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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호텔업계의 최대 위기, 팬데믹_ 감염병 리스크 관리 절실하다

지난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감염병 경보의 최고 단계인 팬데믹을 선언했다. 팬데믹은 감염병이 특정 권역 창궐을 넘어 2개 대륙 이상으로 확산, 세계적 대유행이 일어난 국제적 비상사태를 의미한다. 그동안 WHO가 선언한 팬데믹은 1968년의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이후 코로나19가 세 번째. 가까운 예로 11년 전 팬데믹을 겪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신종플루의 여파가 타 국가에 비해 크지 않아 이번 팬데믹에 적합한 예방과 대처도 하지 못한 채 개인과 기업, 국가 모두가 패닉에 휩싸였다. 


게다가 국내는 어느 정도 소강상태를 보이지만 도미노처럼 줄줄이 무너지는 감염 국가들로 호텔업계는 내년까지 팬데믹의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팬데믹까지 진행 되면 세계 경제가 올 스톱돼, 현재 호텔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존폐 여부의 기로에 서 있는 가운데, 그동안 감염병을 포함한 여러 위기 요인을 관리해온 기업의 경우 발 빠른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호텔업계가 직면한 최대 위기, 팬데믹. 약 3개월간의 팬데믹을 겪어오며 호텔업계에 드러난 팬데믹 리스크는 무엇일까? 
신종플루와 사스,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까지. 팬데믹을 포함해 호텔업계에 드리운 감염병 위기관리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살펴보자. 


 

갈수록 주기 빨라지는 감염병 리스크
코로나19가 팬데믹의 최고 위기 경보 단계까지 이르는데 걸린 시간은 한 달. 2009년 신종플루가 국내 발병 후 6개월의 시간이 걸렸던 것에 비해 이번 팬데믹이 업계에 미친 영향은 시간적 여유도 없이 추이를 지켜보는 사이에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실 그동안 감염병 이슈는 전 세계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었다. 국내까지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엔데믹(Endemic)’ 말라리아나 뎅기열부터, 감염병 피해지역이 특정지역으로 한정되는 ‘에피데믹(Epidemic)’으로중국의 사스(2002)와 아프리카 서부 에볼라 바이러스(2014), 메르스(2015)까지. 특히 메르스의 경우 정부의 초기 골든타임을 놓친 대응이나 국민의 과도한 불안을 막기 위해 메르스 정보를 의료진에게만 공개한 큰 실책으로 유독 타 국가에 비해 많은 확진 및 사망자를 발생, 국가적으로 대내외적인 상황은 메르스 때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기억되고 있다.


같은 팬데믹인 신종플루 때는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국내는 피해가 크지 않았던 상황인 데다가 11년 전의 오래된 기억이므로 여러모로 업계의 타격이 컸던 메르스 당시를 비춰보면, 당시도 호텔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발열 감지기,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긴축재정을 선포하며 내부 운영비 절감에 나선 것은 지금과 같은 모양새였다. 당시 명동 지역 호텔 점유율은 2014년 동월 대비 20% 수준. 평일 점유율이 4~5%대까지 하회하는 호텔이 속출하고 있는 지금에 비하면 배부른(?) 상황이지만, 국내 호텔업계 입장에서는 예고도 없이 찾아온 외부 재난 상황이라 별다른 뾰족한 수를 세우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에피데믹에 머물렀다는 것. 메르스 종식은 최초 환자 발생 49일 만에 이뤄져 급하게 조인 숨통이 오래 걸리지 않고 트였다. 

