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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종잡을 수 없는 고객 입맛을 맞춰라! 호텔 차별화, 그것이 문제로다

▲ Citizen M Hotel

 

최근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이들이 가치소비를 추구하면서 호텔에도 특별함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호텔 공급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더 이상 가성비만이 해결책은 아닌 때가 왔다.
이로 인해 호텔업계에서 계속해서 외치는 것이 차별화다.
알고 있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차별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호텔? 재미없어!


친구들과 호캉스를 가고 싶은 A씨. 유명 호텔예약 사이트에 접속해 특정 지역 호텔을 검색하니 페이지수가 몇 십 장을 훌쩍 넘어간다. 한 페이지에도 몇 개씩 있는 호텔들은 하나같이 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Wifi가 무료인데다가 피트니스와 실내수영장이 있다. 열심히 스크롤을 내리며 호텔 이름을 외다보면 애초에 호캉스를 왜 가고 싶어 했는지 이유조차 헷갈리기 시작한다. 호캉스가 그렇게 좋다던데. 사람들은 어떤 핫 플레이스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것일까?
최근 호텔로의 휴가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며 고객들의 호텔에 대한 눈이 높아졌다. 예전에는 근사한 레스토랑만 있으면 호텔에서 우아한 분위기를 냈는데, 요즘 호텔을 즐기는 이들에게 인피니티풀과 루프탑 바가 없는 호텔은 시시한 호텔이다. 그래서 인피니티풀과 루프탑 바를 열심히 지었다. 그런데 웬걸? 어제까지만 해도 열광하던 고객들의 반응이 급 다시 냉랭해졌다. 이제는 지겹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것인지. 치열해져만 가는 경쟁 속에서 호텔은 머리가 아프다.

 

 

Identity와 Image의 불협화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호텔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모든 서비스는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해 이뤄진다. 따라서 우리는 고객, 즉 ‘소비자’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고려해야한다. 그런데 그런 소비자들은 호텔이 다 비슷비슷해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시장 및 고객 분석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컨설팅·리서치 전문 업체 NICE R&C 박준호 수석컨설턴트(이하 박 컨설턴트)는 이러한 상황은 ‘Identity’와 ‘Image’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Identity는 기업의 입장에서 ‘고객이 자사 서비스와 관련해 떠올리기를 바라는 생각’이고, Image는 고객 스스로가 ‘기업의 서비스와 관련해 떠올리는 생각’이다. 즉, Identity와 Image가 불협화음을 이룬다는 것은 호텔에서 어필하는 것이 그만큼 소비자에게 크게 와 닿지 않고 있음을 의한다.


국내에도 자주 회자되고 있는 미국의 에이스호텔이나 일본의 트렁크호텔, 국내의 카푸치노호텔, 스몰하우스 빅도어와 같은 곳들은 호텔 설계 단계부터 일관적인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달, Identity와 Image가 일치된 케이스다. 남들과 다른 뚜렷한 메시지를 보내다보니 고객이 자연스럽게 그들의 정체성에 스며들게 된 것이다.


이런 사례들을 찾아보면 유독 일본의 사례가 많다. 지난 호 칼럼에서도 언급한바 있듯이 일본의 기업들은 쌀 하나를 팔더라도 그 속에 ‘한 끼’라는 기업의 정체성을 담는다. 본지에 기고 중인 전복선 일본 기고위원은 “일본에는 최근 철도, 선박, 자전거, 로봇 등의 다양한 아이템을 활용한 호텔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같은 애니메이션 세계에서의 다양한 제재들을 일상 공간에서 형상화 하고자 하는 일본 특유의 예술적 감성이 담긴 것”이라며 “이와 같이 디자인 아트호텔, 사회공헌과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호텔 등 보다 사회적인 변화에 맞춰 세분화된 특성을 살린 호텔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관점의 전환, Identity만큼 중요해


Identity, 어렵게 느껴지지만 쉽게 접근하면 우리 호텔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재미를 선사하면 그것이 곧 호텔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도 쉽지 않다. 고객들의 니즈는 시시각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워낙 다양한 환경과 서비스에 노출되다보니 개인의 취향이 확고해졌고, 이전까지는 그래도 몇몇이 비슷한 무리로 모여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었다면 이젠 그렇지도 않다.

