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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Luxury Hotels of the World(SLH)는 작지만 강력한 호텔들을 연결시켜주는 소프트 브랜드다. 글로벌 체인 호텔이 가지고 있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각각의 독립 호텔에게 제공하는 일을 하는데 이러한 SLH가 한국에 상륙했다. 현재 한국에는 어떤 호텔이 SLH에 속해 있는지, 또 앞으로 SLH가 국내 호텔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아보도록 하자.

 

스몰 럭셔리 호텔을 연결시키다, Small Luxury Hotels of the World


Small Luxury Hotels of the World(이하 SLH)는 소프트 브랜드, 혹은 Affiliation Program이라고 불린다. 쉽게 말해 여러 독립 호텔들을 하나의 멤버십 단위로 묶어주는 브랜드다. 이러한 소프트 브랜드는 전 세계적으로 여러 종류가 있지만, SLH는 조금 더 특별하다. 이 브랜드의 기준에 맞게 호텔의 콘셉트를 ‘스몰 럭셔리’, 혹은 ‘럭셔리 부티크’에 한정해 멤버가 될 호텔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선정 기준은 기본적으로 럭셔리함, 그리고 얼마만큼 오너의 철학이 호텔에 가닿았냐는 것이다. SLH 가입 호텔의 평균 객실이 46개 정도인데, 이렇듯 작지만 개성 강한 호텔을 찾는 것이다. 필수 부대시설 같은 기준은 없지만, 고객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SLH는 1989년에 처음 출범돼, 현재는 전 세계 80개국의 520개 호텔, 그리고 4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45년 전통의 세계적 호스피탤리티 잡지 <Hotels Magazine>에서 선정한 소프트 브랜드 중 가입 객실 수 기준 12위에 랭크됐으며, 가입 호텔 수 기준으로 하면 9위다. 스몰 럭셔리로 호텔 콘셉트를 한정지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규모를 자랑한다.


대표적인 SLH 가입 호텔은 뉴욕의 Refinery, 방콕의 137 Pillars Suites 도쿄의 The Tokyo Station까지. 가입 호텔의 면면을 살펴보면 평균 객실은 채 50개가 되지 않고, 작지만 럭셔리하고 명확한 철학을 가진 호텔들로 리스트가 꽉 채워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SLH의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 역시 충성도가 높은 편인데, 한 번 SLH에 가입된 호텔에 방문하고 신뢰가 생기면 다른 국가의 호텔에 투숙할 때 다시 SLH 멤버를 찾기 때문이다. SLH의 주요 타깃은 표준화를 거부하는 테이스트가 높은 고객들, 그중에서도 ‘영 앳 하트’, ‘액티브 시니어’들이다. 물론 나이에 상관없이 전 세계 다양한 고객들이 현재 SLH에 가입된 호텔을 이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SLH 리스트에 있는 멤버 호텔들이 강력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1호 SLH 멤버가 된 호텔 28


국내에 SLH에 가입된 호텔은 두 곳이 있다. 바로 명동의 ‘호텔 28’과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의 ‘아트파라디소’. 특히 호텔 28은 국내 1호 SLH 가입 호텔로 해외에서 먼저 관심을 끌기도 해, 외국인 방문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호주의 대표 글로벌 인테리어 설계 디자인 그룹인 HBO+EMTB와 디자인 솔루션 그룹 다이나그램(DYNAGRAM)이 협업해 완성시킨 호텔 28은 호텔의 건물 외관 디자인부터 객실 인테리어, 호텔에서 사용되는 어매니티까지, 럭셔리 부티크 콘셉트로 차별화했다.


무엇보다 호텔 28 명동의 특징은 럭셔리함과 더불어 영화 촬영 현장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인데, 호텔 28 명동의 창업주인 신영균 명예회장이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배우였기 때문이다. 결국 호텔 28은 SLH가 추구하는 오너의 인생과 철학에 가닿는 호텔인 것이다.