인건비 절감 통해 고정비 비중 줄이는 호텔들
그러나 코로나19는 석 달째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뒤늦게 피해가 커진 미국과 유럽 국가들로 인바운드 관광객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호텔들은 내년까지 현재의 절망적인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호텔 총지배인은 “2019년 국내 여행객들의 호텔 수요가 늘어나 운영 사정이 좋았던 수준까지 회복되려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버텨야 할 것 같다. 물론 일부 지역의 경우 주말 객실 수요가 답답함을 느낀 국내 여행객들로 어느 정도 채워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것도 주말 한정일 뿐, 주말 장사만 가지고서는 호텔 운영이 좋아졌다 평가할 수 없다.”면서 “이러한 추세로 7~8월 정도면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유입되지 않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 닫는 호텔들이 계속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객실 점유율이 한 자리 수의 정점을 찍으며 호텔 운영이 어려워지자 가장 먼저 고민이 시작된 것은 인력 운영 방법이다. 운영상 고정비의 비율이 높은 호텔업의 경우 특히 인건비가 고정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 포지션에 따라 많은 인원이 기용돼 있는데 객실도, F&B도 찾는 이들이 없어 축소 운영되다 보니 이전만큼 직원들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멀쩡한 직원을 정리 해고할 수도 없는 노릇. 때문에 팬데믹 초반, 호텔들은 남아있던 휴가를 소진하는 방법으로 하나둘 인력 투입을 줄였고 4월부터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되며 무급 휴가를 권장했으나 일부 직원들의 반발로 인건비에 대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에 임원부터 솔선수범해 허리띠를 졸라 매자는 전략으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임원 기본급의 20%, 총지배인 및 팀장급 리더들은 직책수당을 3개월 반납, 5월까지 임직원들의 자율적인 연차 및 무급 휴가 등을 활용해 인건비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롯데호텔 임원진도 지난 2월부터 급여의 10%를 자진 반납하고 있었는데 타 계열사 임원들이 급여의 20%를 반납하면서 20%로 상향조정했다. 임원부터 고통을 분담하면서 직원들 또한 호텔 운영 축소에 따른 주 3일, 주 4일 근무제도나 무급휴가 등의 인건비 절감 노력에 함께 하고 있는 상황이다.

 

 

축소운영이냐 휴업이냐, 운영 지속성 여부 화두
인력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영업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소한의 영업마저도 수요가 받쳐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운영 지속에 의미를 두지 못하는 호텔들은 휴업을 선택하고 있다. 한 4성급 호텔 총지배인은 “고객의 수요가 워낙 없다보니 직원 배치를 줄일 수밖에 없었는데, 줄인다고 최대한 노력했음에도 인건비가 여전히 고정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게다가 인건비뿐만 아니라 F&B 푸드 코스트, 계약사 대금, 에너지 요금 등 호텔의 불을 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새는 돈이 많아 휴업을 고려하고 있다. F&B는 워낙 수익구조가 빈약해 운영을 중단하고 싶지만, 중간 중간 예약돼 있는 웨딩, 4성급이라는 포지셔닝으로 아예 문을 닫을 수는 없어 최대한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딜리버리나 테이크아웃 등의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규모가 큰 호텔이야 휴업보다 축소운영을 통해 안간힘이라도 쓰고 있는 상황이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위주로 객실 판매만 하고 있던 3성급 이하 중소형호텔들은 휴업을 돌파구로 찾는 곳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정부가 코로나19로 인건비 운용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과 대규모 실업의 위험에 있는 직장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강화하자 오히려 휴업을 선택하는 쪽이 남는 장사라고 판단하는 호텔도 많아지고 있다. 다른 호텔 총지배인은 “비즈니스호텔의 경우 무조건 닫는 게 답인 상황이다. 지원금도 4월부터는 90%로 상향조정돼 이 때문에라도 휴업에 들어가는 호텔들도 있다. 만약 지원금이 풀리지 않았다면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고 노력할 텐데 직원들이 휴직에 들어가면 일단 세이브되는 금액이 큰데다가 해외 물량이 풀리지 않는 이상 내수 쪽으로는 가망이 없어 영업을 지속하는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최장 6개월까지 지원을 보장한다기에 말 그대로 ‘버티고’ 있는 호텔들이 많은데 사태가 장기화되면 휴업이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선택지는 폐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운영의 지속성 여부에 대해서는 그나마 객실이외 부대시설을 활용해 자구책 마련이 가능한 4~5성급 호텔과 3성급 이하의 중소형호텔의 방향성이 나뉘고 있다. 중소형호텔은 휴업을 결정한다지만 아무래도 특급호텔은 전면 휴업에 나서는 것이 운영 능력이 부족한 호텔로 인식될 수 있고, 내수를 중심으로 한 관광 시장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준비태세를 갖추지 않는다면 영업재개 흐름에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을 제외한 일부 외곽지역 호텔에서는 내국인 고객을 상대로 한 틈새 패키지 공략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할 수 있는 선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19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호텔들도 있어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코로나19의 종식이 조금씩 가시화되자 버텨보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팬데믹에 대처하는 감염병 리스크 관리

