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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없어도 있는 듯이

호텔레스토랑 매거진 2019. 10. 8. 09:30

“하늘이 사랑에 빠져 이토록 청명한 것일까? 태양이 사랑에 빠져 영롱한 빛을 내고 바다가 사랑에 빠져 파도 소리를 내고 산과 땅이 사랑해 나무와 풀을 자라게 하네. 이 좋은 계절, 이 좋은 사람과 함께 잠을 자고 함께 눈을 뜨면 내 앞에 태양이 있네.”
*거의 창작에 가까운 멜로디와 가사로 아침을 열어주는 오바드(Aubade; 아침의 음악’ 이라는 뜻으로 세레나데와 반대되는 말).

 

어느 모임의 자리에서 와인 잔을 채우며 연신 즐거운 대화를 할 때 그의 깊은 눈을 훔쳐봤다. 뜨거운 팬에 구워진 갈릭 버터 쉬림프 향이 그와 같았다. 버터, 마늘, 새우 각각의 향을 고스란히 가지며 조화롭게 어우러져 뜨거운 향까지 맛을 더해 정신이 혼미했는지도 모른다.


뜨거운 팬에 오렌지 빛으로 구워진 새우가 동그랗게 허리를 구부리고 그의 눈과 영혼을 탐하고 있었다. 말초신경에는 사루비아 꿀 같은 갈릭 즙이 나오고 풍성한 언어의 마술을 부르게 하는 버터 향이 새우에 사랑의 옷을 입혀줬다. 약간 탄 듯한 브라운의 색감은 완숙한 맛을 만들어주고 주변의 흩어진 양념은 풍요로움을 느끼게 했다.


새우를 입에 넣으면 따뜻한 온기가 온 입안을 가득 채워 눈이 스르르 절로 감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탐닉하는 그 남자는 몇 가닥의 흰머리와 웃으면 잡히는 눈가의 잔주름으로 완숙한 중년의 기품을 가졌다. 세련된 감색 양복 속의 옐로셔츠, 세련된 매너와 말투는 균형감 있는 남자로 느껴졌고 뜨겁게 한순간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신뢰감으로 곁에 오래 두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 같아 보였다. ‘혹시 그에게 오랜 시간 곁에 있는 연인이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와인을 마셨다.
다행히 그는 “손을 놓은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이 그리워 혼자”라고 했다.


오바드 향에 이끌려 입술이 내 이마를 지나 미끄러지듯 코를 타고 내려와 했던 그와의 첫 키스를 기억한다. 그 향에 취해 첫 만남에서 키스를 하고 그 열렬함으로 매일 밤 세레나데를 불러줬던 시간을 지나 그 남자의 오바드 노래로 하루를 시작하게 됐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란제리 브랜드 ‘오바드’가 우아한 여성의 몸을 담은 향수를 출시하면서 진행한 광고 캠페인은 ‘유혹의 레슨’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나체의 여성이 향수를 감추듯 들고 있다. 파우더리 플로럴 계열의 이 향수는 겔랑의 ‘라쁘띠 로브 느와르’를 제작한 바 있는 델핀 젤크가 조향했다. 탑노트에서 아몬드와 클로브로 시작해 미들노트에서는 프리지아, 장미, 피오니, 헤리오트로프, 바이올렛, 은방울꽃 등 플로럴 향취가 이어지고, 베이스노트에서는 바닐라와 시더우드, 머스크의 조화로 잔향을 뚜렷하게 남기는 향수, ‘오바드’가 민들레 홀씨 같던 그의 마음을 붙잡았다.

 

매일 불러주던 오바드의 횟수가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어들 때 뜨거운 여름, 그 남자는 병원을 다녀와 선선해지면 운동이나 같이 하자고 했다.


날씨가 선선해진 어느 가을날, 몸의 생체기능이 점점 가을을 지나 겨울로 향해 가는데 가끔 나이를 잊고 혼돈스런 욕심이 생기고 뜨거운 밤을 맞으며 그는 그녀에게 “오~ 나의 오바드”라고 외쳤다.


누구나 인연 따라 사랑을 하고 인연 따라 헤어지기도 하지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앉아 있는 순간에도 머릿속엔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뇌를 짓누르며 훑고 지나가 눈앞이 혼미해지고 눈꺼풀이 감겨온다. 그동안 그녀를 만나며 누렸던 행복이 한바탕 꿈이었나 보다.


그 꿈이라는 말 속에 행복과 평온이 있고, 인생의 허망함이 있으니 어느덧 가을녘에 서면 인생이 더 새롭고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말에도 집에만 있지 말고 모임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와요.”
오만 원 지폐 두 장을 내밀었다.


긴 세월이 지나 혼자 남겨질 그녀를 위해 처음 함께 먹었던 갈릭 버터 쉬림프가 그리운 것이다.
어제는 그 남자가 세레나데를 불렀다.


“그녀 곁을 떠나는 날엔 나 아닌 자네가 그 인연의 귀한 끈을 이어 그녀에게 오바드를 불러주오. 나 아닌 자네는 어디 있는가? 자네는 누구인가? 자네에게 그녀의 손을 잡아보게 하겠네.” 허밍에 가까운 노래였다.

 

가을이 깊어가는 토요일 오후, 두 사람은 눈이 부시게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마치 싸우고 화해가 덜 된 연인처럼 말없이 걸고 있었다. 한적한 도로를 벗어나 얼마쯤 걸었을까? 그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여보 사랑해~ 나는 당신 곁에 없어도 있는 듯이, 있어도 없는 듯이 곁에 있을게....”


글 : 김성옥 / 디자인 : 임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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