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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 레스토랑 -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먹거리 포비아 (Phobia:불안증’) 어떻게 안심해야 되나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먹거리 포비아 (Phobia:불안증’)

어떻게 안심해야 되나








올해가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이 맞긴 한가보다. 닭도 계란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연초에 브라질에서 부패한 닭을 수입해와 문제가 불거진 이후,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계란을 대규모 살처분해 계란 값이 폭등했다. 심지어 계란을 한 사람당 한 판 이상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일시적인 규제도 일어난데 이어, 이제는 오히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계란 소비가 위축돼 계란 가격이 뚝 떨어졌다. 소비자들은 계속되는 식품파동으로 먹거리 포비아에 지배당하고 있다. 


취재 노아윤 기자




수그러지지 않는 식품 문제들 


지난 8월, 여태껏 우리가 먹고 있었던 계란이 살충제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발암물질 비펜트린과, 맹독성 화학 물질로 다량 섭취 시 간장, 신장 등 장기 손상가능성이 있는 피프로닐 살충제 성분을 간접섭취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예전엔 비싸서 못 먹었다고 하지만 요즘에는 못해도 하루에 한 끼 이상은 섭취해 왔던 계란이기에 소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살충제 계란에 이어간염소시지 파동까지 일어났다. 소비자들은 유통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 길이 없어 여러 인증마크들이 부착된 식품들을 안심하고 먹었지만, 친환 경인증을 받은 계란에서도, 까다로운 수입절차에 의해 들여온 소시 지에서도 문제가 계속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부의 늑장대응과 자꾸 번복되는 대처도 소비자들의 먹거리 불신 에 대한 불을 계속해서 지피고 있다. 작년 5월 충남 홍성군의 한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 비펜트린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조사는 커녕 식약처에 보고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단순히 친환경인증자격을 정지하는 안이한 조치로 이번 사태를 키웠다 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식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동안 AI, 광우병 파동, 산분해간장(MCPD) 파동 등 많은 먹거리 문제들이 있어왔다. 이런 일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져버린 이번 살충제 계란 사건과 같은 상황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 도를 고민해야 한다. 




관련 업계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미리 예방하지 못한 식품 파동에 소비자들의 밥상뿐만 아니라, 각 종 브런치 카페, 베이커리, 호텔 레스토랑 등의 업계는 뒤늦게 손쓸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계란이 문제가 되면서 일시적으로 계란 공급이 중단된 것도 있고, 전국적으로 불신을 얻고 있는 계란을 구태여 소비자들에 제공해 부정적 이미지를 보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몇몇 곳에서는 계란과 관련된 메뉴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렇다면 최고급 품질을 자랑하는 호텔 레스토랑들 의 상황은 어떠할까? 고가의 금액을 지불하고 먹는 음식들이니만큼 소비자들은 메뉴의 퀄리티에 대한 기대도 크다. 오랜 기간 호텔 레스토랑의 총주방장 으로 있었던 한국총주방장회 배한철 회장(이하 배 회장)은 “광우병 파동 당시 한 호텔의 총주방장으로 있었는데, 다들 소고기 제공을 쉬쉬할때 나는 오히려 소고기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지역농가와의 직거 래를 통해 엄선된 식재료에 자부심을 가져왔던 터라 오히려 뒤로 물러나기보다 앞으로 나섰다.”며 그동안 철저히 식자재 관리를 해왔다면 뚝심있는 태도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호텔 관계자는 “관련 자료가 보도될 즈음식 약처에서 계란에 문제가 생겼으니 전수조사가 필요 하다고 연락이 왔다. 조사 기간 동안에는 잠시 계란이 들어간 메뉴를 중단시켰지만, 평소 식자재 관리를 까다롭게 했기 때문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이 밝혀져 다시 이전처럼 판매했다. 고객들에게도 상황을 설명하니 크게 동요치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호텔들에 물어봐도 호텔 레스토랑의 피해는 지금까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호텔들이 평소에 식재료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왔던 것에 있는 듯 보인다. 신선한 식재료를 구매하기 위해 매일 새벽같이 셰프 들은 먼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발 벗고 나서기도 하며, 몇몇 호텔은 직영농장을 운영해 직접 재배한다. 또한 지역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안전한 식재료 를 공급받는 직거래 방식을 채택하기도 한다. 현업에서 근무할 당시 지역농가와의 계약재배에 주목하던 배 회장은 “계약재배를 하면 일단 식재를 꾸준 히 안전한 상품으로 받아볼 수 있다. 그리고 직거래 를 함으로써 유통단계를 줄여 이산화탄소량도 줄일 수 있어 환경적으로도 좋은 방법”이라며 “농가도 주 거래처가 있으니 안정적으로 재배에만 집중할 수 있 으며 1:1 직거래다보니 보다 책임감을 갖게 돼, 여러 모로 활성화돼야 할 제도”라고 강조했다.







업장에서도 더욱 철저하게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서울 코엑스에서 최 초로 시작해, 롯데호텔서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까지 ‘ISO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을 인증 받아 ISO22000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ISO는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의 약자로 국가마다 다른 산업 규격을 조정 및 통일하고, 물자와 서비스의 국제적 교류를 원만히 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표준화기구로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기 때문에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인증제도다. 그중 ISO22000은 식품안전을 달성하기 위해 식품공급 사슬 내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적용할 수 있도록, 기존 Codex의 HACCP이 가지는 지역성 및 규제를 ISO9001(품질경영시스템) 차원에서 접근한 개념으 로써, ISO22000 과정 중 7번째 ‘안전한 제품의 기 획실현 단계’에 HACCP 12단계를 넣어 보다 세심한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성 세균의 경 우에는 원재료의 상태도 중요하지만 유통단계에서 번식하는 경우도 많다. 청정무구한 지역에서 자라 말 그대로 ‘친환경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취급업장 의 청결상태, 조리온도, 보관습도와 온도, 교차오염 에의 노출 등을 관리해주지 않으면 유통과정에서도 얼마든지 병원성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호텔은 이러한 인증을 받음으로써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소비자들은 보다 더 안심하고 식품을 접할 수 있다. 