 

자료 출처_ WWF_ Global Risks Report 2020

*고재철 이사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리스크자문본부에서 위기관리분야 전문가로 활약 중이며, 기업의 재해·재난, 팬데믹(감염병), 공급망 중단 등 상황에 대한 위기관리 및 비즈니스연속성관리(BC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자문 요청이 증가하면서 통합 위기관리 및 BCM 자문 용역을 집중적으로 수행 중이다. 

 

팬데믹에 대처하는 감염병 리스크 관리
결국 어떤 체제로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황에 맞설 것인지는 호텔이 선택하는 것이다. 옳고 그른 문제는 아니므로 호텔은 호텔이 현재 노출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 앞으로 닥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모든 기업은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고, 기업은 각자가 특히 취약한 리스크에 대해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이에 대비하고 있다. 호텔도 인적 서비스에 의존한 사업구조, 높은 부가가치 창출의 전문성, 부동산적 가치, 글로벌 기업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팬데믹 사태를 통해서는 어떤 감염병 리스크 대응전략을 펼칠 수 있을까?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리스크자문본부 *고재철 이사(이하 고 이사)는 “세계경제포럼(WEF)의 Global Risks Report 2020에 따르면 감염병(Infectious Diseases)은 주목해야할 10대 리스크 중 하나로, 발생가능성은 낮으나 영향력은 높은 리스크로 꼽힌다. 이러한 유형의 리스크를 우리는 ‘블랙스완(Black Swan)’ 리스크라고 정의하는데 블랙스완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 911 테러나 세월호 사고와 같은 사건으로,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질 뿐만 아니라 재난 이후 파급효과로 해당 리스크에 대한 시각 및 대비를 위한 모든 것이 달라지는 재난”이라면서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 국제표준인 ISO 22301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점진적 재난으로 분류, 사고 발생 시 대응보다는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BCM,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를 토대로 한 예방과 대비로 사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즉, 예방·대비 및 통제의 노력에 따라 후속 피해의 규모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란 무엇인가?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는 감염병 또는 인력공백에 대한 업무중단 시나리오를 담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이 필요하다. BCP는 재해·위기 상황의 전 단계에서 대내외 역량확보와 체계운영 및 관리를 포함하는 포괄적 프로세스와 운영체계를 의미한다. 고 이사는 “감염병 및 인력공백 시나리오를 설정할 때 중요한 기준은 기업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연속성을 확보해 고객에게 그동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명확한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라면서 “가령, 팬데믹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도 ‘우리 회사는 2주 이내에 평상시 대비 70% 수준의 상품 혹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하는