 

 

▲ ACE Hotel, 사진출처_ Tablet Hotels / Trunk Hotel, 사진출처_ TimeOut

 

이에 대해 박 컨설턴트는 “요즘에는 한 개인이 날씨, 주위환경, 기분에 따라 니즈가 변한다. 심지어는 1억을 호가하는 테슬라의 주인이 차에서 에코백을 메고 내리기도 하는 등 점점 고객들은 종잡기 힘든 상황”이라며 “호텔이 고객 입장에서 재미요소를 찾으려면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데, 이처럼 기존의 서비스 제공자들이 서비스 소비자들에게 기대하고 예상했던 행동들이 완전히 빗나가고 있어 갈수록 관점의 전환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관점의 전환’은 어떻게 이뤄야 할까?

 

일본 숙소의 개념을 확장시킨, 호시노 리조트의 패러다임 변화


관점의 전환이 가장 잘 이뤄진 케이스로 전 기고위원과 박 컨설턴트는 일본의 호시노 리조트를 들었다.
호시노 리조트의 역사는 1914년 일본의 가루이자와라는 조용한 마을에서 작은 료칸을 오픈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호시노가의 료칸은 3대째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었는데, 일본이 국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줄었던 여행객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점점 여행객들은 전통보다 편리함을 찾기 시작했고, 료칸 열풍으로 우후죽순 들어섰던 료칸들도 공급과잉에 시달리다보니 돌연 료칸의 시대는 끝나는 듯 보였다.


이에 호시노가의 4대 사장인 호시노 요시하루(星野佳啓)는 료칸의 전통과 서구식 호텔서비스를 접목시켜 일본식 호텔을 새롭게 ‘호시노 리조트’로 탄생시켰다.


그의 경영혁신이 자주 회자되는 이유는 전통과 현대의 세련된 조화를 이뤘다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일본이 가지고 있던 인력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꿨기 때문이다. 기존 전통 료칸은 ‘찾아가는 서비스’였다.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녁식사, 가이세키(懐石) 요리도 정해진 메뉴를 객실에 들어와 직접 서비스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점차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여기는 고객들이 늘자, 기존 방식에 변화가 필요했고 이에 생산성이 낮은 료칸의 대표적인 서비스를 없앴다. 그리고 모든 직원들을 각자가 맡은 직무에서 벗어난 ‘로테이션 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호텔과 리조트는 비교적 반복되는 업무리듬을 가지고 있다. 체크인/아웃시간에는 프론트가 바쁘고 상대적으로 F&B가 한가하다. 체크아웃이 끝나면 새로운 고객을 맞이하기 위한 새 단장으로 룸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반면, 식사시간이 되면 객실보다는 F&B가 붐빈다. 호텔에 근무하는 이들에게는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호시노 사장은 관점을 달리해 접근했다. 바쁘다 한가해지는 시간이 있으면 그만큼 잉여인력이 생긴다는 것. 따라서 그는 각 파트에 최소한의 인력만 두고 나머지 직원은 유동적으로 배치한다.


물론 직원들 입장에서는 한숨 거를 틈도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업무에 불만을 가지기도 했고, 특히 레스토랑 업무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스페셜리티를 침해받았다는 반발이 거셌지만 호시노 사장은 뚝심 있게 그들을 설득, 결론적으로 호시노 리조트 직원들은 한 직무의 전문가가 아닌 말 그대로 전반적인 ‘호텔의 전문가’가 돼 있었다.


그의 시선은 니즈가 변해가는 고객에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호시노家에서 내려온 전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면 이러한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관점의 전환의 Key Point


그렇다면 관점의 전환은 어떻게 이뤄야 할까? 박 컨설턴트는 ‘Detail’과 ‘Process’가 키워드라 이야기한다.
먼저 우리 호텔이 제공하고 싶은 가치를 세밀하게(Detail) 분석한다. 다음으로는 고객의 경험(Process)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다. 경험=Process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하지만 이를 단순히 고객이 움직이는 동선이 아닌, 고객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에 초점을 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감이 올 것이다.

