 설명하며 “중식은 일식과 다르게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남녀노소가 선호하는 메뉴가 많다. 또한 술과 함께 즐기기에 일식이나 양식보다 부담이 덜하다. 이런 이유로 50~60대 남성, 비즈니스나 정치인들의 모임에서 주로 중식당을 찾았다. 프라이빗한 룸에서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중식 문화도 이런 회동의 장소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이유 중 하나지 않나 생각된다.”고 전했다.

 


호텔 밖으로 영역 넓혀가는 레스토랑들

 

특급호텔들의 외식사업 진출이 활발하다. 기존 객실 매출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돌파구로 외식사업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호텔의 부대업장 운영 노하우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고, 고급스러운 호텔의 이미지로 인해 진입이 쉬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성공적으로 외식사업을 운영하는 특급호텔들이 많다. 그렇다보니 이제 외식사업은 특급호텔의 새로운 캐쉬카우로, 아직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호텔에게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2008년 6월호 ‘특급호텔, 외식사업 진출 활발. 매출 한계 극복하는 새로운 돌파구’ 中


신세계조선호텔_ 자주 테이블

호텔 레스토랑의 외식사업 진출은 1980년, 당시 래디슨 서울프라자 호텔이 전경련회관경제인클럽을 운영하면서 도화선이 됐다. 이후 1982년 신라호텔이 무역클럽, 1993년 롯데호텔이, 그 후 웨스틴조선호텔, 밀레니엄 힐튼 서울, 세종호텔, 타워호텔, 아미가호텔, 홀리데이인 서울, 부산 파라다이스시호텔 등이 호텔 외부로 외식사업에 진출해 경쟁을 벌였다. 


많은 특급호텔들이 외식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유로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호텔 레스토랑은 호텔 내 업장 규모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교통체증 등으로 호텔 이용을 꺼려했던 고객들에게 가까이 접근하기 위한 적극적인 판매 전략이었다. 또한 서비스나 음식의 질에 있어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호텔업장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해 빠른 시간 내 양질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매출 증대를 기대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호텔의 외식사업진출은 비교적 고소득층이 밀집돼 있는 거주지거나 비즈니스 상권,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집중돼 업체 간 고객 유치에 첨예한 갈등을 보였다. 외식업장은 호텔 레스토랑과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 독특한 분위기 속 본사에서 파견한 조리사가 동일한 재료로 양질의 음식을 즐길 수 있으면서 가격은 호텔보다 20~30% 저렴하다는 장점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특히 호텔 내에서 부과되는 10% 봉사료가 없다는 점도 큰 메리트였다. 한편 호텔 입장에서는 비즈니스고객이 빠져나가고 나는 주말이면 업장이 텅 비는 공동화현상을 주말 가족단위 고객 타깃의 외식업장으로 주말 매출의 확보가 가능, 매출 증대는 물론 인사적체의 해소에도 적합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호텔 레스토랑의 외식사업 진출은 그동안 호텔 레스토랑이 가지고 있었던 고급 이미지에서 탈피, 다양화와 다변화 시대를 맞아 보다 캐주얼한 이미지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2008년 당시 국내 서울시내 특급호텔 중 외부 외식업장을 운영 중인 호텔은 조선, 신라, 프라자, 워커힐, 임피리얼팰리스, 세종, 인터컨티넨탈 등이 있었다. 현재까지 모던 캐주얼 재패니즈 다이닝 ‘호무랑’, 광동식 차이니즈 레스토랑 ‘호경전’, 모던 캐주얼 이탈리안 레스토랑 ‘자주 테이블’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조선호텔 외식사업부는 100여 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비스, 조리 노하우를 외식사업에 접목, 호텔을 방문하지 못하는 고객도 호텔 레스토랑의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외식업장 운영으로 트렌드에 민감한 미식을 탐구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 니즈를 호텔과 외식업장 두 곳에서 빠르게 캐치, 각 사업장에서의 피드백을 통해 신세계조선호텔 내에서 메뉴개발 등 지속적인 R&D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면 받는 한식과 갈 곳 잃은 한식당

 

언제부터인가 국내 특1급 호텔들은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한식당의 문을 닫았다. 새로 생기는 외국계 체인 호텔들은 아예 처음부터 한식당을 두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리의 것을 알리는데 앞장서야 할 호텔에 한식당이 없다는 것은 우려할 일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호텔도 엄연히 수익사업인데 수익이 낮은 한식당을 명분 때문에 유지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중략)


90년대 초 이어령 문화부 장관은 한식당이 없으면 특급호텔로 등급을 내주지 않는 법적 규제를 실시했다. 이러한 강제성으로 당시에는 양식당을 없애고 한식당을 만드는 호텔들이 많았으며, 이는 곧 한식 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2000년대 초, 불황과 경쟁속에서 호텔 식음업장도 수익사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수익성이 낮은 호텔 한식당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2004년 더욱 가속화 돼 인터컨티넨탈 서울의 ‘한가위’, 조선호텔의 ‘셔블’, 호텔신라 ‘서라벌’은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차례로 문을 닫았다. 그 결과 현재 특1급의 경우 롯데호텔의 ‘무궁화’, 르네상스 서울 호텔의 ‘사비루’, 메이필드호텔의 ‘봉래정’,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의 ‘온달’ 네 곳만이 운영 중이며 특2급에서도 제대로 된 한식당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2009년 3월호, ‘특급호텔 한식당, 과연 필요한가?’ 中


