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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교노 온도코(京の温所)_ 속옷 기업 와코루, 마치야의 위기를 구하다

 

세계적인 여성 속옷 기업인 일본의 와코루(Wacoal)가 2018년 4월 교토에 숙박시설을 오픈했다. 본업과 시너지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숙박사업에 진출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 답은 와코루가 기업의 사회공헌적인 측면에서 일본 전통 민가인 마치야(町家)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그 스토리가 흥미롭다.

 

위기의 마치야(町家)

마치야(町家)는 일본의 전통적인 민가의 한 형태로 에도시대에 도시에 거주하고 있던 장인 혹은 상인들이 살던 주택을 뜻한다. 마치야의 건축 형태 중에 특징적인 점은 도로에 면한 전면부에는 상점이, 뒤편에는 주거영역이 위치하는 이른바 상가 겸용 주택이라는 점이다.

마치야중에서도 교토의 마치야는 오래 전 부터 교토를 찾는 사람들에게 이곳의 역사와 정서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여겨져 왔다. 마치야가 늘어선 지역인 기온 거리에는 패션의 명품 ‘에르메스’, 카메라의 명품 ‘라이카’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브랜드들이 마치야의 양식을 유지한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새로운 명소로 사랑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처럼 교토를 대표하는 주거 형태인 마치야가 지금은 고령자들이 세상을 떠난 후 유지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헐리고, 주차장으로 변하며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게다가 마치야를 보존하고 관리해온 장인들 역시 일감이 줄어들어 후계자 양성이 힘들어진 실정이다.

 

 

 

2016년도 쿄토 관광에 관한 종합 조사에 따르면, 마치야는 현재 쿄토에 약 4만여 채 정도 있는데, 그 중 빈집은 5800곳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 7년 동안 마치야에서 영업을 하다 소유자의 고령화로 인해 없어진 상가 역시 5600여 곳에 이르며, 빈집의 증가는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국내외 관광 수익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1조 862억 엔이며, 투숙객 수 역시 4% 증가한 1400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교토는 급증하는 관광객에 비해 숙박시설의 부족이 심각한 실정이다. 바로 이러한 교토의 숙박 시설 부족과 마치야의 소멸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작된 것이 와코루의 교노 온도코(京の温所)프로젝트다.

 

교노 온도코의 운영 시스템


교노 온도코 프로젝트는 와코루 마치야의 쿠노스키 아키히로 영업부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의 운영방식은 매우 특이한데, 와코루가 마치야의 소유주와 임대차 계약으로 상가를 빌려, 개조 후 교노 온도코시리즈의 숙박시설로 운영하는 형식이다. 그리고 10~15년 후에는 이를 소유주에게 반환하고 후세에 이 시설을 그대로 이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쿠스노키 부장에 따르면, 리모델링 비용은 모두 와코루가 부담하고 숙박 시설로 운영 후 소유자에게 반환한다고 한다. 실제로 처음 오픈한 마치야인 「교노 온도코 오카자키」의 리노베이션에에 들어간 비용은 약 수 천만 엔으로 모두 와코루가 부담했다. 게다가 소유자에게는 임대료를 매월 지급하고, 임대기간이 만료되면 소유주에게 무료로 반환한다. 소유자에게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는 시스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코루가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마치야를 소유하지 않고, 반환한다고 하더라도 숙박시설로 운영하기 시작하면 임대하는 동안 충분히 수익이 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3곳의 교노 온도코


현재까지 와코루가 오픈한 브랜드인 교노 온도코는 세 곳이다. 첫 번째로, 와코루가 오픈한 「교노 온도코 오카자키(京の温所 岡崎)」를 보자. 이곳은 주변이 헤이안진구와 미술관 등 교토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즐비한 시내 관광의 기점으로, 접근성이 좋은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다. 장기 체류를 고려해 다이닝 키친이 설치돼 있으며, 주방 도구와 꽃병에 이르기까지 일상 용품들까지 갖췄다. 그야말로 체류하는 동안 교토에서 사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설의 내부를 살펴보면, 1층에는 주방 및 식당, 다다미 방, 욕실과 화장실이 있고, 2층에는 침실, 다다미방이 있다. 요금은 한 동에 6만~18만 엔까지며(세금 별도, 인원과 시기에 따라 변동), 최대 6명이 숙박할 수 있다.