호텔 내부로 들어서면 곳곳에서 감각적인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 눈길을 끈다. 외관의 인더스트리얼의 느낌이 내부에서도 유기성을 갖도록 인테리어에 심혈을 기울였다. 1층 로비에는 항상 영화 필름이 상영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투숙객들에게 영화적인 인상을 더욱 견고히 심어준다. 특히 일반적인 객실 이외에 에르메스(Hermes) 가구들로 채워진 ‘디렉터스 스위트룸’을 기획해 호텔 28 명동만의 특별한 공간을 창조했다. 2012년, 세계적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Hermes)’로부터 호텔 28 명동의 신영균 명예회장이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는데, 이때 헌정 받은 ‘디렉터스 체어’를 이 객실에 비치해두기도 했다. 이렇듯 호텔 28은 지성과 낭만의 원천이었던 명동의 문화를 되살리며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국내 2호 SLH 가입 호텔, 아트파라디소


아트테인먼트 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PARADISE CITY)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럭셔리 부티크 호텔 ‘아트파라디소(ART PARADISO)’가 국내 2호 SLH 멤버가 됐다. 특히 국내 최초 4개 타입 58실의 모든 객실이 스위트룸으로 구성돼 관심을 모았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글램 아트를 완성하는 아트워크가 어우려져 그야말로 ‘럭셔리’를 제대로 표방하고 있는 국내의 드문 호텔이다. 거기에 20세 이상만 출입이 가능한 파격도 선보였다.


아트파라디소는 이름에 걸맞게 아트와의 공존을 통해 전체 호텔 공간을 갤러리화한 것이 호텔의 콘셉트이자 철학이다. 전체 테마는 모던과 클래식이 믹스매치된 레트로 디자인. 전체적으로 어두운 조도 덕분에, 부분 조명을 통해 아트워크들이 돋보이게끔 연출했다. 여기에 블랙 & 화이트 무채색 대리석과 우드 소재로 클래식한 느낌을 더하고, 골드계열의 Brass(황동)를 몰딩, 프레임, 가구 등에 포인트 컬러로 디테일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3층 클락 라운지에 들어서면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여타 호텔에서 만날 수 없는 유니크한 경험을 제공한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알렉시아 싱클레어의 ‘레이디 저스티스(Lady Justice)’ 12개 연작부터 미디어 아트 개척자 백남준의 ‘히치콕드(Hitchcocked)’, 국내 1세대 그래피티 아티스트 제바(XEVA)의 ‘Day-by-day’까지 이 호텔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호텔업계에 우후죽순 생겨난 3, 4성급 중소형 호텔들이 콘셉트의 부재로 문제가 되고 있다. 또, 럭셔리 시장의 부재도 호텔 산업의 질적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로 꼽히곤 한다. 이런 때에 SLH는 유기적인 콘셉트와 철학을 가진 작은 럭셔리 호텔을 찾고 있다. 어쩌면 지금 국내 호텔 업계에 가장 필요한 호텔의 모델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소프트 브랜드의 국내 상륙이 선한 영향력을 끼쳐 국내 호텔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국내에 SLH를 처음 들여온 the hospitality service의 최영덕 대표와 만나봤다.

 

“국내에도 작지만 강한 스몰 럭셔리 호텔들 다수 생기길”
the hospitality service 최영덕 대표

 

 

‘Small Luxury Hotels of the World(이하 SLH)’를 한국에 들여왔다. 아직 생소한 이들이 많을텐데, 이 브랜드에 대해 소개해 달라.
SLH는 쉽게 말해, 독립 호텔들이 제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용어정리를 명확히 하면 ‘어필리에이션 프로그램(Affiliation Program)’ 혹은 ‘소프트 브랜드(Soft Brand)’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외에서 잘 알려진 이러한 제휴 브랜드 중 ‘Preferred Hotels & Resorts’라는 프로그램이 비슷하다. 520개 호텔이 소속돼있다.

 

SLH에 소속되기 위한 자격기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독립 호텔이라고 다 들어올 수 있는 건 아니다. SLH의 평가 항목에 부대시설에 대한 것은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Look & Feel’이다. 오너의 철학과 일치하는 무언가가 있어야한다는 말이다. 가장 큰 특징은 첫째, 럭셔리함 그리고 둘째, 오너의 개성이 뚜렷해야한다. 오너가 어떤 가치관, 혹은 철학으로 호텔을 만들었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오너가 원래 어떤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도 본다. 
 

