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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호재와 악재 사이의 명동_ 팬데믹 위기로 혜안이 필요한 시점을 맞이하다

 

호텔 경영의 아버지이자 근대 호텔의 왕으로 불리는 스타틀러(E. M. Statler)는 성공적인 호텔 경영의 비결로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고 했다. 고정자산을 상품으로 하는 호텔 산업의 특성상 한번 기반을 튼 자리는 옮기기 쉽지 않고, 위치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운영 전략, 타깃 고객이 명백히 나뉘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서 서울의 심장, 중구에 위치한 명동은 호텔 사업가들의 노른자 중 노른자 땅이다. 덕분에 서울 시내에서 가장 많은 호텔이 운영에 뛰어들어 그야말로 호텔 격전지가 된 명동인데, 그렇지 않아도 힘든 경쟁 속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했다. 그동안 누렸던 외국인 관광객 호재가 내수 관광으로 수요를 돌려야 하는 이때, 도리어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그간 코로나19 이외에도 많은 위기들을 맞이했던 명동. 이번 팬데믹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사진 출처_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서울은 몰라도 명동은 아는 관광객들
서울의 중심부이자 주요 지역으로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하고 있는 중구는 다양한 문화유적, 남산, 명동 등 관광 콘텐츠가 풍부한 곳이다. 특히 K-Culture, 한류의 핵심인 명동은 관광특구로서 ‘명동’이라는 이름 자체만으로 높은 지명도를 자랑, 강남이 개발되기 전부터 VIP 고객을 대접하던 곳으로 오랜 역사를 이어 온 특급호텔부터, 2000년대 이후 급격히 늘어난 외래관광객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중소형호텔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한편 지금처럼 외국인 관광객의 주요 관광지이기에 앞서 70~80년대 충무로에서부터 시작하는 명동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인근 직장인과 청춘들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사보이호텔을 중심으로 이어진 스탠드바와 다방, 호프집은 청춘들의 만남의 장소였으며, 유네스코길 양쪽으로는 양복점과 맞춤 옷가게 등 패션과 관계된 여러 상점들이 즐비해 있어 예나 지금이나 패셔니스트들의 성지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명동은 자본주의의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곳, 최신 유행의 전시장이자 대형 백화점이 있고, 금융권의 비즈니스가 활발히 이뤄지는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모든 것이 집약된 곳으로 대변됐다.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하기에 여건이 좋았던 명동은 올림픽, 국제회의, 정상회담 등 굵직한 행사를 유치하며 2000년대부터 물밀 듯 밀려오는 관광객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사보이호텔 객실팀 김명희 부장은 “90년대는 사보이호텔뿐만 아니라 명동의 모든 호텔들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였다. 전체 고객의 80% 이상이 일본인 고객이었고, 레저 고객은 물론 한일 간 비즈니스도 활발했던 시기라 지금보다 비즈니스고객이 많았다. 사보이호텔에는 20년 동안 연중 200일 이상 투숙했던 일본인 고객도 있었을 정도”라고 귀띔한다.


그렇게 호텔업계가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울 수 있었던 것은 2012년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례법’이다. 늘어나는 관광객 수요를 붙잡기 위해 2012년과 2013년 두 해 동안 건축인허가를 받은 호텔이 2017년까지 중구에만 30개, 약 6000여 객실이 증가했다. 그리고 특히 특급호텔에만 집중돼 있었던 국내 관광숙박업의 다소 기형적인 객실 구성과 높은 단가가 지적되며 중소형 비즈니스호텔 볼륨이 급격히 확장, 호텔 격전지가 된 명동은 점차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 된 지역으로 변모돼 갔다.