 

 

 

두 번째 시설인 「교노 온도코 카만자니조」는 유명한 니조성에 가깝고, 오카자키와 마찬가지로 카만자니조 역시 시내 관광에 최적인 지역에 위치해 있다. 패션브랜드 minä perhonen의 디자이너 미나가와 아키라씨가 디렉션을 담당하고,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설계를 담당했다. 이곳의 특징은 실제로 거주하는 것을 고려한 공간 연출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포함돼 있다. 교토의 식재료로 요리할 수 있는 부엌, 금송의 향기가 퍼지는 안뜰, 그리고 약 200권의 장서를 갖춘 라이브러리가 있다. 이곳에서는 여행이라는 비일상과 일상이 교차시켜 새로운 추억을 만들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진이나 입체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미술 장식품을 설치해, 예술을 주거공간에 내재시키는 효과를 만들었다. 구성을 보면, 1층에는 주방 및 식당, 트렁크 룸, 욕실, 화장실, 정원, 라이브러리가 있고, 2층에는 침실, 일본식 다다미가 있다. 요금은 6만~10만 엔이며(세금 별도, 인원과 시기에 따라 변동), 숙박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4명이다.


세 번째 시설인 「쿄노 온도코 고코마치에비스가와」는 교토 교앤과 가까워 역시 시내 관광을 위한 접근성이 좋다. 이 지역은 옛 거리 풍경이 남아있는 반면, 레스토랑이나 마치야를 리노베이션한 카페 등 음식점도 많은 인기 지역이다. 이곳 역시 거주하는 듯 공간을 재현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로 꾸며졌으며, 특히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도록 아래가 파인 고타즈 형식의 식탁이 있다. 또한, 주방에는 커피 그라인더와 앤티크 커피 잔 등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도구와 시미즈야키의 다기를 비롯해 차를 위한 다기가 준비돼 있다. 또한 이전에 차실로 사용되던 방은 약 50권의 도서가 구비된 일본식 서재로 꾸며져 있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커피는 교토의 마루토시 커피로 ‘교노 온도코’에서만 제공되는 오리지널 블랜딩 커피다. 녹차도 교토의 우지에서 만들어진 엽차 2종류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체적인 구성은 1층에는 주방 및 식당, 일본식 방, 욕실, 세면대, 화장실, 정원, 2층에는 침실, 화장실로 이뤄져 있다. 요금은 모두 6만~10만 엔(세금 별도, 인원과 시기에 따라 변동) 최대 4명이 묵을 수 있다.

 

와코루가 마치야를 리노베이션한 숙박시설로 진출은 시작한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첫째, 와코루라는 속옷을 만드는 기업이 전혀 무관해 보이는 숙박업에 뛰어들었다는 것, 둘째, 숙박시설이라는 신규 사업을 진출함에 있어서 건설비용 같은 초기 투자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숙박업에 진출할 경우, 토지 매입이나 건설비용 등 초기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와코루는 토지와 건물을 빌리고 리노베이션에 집중해 초기 비용을 최소화했다. 바로 이러한 전략은 리스크 헷지라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만약에 숙박시설로서 실패할 경우 철수 역시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발생하는 손해는 리노베이션에 들어간 비용뿐이며, 이것도 마치야를 보존했다는 점에서 기업의 사회공헌이라는 무형의 성과로 보전될 수 있다.

 

 

 

한국에도 역사가 오래된 많은 한옥들이 있지만, 이들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과 녹록치 않은 수고가 수반된다. 다행히 서울 삼청동의 경우 시의 지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한옥들의 사정은 여의치 않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오래된 한옥을 보전하고 이것을 비즈니스로 만드는 한국의 와코루 같은 기업의 등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