‘복구목표시간(RTO, Recovery Time Objective)’과 ‘업무연속성 최소 수준(MBCO, Minimum Business Continuity Objective)’이 정의되면 이에 따라 제공할 서비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필수 조직, 업무 프로세스 등이 식별되며, 업무연속성관리 체계를 수립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식별된 핵심 업무, 핵심 인력과 관련 자원들은 위기상황에 따라 중단되지 않도록 예방/대비 및 보호 전략 수립이 함께 병행 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위기 상황에 대한 예방과 대비는 어느 시점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일까? ISO 22301이 감염병과 같은 재난을 점진적 재난으로 분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염병, 특히 팬데믹과 같은 범세계적인 감염병은 최초 감염 이후 확산이 되는 데까지 어느 정도의 기간이 있다. 통상적으로 감염병 발생은 4단계에 걸쳐서 나타나는데, 제1단계 해외 발생기를 지나 제2단계인 국내 발생 초기, 제3단계에서는 감염확대기→만연기→회복기를 거쳐 제4단계 소강기에 거쳐 단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편 BCM에서 재난 관리 단계는 예방→대비→대응→복구의 4단계로 보는데, ISO 22301의 Guidance인 ISO 22313에서는 점진적 재난의 경우 최초 시그널 이후, 확산 전 단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제하는지에 따라 피해의 크기가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고 이사는 “그동안 BCM을 잘 관리해온 기업들은 사전 대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고, 피해를 줄이면 그만큼 회복되는데 복구기간도 짧아진다. 이를 회복력, ‘리질리언스(Resilience)’라고 하는데 리질리언스가 좋은지, 안 좋은지를 파악하는 척도는 연속성에 대한 대비 및 대응을 얼마나 전략적이고 효과적으로 했느냐”라고 설파했다.

 

<사업연속성관리(BCM) 체계의 정의>

 

자료 출처_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능동적 피해 통제로 빠른 회복력 확보 관건
결국 BCM은 비즈니스가 중단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축소시키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호텔의 코로나19 상황에 대입해 아래 그래프를 보면, BCM이 잘 준비된 호텔은 앞서 언급된 복구목표시간(RTO)과 최저업무연속성목표(MBCO)를 명확히 설정해 코로나 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운영 중단이 최소화 되며, 최저 서비스 수준을 확보함으로써 사업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코로나19 국내 확산 이후에도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객실의 50%라도 운영할 것인지, 감염 리스크가 운영했을 때의 리스크보다 크다고 판단해 아예 영업을 중단시킬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리질리언스 관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사안이다. 그렇게 업무연속성의 최소 수준을 정해놓은 호텔은 영업의 연속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각종 프로모션이나 우리 호텔은 안전하다는 지속적인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이때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활동을 재개하기 위한 ‘복구목표시간(RTO)’을 설정하는 것은 필수다. 


그렇게 기업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 피해를 어떻게 능동적으로 최소화 하느냐에 따라 이전 상태로 회복할 수 있는 여력이 달라진다. 비즈니스 연속성에 대한 대비가 되지 않는 기업은 멍하니 보고 있는 사이에 사회와 시스템이 무너진 이후 손쓸 방도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그간 BCM 관리를 통해 고객과 꾸준히 소통한 기업과의 경쟁력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도 포스트 코로나 이후 새로운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점진적 재난 상황에 대한 효과적인 BCM 모델>

자료 출처_ Figure 3. Illustration of BCM being effective for gradual disruption(e.g. approaching pandemic)


“치밀하고 적극적인 위기관리,
 리스크의 모든 순간 대비·대응 가능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리스크자문본부 고재철 이사

 