비대한 3성급 포지션과 낮아지는 수익성
호텔 상권으로서의 명동은 중구의 소공동, 충무로, 명동, 남산동, 회현동의 핵심 명동과 넓게는 인근의 을지로, 충무로, 북창동까지 명동으로 분류한다. 아무래도 ‘호텔 in 을지로’나 ‘충무로’ 보다 ‘명동’ 프리미엄을 붙임으로써 호텔에서 펼칠 수 있는 홍보·마케팅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명동 상권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이에 「한국호텔산업분석보고서」는 ‘명동’과 ‘인근 명동’으로 상권을 나누고 있는데, 먼저 명동에는 2018년을 기준으로 ADR 7만 원~11만 원대의 Midscale 호텔 객실 수가 35.3%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ADR 20만 원~30만 원대의 특급호텔이 27.5%의 비중을 차지했다. 평균 객실 점유율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70~80%를 꾸준히 유지하는 수준을 보였으나 ADR은 2012년 21만 9872원에서 2017년에 14만 553원을 기록, 지속되는 공급과잉과 가성비 경쟁으로 RevPAR 역시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전체 호텔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한편 인근 명동 상권은 2018년 기준, Midscale 호텔이 66%, ADR 7만 원 미만의 Economy 호텔이 12.3%를 차지해 중저가 호텔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객실점유율은 2012년 92.3%의 최고 기록 이후 83.3%까지 내려왔고, ADR은 15만 2773원에서 급락하기 시작, 2015년 최저가로 7만 9295원까지 떨어진 이후 10만 원대로 오르지 못하고 9만 원 이하의 요금으로 가격대가 형성됐다.

 



일본인 관광객 위주로 성장한 명동

 

명동을 방문하는 내외국인 수요 구성비는 외국인 87.8%, 내국인 12.2%(「한국호텔산업분석보고서」 2017년 자료 기준)를 차지해 역시 외국인이 수요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레저 83.1%, 비즈니스 16.9%로 방문 목적도 뚜렷하게 나뉘어 전체 명동 상권의 가장 큰 수요 군은 전체 수요의 72.5%를 차지하는 외국인 레저 관광객이다. 인근 명동 지역도 마찬가지. 한 명동 호텔 총지배인은 “결국 명동과 인근 명동 상권 내 고객은 ADR에 따라 달라진다. 명동과 인근 명동은 객실 크기와 같은 호텔 컨디션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명동 객실 가격이 약 2~5만 원 정도 높게 책정돼 있다. 때문에 명동은 어느 정도 나이대가 있는 중장년층 외국인 관광객이 많고, 외곽으로는 비교적 가격에 민감한 젊은 층의 수요가 있다.”면서 “이런 이유로 인근 명동 지역은 가격만 맞추면 흡수할 수 있는 고객을 겨냥해 ADR 경쟁이 치열해져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그마저도 홍대로 눈을 돌리는 관광객들이 많아지며 ADR 정책이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국가별 방한 외국인 비율은 2012년 이후 일본의 아베노믹스 전략으로 인한 엔저 현상이 지속되기 전까진 일본인 관광객의 경제적 파급력이 막강했으나, 2010년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비자를 발급함에 따라 요우커의 비중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일본인 관광객이 다소 감소했다고 해도 여전히 명동 방문 외래 관광객은 일본과 중국이 투톱을 달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 중화권 관광객의 발길도 잦아들고 있다. 솔라리아 니시테츠 서울 명동의 방지미 총지배인(이하 방 총지배인)은 “명동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목적은 쇼핑과 먹거리, 두 가지다. 투숙은 비율적으로 2박이 절반을 차지하며 가장 많고, 그 다음이 3박이다. 대개 투숙객들은 명동에 머물면서 쇼핑과 먹거리를 즐기고, 걸어서 동대문과 인사동 정도 갔다가, 하루 정도 시간이 비면 홍대나 가로수길 쪽으로 다녀오는 패턴”이라면서 “특히 최근에는 K-Beauty의 영향으로 명동 일대 화장품 가게가 활황이었다. 한국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인데 오히려 일본에서 유명세를 타 인기 있는 곳들이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위치가 중요하다더니
팬데믹으로 직격탄 맞은 명동 호텔들
이렇듯 최근 명동거리는 이곳이 일본인지, 중국인지 모를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관광으로나 비즈니스로나 너무 좋은 곳에 위치해 있어 명동은 국내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지역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많은 호텔 오너와 기업, 특히 일본계 호텔 기업에서까지 명동에 호텔을 오픈하기에 나섰다. 그러나 관광이 워낙 외부 여건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산업이다 보니 호텔 운영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국호텔산업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과 2017년, 명동 객실점유율이 각각 73.5%와 70.8%로 전년 대비 약 10% 정도 급감해 동 기간 중 가장 낮았는데 이는 2015년 메르스와 2017년 사드의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 방문객 수는 2017년 감소율이 2015년에 비해 전년 대비 24.2%의 큰 폭으로 감소세를 보여 전체 외국인 입국객 감소가 명동 방문객 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와 사드와 같이 굵직한 이슈 이외에도 크고 작은 한-중-일 간 국제 정세는 명동 호텔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한일 관계는 여러모로 민감한 사안이라 작년 일본 불매운동이 있었을 시기에는 일본계 브랜드들의 타격이 심하기도 했다. 한 호텔 세일즈 매니저는 “한일 관계는 미디어에서도 예민하게 다루는 이슈라 실제로 상황이 심각하지 않음에도 과장돼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작년에도 한창 국내의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됐을 시기에 한국이 정말 안전한 것이냐 묻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문의가 많았다. 예약취소를 무리하게 요구하는 이들도 있었다.”면서 “명동이라는 상권 특성상 이런 여러 가지 사안들이 세일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를 하면서 대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쓸 방도 없는 코로나19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만 있어
그러나 그동안 겪어왔던 어떤 케이스 스터디도 적용되지 않는 유례없는 위기가 도래했다. 업계에 따르면 4월 29일 기준 명동 내 휴업을 선언한 호텔은 약 30곳으로, 프레지던트 호텔, 로얄 호텔, 사보이 호텔, 세종호텔 등 오랜 영업력을 가지고 있는 호텔들도 현재 영업을 중단했으며, 웨스틴조선호텔, 롯데호텔 서울과 같은 특급호텔에서는 ‘아리아’, ‘피에르바’ 등 호텔 레스토랑의 휴업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에이퍼스트호텔 명동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악화로 6월 1일 폐업한다고 밝혀 이번 팬데믹 사태가 명동 호텔 상권에 미친 영향을 실감케 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호텔뿐만 아니라 명동 상권이 전체적으로 주저앉고 있다는 점이다. 비근한 사례로 5월 13일에는 2012년부터 8년간 명동거리를 지켜온 이랜드의 후아유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가 폐점, 지난 3월에는 2006년부터 명동에 자리했던 편집숍 에이랜드 명동점이 영업을 중단했다. 굵직한 점포 이외에도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명동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유네스코길은 매장 67개 가운데 30개가 휴업, 5개가 폐점 및 공실 상태로 휴·폐점 비율이 52.2%에 육박했다. 