▲ 호텔 28 명동


구체적으로 SLH에 가입한 호텔들은 어떠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가?
기본적으로 독립 호텔들은 글로벌 세일즈 마케팅 채널이 없다. 그들이 뭔가를 하려고 하면 독자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하는데, 아무래도 개별 호텔의 역량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SLH는 그런 부분들을 상쇄시켜준다. SLH 멤버 호텔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설명하자면 첫째, 글로벌 예약망을 가지고 있다. 둘째, SLH와 연계돼있는 수많은 OTA 채널이 존재한다. 셋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트레블 팀과의 DB 공유가 가능하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입 이후 호텔의 운영에 SLH가 영향을 끼치는 일이 있는가?
SLH는 멤버가 된 호텔의 운영에 크게 간섭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일정 기간 동안에는 품질 유지 관리는 계속 한다. 주로 호텔의 서비스에 관한 점검 및 평가를 계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퀄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마련된 250개 항목을 통해 인스펙터들이 직접 평가를 하러 가기도 하고, 호텔 측으로부터 리포트도 받는다. 특히 미스터리 인스펙터는 SLH의 최고 수준의 고객들 중에 본사에서 선정한다. 일반 고객도 있고, 업계전문가 등 다양하다. 그렇게 해서 520개 호텔을 1등부터 520등까지 순위를 매긴다.

 

▲ 더 도쿄 스테이션 호텔

 

평가 기준으로 호텔들의 순위를 매기는 것에 대해 호텔들이 불만은 없나?
평가 항목은 럭셔리 호텔에서 제공해야하는 필수적인 서비스 품질 수준이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독립 호텔들 경우에는 서비스 프로그램이 잘 셋업돼있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호텔의 운영은 간섭하지 않고, 평가 항목에는 불필요한 부대시설에 대한 기준도 없다. 오히려 이러한 평가를 통해 개별 호텔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하고, 긍정적인 선순환을 이뤄내고 있다.


최근 SLH는 하얏트와 멤버십 프로그램 제휴를 했다. SLH로서도 고무적인 일일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2018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SLH와 하얏트는 예약 공유를 하게 됐다. 하얏트는 업 스케일 쪽에 집중을 하고 있는 브랜드로, 회원 수가 기본적으로 100만이 넘는다. SLH 입장에서는 이러한 하얏트의 고객들을 확보한 셈이니, 엄청난 홍보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 하얏트 입장에서는 럭셔리를 추구하는 멤버십 고객들에게 SLH를 통해 유니크한 카테고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이렇듯 제휴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 브랜드가 생소한 한국에 SLH를 들여왔다. 처음에 어떤 이유로 SLH에 주목하게 됐나?
SLH는 처음 1989년도에 만들어지게 됐고, 아까 언급했듯이 현재 호텔 520곳을 보유 중이다. 이 수치는 매우 빠르게 성장한 케이스다. 또, 세계적인 공신력이라고 하면, ‘스몰 럭셔리’ 혹은 ‘럭셔리 부티크’로 타입을 한정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소프트 브랜드 중 12위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2012년 정림학생건축상에 멘토로 참여한 경험이 있었는데, 이때 크리에이티브한 학생들과 교류하며 처음 ‘부티크 호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됐다. 이후, 파라다이스 시티 프로젝트를 비롯, 국내 여러 호텔의 개발을 담당하게 되면서 지속적으로 부티크 호텔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 아트파라디소

SLH가 국내 호텔업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SLH는 국내 호텔의 질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에 샹그릴라, 만다린 같은 럭셔리 호텔이 들어오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고부가가치인 럭셔리 산업을 포기하는 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다수 미쉐린 다이닝이 입점해 있는 한국에 럭셔리 호텔도 이제 들어올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큰 럭셔리 호텔을 짓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다. 국내에는 작은 럭셔리한 호텔을 만드는 게 럭셔리 호텔 시장을 성장시키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호텔업을 하고 싶은 오너들이 많을 것 같다. SLH는 이들에게 조금 더 스스로의 브랜드를 강화시키고, 동시에 우리나라 입장에서 작지만 강한 럭셔리 호텔들을 생기게끔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스테파니 김 / 디자인 : 임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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