세계적으로 많은 글로벌 기업에서 감염병 리스크에 대한 BCM 체계를 갖추고 있다. 위기관리 시나리오는 어떻게 설정, 대비해야 하나?
시나리오 및 절차 개발을 위해서는 우선 리스크 대비·대응 체계를 조직, 감염병 리스크로 인한 취약성(대응조직 및 체계, 인력, 인식 및 역량 등)에 면밀한 리스크 평가와 함께 조직의 핵심 업무를 식별하고, 업무 중단 시 우리 조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전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그렇게 수립된 분석된 리스크 및 중단 영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방/대비 단계에서는 피해의 최소화를 위한 근무지 분산, 핵심 인력의 분산과 함께 ‘업무적 단일실패점(SPOF: Single Point Failure)’이 없는지 점검하는 시나리오를 담아야 한다. 업무적 단일 실패점이란 특히 인적 서비스가 주를 이루는 기업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인데, 업무에 있어 핵심인원이 부재했을 때 미칠 수 있는 문제를 말한다. 이를테면 호텔의 시설관리자가 1명뿐이라면 해당 관리자가 감염 등의 문제로 부재한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리스크다. 팬데믹에서는 채용도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미리 핵심 인력을 백업해둬야 한다. 위기상황에서의 중단은 더 위험하다. 규모가 작아 인력 백업이 불가하다고 하면 인근 호텔들과 협약을 맺거나 하는 방법을 강구해보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불가능한 상황까지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한편 복구 및 재개 단계 시나리오에서는 기업의 최소 연속성 목표 충족을 위한 핵심 업무별 필요 인원, 필요 공간 및 자원, 그리고 설비 등의 구체적인 자원에 대한 복구 시나리오를 세우게 되는데, 이때 중요한 점은 이렇게 개발된 시나리오 및 절차는 반드시 훈련이 이뤄져야하며, 모의훈련 및 테스트를 통해 가동 실효성에 대한 검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팬데믹의 경우 워낙 이례적인 리스크로 많은 호텔에서는 축소운영이나 휴업에 대한 고민이 상당하다. BCM의 관점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호텔은 인적 서비스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인력에 대한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물론 호텔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호텔의 강점과 약점을 토대로 정확한 예방/대비 플랜이 세워져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종식 후 고객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순식간이다. 즉, 정상화가 된다면 소비자의 니즈는 평상시의 수준으로 급격히 전환된다는 이야기다. 고객은 호텔의 사정을 일일이 봐주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보면 무작정 휴업하는 것은 영업 재개 이후의 또 다른 리스크를 양산할 수 있다. 문을 닫은 상태에서 다시 재가동을 하려고 하면 인력충원이나 호텔을 재정상화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운영이라도 실시해 고객과의 접점이 어느 정도 있었던 호텔과, 아닌 호텔의 차이는 재개 시점에서 평판의 차이가 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현재 호텔은 호텔의 전체 라이프 사이클 중에 가장 긴 휴지기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운영이 너무 어려워 휴업을 선택했겠지만 직원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든지 새로운 서비스 개발 준비 등 다른 방면으로 재투자하는 시간으로 포스트 코로나 이후 부흥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감염병 리스크 발생 시, 비즈니스 연속성을 위한 계획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기업 리스크 중 가장 큰 이슈는 불확실성의 장기화다. 모든 리스크 매니지먼트에서 중요한 사항이지만 특히 불확실의 상황에서는 리스크의 보고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사결정 체계가 잘 정비돼 있어야 각 단계별 이슈들을 빠르게 공유, 결정권자의 신속한 판단이 다음 플랜으로 넘어가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위기시에 경영진에게 유입되는 정보에는 사실과 다른 정보들이 많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들을 가려(Fact Check) 의사결정에 우왕좌왕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경영진들은 이러한 의사결정 체계를 토대로 신속한 결정과 오더를 내려야 한다.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감염병 리스크는 몇 차례 겪어온 리스크기도 하다. BCM을 토대로 이번 팬데믹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곳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감염병 리스크는 기존의 재난/재해 리스크를 잘 관리해오던 제1금융권과 에너지 공기업, SK하이닉스와 LG전자와 같은 제조업체에서 선제적으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에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사고에 대한 사항들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보의 차단은 직원과 고객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호텔과 방역당국의 메시지가 서로 다르면 불필요한 정보가 외부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경보와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하는 ‘보고’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통보’, 그리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정보를 오픈하는 ‘공유’가 있는데 BCM 체계가 잘 관리되고 있는 곳들은 이 정보의 공유가 기업의 내·외부적으로 활발하다. 정보를 공유함에 있어서 숨김없이 모든 사실을 드러내놓고, 불확실한 미래라고 하더라도 결정해야 할 사안이 생기면 정해놓은 시간 내에 어떤 식으로든 경영진은 답변을 내놓는 것이다.