방 총지배인은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관광 시장은 빠르게 회복, 그렇게 되면 호텔의 수요도 금방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데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장기화가 될수록 임대료를 버티지 못한 점포들이 계속해서 빠지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먹거리 노점상들이 없어져 길거리가 휑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많은 관광객들이 명동을 찾는 이유였던 쇼핑의 메리트가 사라진다면 명동이 가진 색깔도 잃어버리게 된다. 명동이 어느 정도 버텨줘야 상황이 회복됐을 때 그 기세를 타고 올라갈 수 있을 텐데 언제까지 장기화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호텔 아닌 투자의 격전지되나
한편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매물로 나온 호텔들이 많아지면서 코로나19 이후 명동 호텔 상권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기 흐름이 주춤하긴 했어도 명동이라는 지리적 이점은 무시할 수 없고, 부동산의 측면에서도 땅값이 가장 높은 지역에서 나온 급매물이라 충분한 투자가치로 이를 눈여겨보고 있는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호텔업계 전문가는 “호텔사업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측면이 있지만 부동산의 측면에서 봤을 때 호텔은 어쨌든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소 7~8년이 지나면 건물 개보수는 물론 트렌드에 따라 리모델링도 해야 하는데,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고정비가 부담이 되는 상황인데다 ADR은 5년 전과 비해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현재 명동 3성급 호텔 기준 객실 하나 팔아 남는 순수익이 3만 원 정도”라면서 “한마디로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객실 수익만을 가지고 호텔 사업을 하는 것은 지금으로선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만 못해도 20~30년은 소요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급매가 많이 나오는 시기는 호텔 투자자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급매인 만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호텔을 매입할 수 있고, 코로나19 종식 이후 상권이 정상 궤도에 올라온다면 가치가 다시 상승될 것이므로 이를 투자의 기회로 보는 것이다. 