3년 전, 국내에서 ISO22000을 최초로 인증 받아, 얼마 전 재인증 심사까지 통과한 인터컨티넨탈호텔 강남 위생관리팀 이동기 팀장은 “ISO 인증을 받으려고 평소에 모의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실제 위 기가 발생했을 때도 좀 더 체계적인 대처가 가능해졌다. 현장에서의 위생 관리뿐 아니라 매니지먼트 차원의 대응과 관리가 가능해 지기 때문에 향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며 “이번 재인증 과정에서 힘든 부분도 있었다. 우리 호텔은 반입되는 모든 식자재들을 워낙 꼼꼼하게 관리하다보니, 호텔에 납 품하는 업체들에게 볼멘 소리를 들을 때도 많이 있다. 호텔과 연관된 모든 식재료 업체들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틈 호텔에 안전한 식재료를 공급하고 꾸준히 신뢰를 쌓다보면, 납품 업체도 역시 최고의 기준을 통과했다는 자부심이 생긴다.”고 ISO 인증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최근 인증을 받은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이번에 발생한 식품 이슈를 예의주시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해 다행이 큰 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문제가 생기자마자 계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으며 그에 따른 시험성적서 구비, 검수 강화, 영업장 위생 교육 등의 관리 방안을 추가했다고 한다. 또한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때로는 해당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대체 식재료를 사용하는 등의 대처를 해 왔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 조리팀 하영철 팀장은 "ISO22000 식품 안전 시스템은 현재 호텔산업에서 적용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의 위생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도입함으로써 고객 만족도 제고를 이끌어 낼 뿐만 아니라 워커힐 구성원 모두가 위생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이야기하며 이번 인증을 통해 구성원의 위생관리 역량을 한층 향상 시킬 수 있었음을 강조했다.








보다 다면적인 대책 세워야 


식품과 관련된 일은 전 국민이 노력해야 하는 문제다. 정부에서는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정책과 규제로 전체적인 틀을 관리해 야 하며, 업체들은 세워진 기준에 맞춰 양심적인 생산을 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자신들이 섭취하고 있는 먹거리에 대한 인식을 보다 자주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HACCP이나 ISO 인증으로 공정과정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것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한편에서는 인증 후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문제제기도 일어나고 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계란에서 살 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점도 이러한 문제와 일맥상통하다. 사실 HACCP의 경우에도 각 공정의 HA(위험요소)에 대한 CCP(중점관 리요소)를 세워 HACCP 관리 시설이라는 것을 인증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관리를 얼마나 제대로 이행하느냐’다.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인증을 받는 시설은 점점 많아지지만 이를 감시해줄 관련 기관의 인력이 여의치 않기도 하고, 몇몇의 관리 규정이 인건비 문제, 원가 조정 등의 문제로 사실상 실제 업장에서 적용하기 힘든 부분도 많다고 한다. 호텔의 ISO22000인증 과정에 대해서는 워커힐호텔앤리조트 조리팀 하영철 팀장이 "ISO22000 식품안전 시스템은 아직 호텔 산업 사이에서 많이 적용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치 않아, 시스템을 적용하는데 있어 특정 기준들을 신규 개발 하는 등, 적용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신규로 개발된 기준들을 현장에 적용하면서 개선점을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 됐다."며 "더욱이 ISO22000 식품안전 시스템은 호텔 전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야 원활한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구성원 모두가 해당 시스템을 완벽히 이해하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 및 지원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유관 부서에 새로운 관리기준을 적용시키며 업무 프로세스상 발생하는 개선점도 있었다 언급했다. 또한 한편으로는 소비자들의 불안함을 조장하는 일부 언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전체적인 식품 파동에 관한 견해를 밝히던 배 회장은 마지막으로 “식품문제가 민감한 만큼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E형간염 소시지 파동의 경우를 문제가 된 소시지가 유럽산 비非가열 식육가공품(가 열처리를 해 가공을 완성한 것이 아닌, 숙성을 통해 가공을 완성시킨 생生햄, 이를테면 살라미, 하몽 등)이었는데 일부 보도된 내용은 비가열 식육가공품이라 설명해놓고, 사진은 가열처리된 햄(우리가 흔히 먹는 햄)이 게재해 비가열과 가열의 차이를 모르는 소비자의 경우에는 사진만 보고 모든 소시지와 햄을 먹어선 안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귀띔하며 “잘못 보도된 사진 한 장으로 관계없는 업계 관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으며, 소비자들의 불안은 점점 더 커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식품관련문제들은 국민 생활건강과 직접인 관계가 있고, 관련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한쪽으로 책임을 전가시키려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번 사태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두 번 다시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해 <백서>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정부에서는 업계의 흐름에 맞춰 실현가능한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고, 그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언론은 정확한 정보만을 보도해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하며, 업장에서는 자신들이 제공하는 먹거리가 소비자들 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비자도 보이는 내용만 믿을 것이 아니라 꼼꼼히 따져 가장 영향력 있는 하나의 관리 기구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