또한 내부는 물론 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거리낌이 없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만하다. 이번 코로나19에 있어 SK하이닉스는 확진자도 아닌 확진자와 접촉한 연수 중의 신입직원 직원이 있다는 이유로 이러한 상황을 신속히 공개 후 바로 이천캠퍼스 교육장을 폐쇄시켰다. 그 이후 한 명의 확진자가 나왔을 때도 즉각적 대응과 함께 반도체 생산에 문제가 없음을 언론 공개를 통해 알려 BCM 체계가 잘 가동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앞으로 호텔들이 위기관리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면?
WHO에서는 이미 2005년부터 “팬데믹에 대한 10가지 상식”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팬데믹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고, 또 다른 유형의 팬데믹이 촉발될 수 있으며 대량 사망자와 함께 사회, 경제적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모든 국가는 언제든 재발 가능한 팬데믹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팬데믹을 통해 호텔들도 체감한 바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호텔업계는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체계를 경영관리시스템으로 도입한 사례가 거의 없다. BCM은 한마디로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위기상황에서 제한된 시간 내에 기업의 핵심 기능을 복구해내는 총체적인 경영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호텔 고객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방문을 재개할 것이다. 이때 최대한의 고객을 수용하려면 호텔의 핵심 기능이 최대한 빠르게 복구돼야 한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호텔업계도 생존을 위한 하나의 생명보험과 같이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체계에 관심을 두고 앞으로 또 다가올 제2의 코로나19에 대비할 것을 권하고 싶다. 


 

다방면의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호텔,
적극적인 관리 체계 도입돼야
이례적인 팬데믹 선언에 호텔업계가 무방비의 상태에서 격심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2~3개월 동안 휘몰아쳤던 운영체제의 변화로 호텔업계도 포스트 코로나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한 호텔 총지배인은 “전체적으로 축소 운영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갈수록 유연 근무에 대한 호텔들의 고민이 많아질 것”이라면서 “이제는 어떻게 하면 조직을 슬림하지만 콤팩트하게 운영할 것이냐에 따라 능동적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향성이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일당백의 멀티플레이어 직원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호텔의 경우 일반 기업과 다르게 백오피스라고 하더라도 재택근무가 불가한 부분이 있고, 대면 서비스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름대로 자구책을 찾고 있는 곳들은 언택트 서비스 도입을 통해 대면 접촉의 기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을 지속해나가고 있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탄력적 인력 운영을 시도 및 경험해나가며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고 있다. 한 글로벌 IT 기업은 팬데믹이 선언되기 훨씬 이전인 지난 1월 31일부터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팬데믹 플래닝’을 전사에 공표, 인트라넷 상단에 ‘Novel Coronavirus(코로나19) Update’라는 메뉴를 만들어 코로나19의 유행 상황을 시시각각 업데이트했을 뿐 아니라, 평소에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던 글로벌 BCM팀이 아닌 위기대응 시에만 가동하는 위기관리팀을 소집시켰다고 한다. 이제와 자세히 들여다보니 관광업계도 그간의 숱한 재난, 재해의 관광 위기를 겪어오며 대응 체계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 이번 팬데믹 위기를 계기로 매 관광 위기마다 직격탄을 맞아온 호텔도 각자가 힘들다면 힘을 합쳐 BCM과 같은 위기관리 체계를 갖춰야 할 때가 왔다. 4월 말, 코로나19 확진자의 수가 한 자리 수대로 줄어들며 희미한 것 같았던 종식이 조금은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언제나 방심은 금물이지만 포스트 코로나를 바라보며, 감염병을 포함해 업계에 도사리고 있는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대한 호텔들의 적극적인 대처로 더욱 굳건한 호텔산업이 되길 바라본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강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