호텔 레스토랑에서 중식이 수년간 계보를 이어왔던 반면 유독 부침이 심했던 것이 한식이다. 호텔이 한식당에서 퇴출 1순위가 된 이유는 단연 수익성 때문. 한식은 특성상 반찬 가짓수가 많은 만큼 필요한 재료의 종류가 많고, 최고급 국내산 식자재를 사용해야 하며, 김치, 젓갈, 장류 등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음식이 많다. 그렇다보니 인건비와 재료비 부분이 양식이나 중식, 일식에 비해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한 특급호텔 한식당 관계자는 “한식당은 룸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은데 코스요리를 시키면 음식이 14가지가 나온다. 룸에는 20번 이상 들어갔다 나왔다 해야 하고, 특히 구절판 같은 음식은 한 장 한 장 서브해야 돼 한번 룸에 들어가면 서빙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고 설명하며 “조리도 한식은 식재료를 처음부터 다듬고 씻는 등의 사전작업 시간이 길고 수작업을 요하는 메뉴가 많아 인력이 두세 배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호텔에서 한식은 외국인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외국인 이용률이 저조한데다, 당시까지만 해도 호텔의 문화가 외국 문화를 쫓았던 터라 외국인 총지배인, 총주방장으로부터 한식이 하대되는 경향도 있었다고.


호텔 한식당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호텔 가운데 서울신라호텔 ‘라연’이 4년 연속 미쉐린 3스타에 선정되는 영예를 얻는 등 한식의 입지가 다시 살아나는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호텔의 채용난이 심한데다 주방 중에서도 막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곳으로 아직도 한식이 꼽히고 있어 호텔 한식당을 이끌어갈 다음 세대에 대한 갈증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질적인 불안한 수익구조
임대업장으로의 전환 야기해

 

사실 식음료 업장의 수익성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호텔이 경영 방향을 객실 수익 위주로 책정하면서, 원가부담이 높고 가격인상의 한계가 있는 식음료 부분을 임대로 전환, 운영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호텔에서 F&B 업장을 임대로 운영한다는 것은 호텔과 임대업자, 양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호텔 입장에서는 호텔을 상징하는 고객서비스의 접점이 남의 손에서 쥐락펴락될 수도 있고, 또한 그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이미지 실추 등의 문제에 부담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업주 입장에서도 매출과 관련된 부분에서 호텔의 합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에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2009년 12월호, ‘효율성, 그리고 상징성. 임대업장을 둘러싼 호텔의 동상이몽’ 中


지난해 호텔 다이닝의 화제는 호텔 식음업장의 외주화였다. 더 플라자가 지난 7월 중식당 도원과 올데이 다이닝 붸페 레스토랑 세븐 스퀘어를 제외한 나머지 업장을 외주전환하면서 파격적인 행보의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이다.


호텔 레스토랑은 호텔의 이미지를 견인하지만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운 비즈니스라 고민이 많았던 터. 호텔들은 이전부터 식음업장을 줄이거나 통합하는 추세로 사업 방향을 전환해왔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특급호텔들은 호텔 이미지에 대한 편견이 두려워 임대와 외주화에 관련된 내용을 애써 감추고 있었다. 2009년 당시에도 ‘경제의 논리’에 입각할 것인지 ‘호텔의 상징성’을 지켜나갈 것인지 갑론을박이 있었고, 결론적으로는 어두운 경제터널 속 리스크를 줄여나가고자 하는 호텔들은 임대라는 옵션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면서도 부작용은 줄이고 이익은 극대화하는 방향으로의 고민이 요구됐다.


세종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정규엽 교수는 “고객은 호텔의 식음업장이 직영인지, 외주인지, 임대인지 알 방도도 없고 이를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고객에 입장에서 호텔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호텔과 결부시켜 생각하게 돼 있다.”면서 “결국 식음업장 외주화를 통해 어설픈 직원들이 어설픈 서비스를 하게 되면 그 이미지는 레스토랑보다 호텔에 고스란히 남게 돼 있다. 호텔은 인적 인프라로 일구는 이미지 산업이다. 우수한 기업들은 직원부터 마인드 세팅이 돼 있다. 따라서 호텔은 레스토랑의 외주화에 잘못 접근하면 결함 있는 제품을 시장에 내보내는 꼴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익성과 자존심, 아직 기로에 서있어

 

그렇게 점점 호텔은 객식구를 맞이하기 시작했고, 객실 전쟁이 시작된 2010년부터는 호텔 레스토랑이 뿜어내던 아우라가 조금씩 희미해져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유학파 출신의 셰프들이 오너셰프로 나서 호텔 레스토랑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각종 TV프로그램에 모습을 비추면서 셰프들의 위상이 높아졌다. 호텔과 로드숍의 경쟁구도는 점차 그 경계를 허물어져 유명 스타 셰프들이 오히려 호텔로 흡수되고 있다.


호텔 레스토랑이 호텔이라는 다소 경직된 틀 안에 갇혀있었다면 로드숍 레스토랑들은 각자의 기량과 개성을 마음껏 뽐내면서 외식문화를 주도해갔다. 레스토랑의 수익창출이 힘든 데다 객실판매에 열을 올리느라 부대시설의 비중을 줄여가던 호텔들은 레스토랑의 역할을 조식과 간단한 라운지 정도로 운영을 축소했다. 한편 미쉐린 가이드의 상륙은 다시 호텔 레스토랑이 재기를 엿보는 기회가 돼, 지난해와 같은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짧은 역사 속에서도 흥망성쇠를 경험한 호텔 레스토랑. 그러나 모든 길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이다. 코로나19로 보다 안전한 식사를 추구하는 이들이 다시 호텔로 모이고 있다. 어느 모습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적어도 오랜 기간 호텔, 고객과 궤를 같이 해온 레스토랑, 그리고 호텔 아이덴티티에 숨결을 불어넣어줄 레스토랑이 다시 한 번 흥해보기를, 누군가의 기억에 두고두고 남는 레스토랑이 되기를 바란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강은아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