실제로 매물로 나오는 호텔들을 눈여겨보는 곳들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전히 일본인들에게 명동은 곧 한국 관광의 목적이라 굵직한 일본계 호텔 기업들이 2015년을 기점으로 주요 위치에 호텔을 오픈한 이후 더 많은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 


한편 다른 호텔 관계자는 “마스터리스로 브랜드의 몸집을 불리고 있는 호텔신라나 롯데호텔의 세컨 브랜드들이 들어올 가능성도 크다.”고 귀띔하며 “결국 코로나19로 자본력 없는 개별 로컬호텔은 무너지고 대기업 자본을 바탕으로 한 일부 브랜드들이 시장을 잠식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관광산업의 회복 탄력성 기대 중,
재개 시 빠른 정상 궤도 진입 가능하도록 노력할 것”
솔라리아 니시테츠 서울 명동 방지미 총지배인

 

Q 일본계 호텔 중 니시테츠 그룹이 해외 진출을 가장 먼저 명동에 했다. 현재 명동에 일본계 호텔이 많이 들어서 있는데 솔라리아가 처음 오픈했을 때 명동은 어떤 상황이었나?
A 니시테츠 그룹의 솔라리아 브랜드는 2015년 9월 명동에 오픈한 이후 현재는 부산 서면에서도 운영 중이다. 해외 첫 진출 거점을 명동으로 삼은 이유는 아무래도 양국 간의 왕래가 잦을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점, 일본인 관광객을 어필하는 데 있어 여러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명동의 기회는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는 내부적인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솔라리아가 오픈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메르스가 끝난 직후였다. 시기적으로 여행이 다시 활발히 재개될 시점이었고, 당시만 해도 일본계 호텔이 도미인과 도요코인을 제외하고는 없었기 때문에 오픈하기엔 적기였던 것 같다. 

Q 호텔에 방문하는 주 타깃 고객은 어떤가? 오픈했을 당시와 비교했을 때 변화가 있다면?
A 현재 니시테츠 그룹은 일본 내 20개 정도의 호텔을 가지고 있고, 일본에서 주 타깃 고객은 일부 해외 인바운드 관광객을 수용하는 호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즈니스 출장객이다. 반대로 국내 솔라리아에서 타깃으로 하는 고객은 일본 레저 관광객이 70~80%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다. 명동 안에서도 ADR이 살짝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입은 적은 편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인의 경우 50~70대 고객들이 주로 방문했으며, K-Beauty 열풍으로 밀레니얼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최근에는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Q 그동안 인근 상권의 호텔 분포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
A 중소형호텔 위주로 공급이 급증한 것이 밀레니얼의 수요와 결부돼 콤팩트한 버짓 호텔이 많이 늘어났다. 3성급인데도 셀프 체크인을 하고 10만 원대 이하로 객실 요금이 책정된 숙박 중심으로 포지셔닝 되고 있다. 기존 일부 특1, 2급 호텔의 비중이 높았던 때에 비해 고객의 선택지가 넓어진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오픈 당시와 비교해 니시테츠 그룹 이외 그레이스리, 프레사인, 스프라지르, 르와지르 등 다양한 일본계 호텔 브랜드들이 진출했다. 각 호텔은 타깃하는 고객과 추구하는 콘셉트가 달라 서로 다양한 정보들을 교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Q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명동 호텔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A 한국과 일본은 여러 정치적인 이슈가 있고 그 외에도 일본이 섬나라기 때문에 생기는 잦은 비행기 결항의 문제 등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아왔었는데 이번 코로나19는 일본뿐만 아니라 팬데믹의 상황인 탓에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지도 못하고 있다. 많은 호텔들이 각자의 자구책을 펼치고 있는데, 솔라리아 명동은 이 불안의 시기를 육체적 건강이든 정신적 건강이든 재충전의 시간으로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 점유율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휴업을 통해 직원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보다 1~2주에 한 번씩이라도 얼굴 보며 서로 마인드 컨트롤을 관리해야 하는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직접 보지 않으면 직원들은 불안함 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것이다. 따라서 오히려 그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못했던 기획이나, 업무들, 자기개발 등에 몰두하도록 하고, 패밀리 프로모션을 통해 직원들의 가족과 지인들에 베네핏을 주는 등의 방법을 택하고 있다.

Q 팬데믹의 여파로 힘든 상황임에도 오픈을 앞두고 있는 일본계 호텔들이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 명동 상권의 비전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A 이번 코로나19 이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명동 내 대형 체인들도 많이 들어섰고, 관광산업은 회복 탄력성이 좋기 때문에 팬데믹만 종식된다면 명동 관광이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경제는 금방 다시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 오픈하는 호텔들은 계속 늘어나는 한편 영세한 곳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는 구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과 같은 시기는 어느 곳에게나 악몽일테지만 결국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정상 궤도에 진입하는 리드 타임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힘든 시기이지만 조금만 더 견뎌내 명동이 다시 예전의 활기를 되찾길 바란다.


외국인 관광객 목적지로 치우친 점들 보완해야
폐업하는 호텔이 많다고는 하나 호텔 건물 구조의 특성상 매물로 나온 호텔은 다시 호텔이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명동의 호텔 공급량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기존의 공급과잉 경쟁 또한 크게 완화되지 않을 듯 보이는 상황에서 이번 팬데믹을 겪어 보니 명동의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바로 지나치게 외국인 관광객에 의존한 상권이라는 점이다. 쇼핑과 먹거리가 메인 콘텐츠인 명동이라고는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과 상품들로만 채워져 있어 오히려 내국인들에게 낯선 공간이 돼 가고 있다. 실제로 오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명동만의 감성은 온데 간데 없고 오히려 내국인에 대한 서비스가 박한 역차별의 사례가 언론에 심심찮게 노출되고 있기도 하다. 내국인 관광객의 호텔 유입이 힘든 가장 큰 이유로 주차장의 부재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은데 과연 주차 시설이 중요한지, 우선 이들의 발길을 명동으로 끌만한 콘텐츠가 중요한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방 총지배인은 “국내 모든 관광지들이 풀어야 할 숙제긴 하지만 트렌드만큼 명동의 전통적인 색깔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다소 안타깝다. 지금은 젊은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쇼핑도 뷰티와 패션이 주가 되고 있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단순 관광 기념품을 비롯해 먹거리도 갈비, 떡볶이, 비빔밥과 같은 한정적인 메뉴에 국한돼 있다. 이와 같은 상품들은 다른 곳에서 쉽게 대체할 수 있는 것이라 이제는 명동만의 색깔을 가져야 할 때”라고 전한다.

호텔 운영에 있어 그 어떤 누구라도 이견을 내지 못했던 최고의 입지, 명동. 물론 국내 호텔업이 정착된 이래 그야말로 최대의 위기 속 살얼음판 위에 서 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관광이 재개된다면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회복될 시장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방 총지배인의 말처럼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 재개에 대응하느냐다. 역사적으로도, 현대적으로도 중요한 우리의 심장인 명동이 이번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나가기를 응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동은 명동,
코로나19 기회로 관광 인프라 다변화돼야”
더그랜드호텔/G2 호텔 통합지원 정필립 팀장

 

Q 현재 더 그랜드 호텔과 G2 호텔 모두 명동에 위치해 있다. 곧 G3 호텔의 오픈도 9월, 명동에 앞두고 있다고 들었는데 명동의 어떤 기회를 봤는지 궁금하다.
A ㈜엘케이관광은 2013년 명동에 더그랜드호텔을 오픈했고, 2017년에는 ‘힙지로’라 불리는 을지로에 두 번째 그랜드호텔인 G2호텔을 오픈, 2020년 9월말에는 충무로역 앞에 세 번째 그랜드호텔인 G3 호텔의 오픈을 한창 준비 중이다. 통상 호텔업계에서는 행정구역상 명동 인근 지역인 시청, 북창동, 을지로 지역을 ‘준명동지역’으로 칭한다. 관광호텔확충특별법이 발표된 2013년 이후 많은 호텔들이 오픈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토지구입비가 매우 높고, 신축에 제한이 많은 ‘In 명동’보다는, 상대적으로 투자비용이 낮지만 쇼핑과 관광 및 비즈니스 접근성을 모두 갖춘 준명동지역을 선택하게 됐다. 아무래도 서울 도심부는 명동을 필두로 남대문, 동대문 등 쇼핑이나 남산, 청계천, 경복궁과 같은 관광 위주의 관광객의 방문이 가장 높은 곳이다. 서울의 주요 관광인프라가 밀접 된 곳이기에 꼭 ‘In 명동’이 아니라도 접근성이 좋다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그동안 명동에서 느낀 상권 특징은 무엇인가?
A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더욱 실감한 것이지만, 서울 호텔들, 그중에서도 4대문 안 호텔은 외국 관광객 비중이 매우 높기에, 지난 2015년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은 물론이고 주변국의 정치, 경제, 사회문제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민감도를 형성하는 주변국이 중국과 일본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관광에 어려운 날씨인 겨울(1~2월)이 대표적인 비수기 기간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호텔 입장에서는 예측과 통제가 어려운 변수가 직접 작용하고 있어, 운영 리스크가 높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2012년 이후 지속적인 해외 관광입국자의 증가에 따라 ‘역시 아직은 명동’이란 인식이 높다. 즉 명동접근성이란 조건은 호텔의 객실판매가격과 점유율에 동시영향을 주는 강한 요소다. 이를 입증하듯, 서울에 진출한 대부분의 일본계 호텔은 명동과 명동인근에 대부분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도 신축공사 중에 있다.

Q 그랜드 호텔스 그룹의 명동 호텔 주 타깃 고객은 어떤지, 이들을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무엇인지 이야기한다면?
A 더그랜드호텔 명동과 G2호텔은 자사의 로컬 브랜드로써, 서로 다른 입지와 콘셉트를 자랑한다. 더그랜드호텔 명동은 명동 내에 위치하며, 친근한 서비스와 편안한 스테이 경험을 선사하는 색깔 있는 부티크호텔이고, G2호텔은 준명동인 을지로에 위치하며, 감각 있는 외관과 인테리어, 표준 객실면적 약 9평의 넓고 쾌적한 객실과 식음료 경험은 물론, 각종 고객 부대시설 을 제공, 해외여행중인 고객들의 입장에서 최대한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부분까지 고민하고 준비한 호텔이다.
아무래도 당사의 두 호텔은, 이미 대중에게 많이 익숙한 대기업 계열의 비즈니스 호텔처럼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느낌보다 각 호텔의 개성이 매우 강한 편이다. 인바운드 단체보다는 직접 예약 또는 OTA를 통한 2~4인 위주의 FIT가 주를 이루며, 국적은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동남아 등의 고객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상당히 고심해 완성된, 자체 멤버십프로그램을 더그랜드호텔 오픈이후로 지속해오고 있으며, 상당한 수의 멤버십 고객을 확보, 관리하고 있다. 당사 호텔들의 평균 숙박기간은 약 3일이며 방한 목적은 대부분 관광과 쇼핑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3인~4인 이상 가족 단위 해외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라, G2 호텔의 경우 총 객실 수의 10%를 4인실로 설계했으며, 해당 객실 타입은 가장 높은 연간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Q 코로나19로 명동 호텔 상권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명동 및 준 명동 일대 호텔들은 코로나로 인해 3월부터 하나 둘 휴업에 돌입, 4월부터는 대기업 계열 호텔을 제외한 대부분의 3~4성급 호텔들이 임시휴업중이다. 문제는 언제부터 코로나로 인한 관광목적의 입출국 제한이 해제되고, 항공 길이 열리느냐인데, 명동권 호텔의 연평균점유율인 80~90%는 고사하고, 그 절반 수준도 2020년 내에 가능할지는 솔직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매우 네거티브하게 보자면 현재 예상되는 영업상황에 더불어, 정부의 6개월 고용유지지원금 마저 종료된다면, 현금유동성 등 재정이 취약한 상당수의 호텔이 폐업까지 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일정 수준의 구조 조정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호텔들 대부분 객실정비나 미화 등은 협력업체를 이용하므로, 이러한 부문의 인력은 물론이고, 정규직 또한 포함될 수 있다. 마음 아픈 일이지만, 현재 휴업중인 호텔이라면, 대부분 한번은 넘어야 할 언덕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명동이라는 입지 특성상 코로나19 팬데믹만 종식되 또는 백신 등 치료제가 개발이 된다면, 다시금 관광수요는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Q 이번 팬데믹 사태 이후 명동 호텔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A 역시 내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더욱 기울이는 것이다. 입지 특성상 해외관광객 비중이 90%를 넘어서는 호텔이 많은 ‘In 명동’보다는 오히려 ‘준명동지역’에서 마케팅 효과가 클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 내에서 20~30대가 유입하는 주요 상권이 여러 이유로 주기적으로 변해왔듯이, 불과 2년 전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쇄소 밀집 지역이자 골뱅이거리 정도가 먹거리의 전부였던 을지로3가 일대는 현재 20-30대가 유입하는 소위 ‘힙’한 곳으로 변했고 힙지로의 주요 상권은 코로나19 불황 따윈 상관없이 급성장하고 있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강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