 

 

▲ Hoshino Resorts KAI Anjin, 사진출처_ VOOSY / Hakone Ryori Yado Kyuan, 사진출처_ VOOSY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최근 제주도의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는 ‘플레이스(Playce) 캠프 제주’. ‘호텔’이라는 이름은 너무 적막하다는 이곳은 호텔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숙박이 메인이 아닌 호텔이다. 플레이스에는 연간 다양한 페스티벌과 이벤트가 열리고, 사람들은 로비가 아닌 광장에 모여 사교를 즐긴다. 플레이스에서는 고객을 플레이어로 부른다고 한다. 그동안 숙박의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호텔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플레이스 캠프.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콘셉트로 오픈 이후 1년간 다녀간 고객 중에 1000만 명이 넘는 이들이 2회 이상 플레이스를 방문했고, 그 중 최다 방문 플레이어는 30회가 넘는 기록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찾는 플레이스 캠프 제주의 매력”
플레이스(Playce) 캠프 제주 김대우 총지배인

 

 

각종 페스티벌과 이벤트가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콘셉트가 독특하다. 처음 이러한 콘셉트를 고려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플레이스는 고객 관점에서 호텔이자 문화복합공간이고 한편으로 사업자 관점에서는 ‘신규 사업 인큐베이팅 플랫폼’이다. F&B, 액티비티(이벤트), 페스티벌, Goods 분야의 신상품을 플레이스 캠프를 통해 천 만 명이 넘는 제주 여행객들에게 선보이고 반응이 좋은 상품을 육지로 진출시키는 구조다. 이러한 방식으로 제주에서 처음 출시한 카페, 펍, 한식당, 베이커리들이 이미 육지에 진출해 있고, 직영 운영했던 맥주 페스티벌 ‘짠’의 경우에는 내년에 육지에 소개할 수 있도록 파트너사와 논의 중에 있다.


플레이스 캠프는 제주에 300개가 넘는 페스티벌이 있지만 본인의 돈을 지불해 페스티벌을 즐기러 제주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고 싶을 정도로 두근두근한 뭔가가 없었다는 아쉬움에서 출발했다. 그러다보니 ‘참여자가 진심으로 즐길 수 있게 한다’는 명확한 방향성이 생겼고,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고 꾸준히 페스티벌을 운영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수 만 명의 사람들이 매년 우리의 개막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하고 열심히 운영 중에 있다.

 

지난해 3월 오픈 이전까지 약 2년이 넘는 준비기간을 거쳤다고 들었다. 준비에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무엇인가?
플레이스 캠프의 기획은 사실 호텔이 아니라 소위 ‘게하갬성’이라고 말하는 게스트하우스의 감성적 요소에서부터 시작됐다. 다양한 숙박시설이 많은 제주에서 이곳저곳 머물며 가장 추억에 많이 남았던 것은 게스트하우스였다. 이렇다 할 시설이 없어 불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편히 즐기기에 부담이 없고, 밤마다 열리는 투숙객과의 네트워킹 파티는 늘 즐거웠다. 다른 숙박업소가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반해 게스트하우스 감성은 천편 일률화 될 수 없는 요소라 판단, 이러한 감성은 살리되 게스트하우스가 놓쳤던 위생과 프라이버시의 부분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플레이스 캠프 제주는 오픈 이후 빠른 속도로 재방문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다른 호텔에게도 고객 재방문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플레이어들에게 어필된 플레이스 캠프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플레이어들은 단순히 시설을 이용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가 제공하는 다양한 요소에 직접 ‘개입’한다. 커피, 칵테일 클래스와 같은 체험형 액티비티 뿐만 아니라 객실에 비치된 방명록에 본인의 추억과 정보 등의 신변잡기를 남기기도 한다. 최근 지난 20개월 동안 쌓인 방명록의 내용들을 읽어봤는데 너무 풍부하고 재밌는 내용이 많았다. 이에 방명록 내용을 기반으로 2주년 기념 브랜드 북을 준비 중이다.


또한 플레이스 캠프 제주의 방문객은 혼자 혹은 함께 온 일행들하고만 어울리다 떠날 수도 있지만 본인이 원할 경우 다른 플레이어들이나 직원들과 좀 더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흑돼지 파티, 야간 오름 트레킹과 같은 집단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고, 맥주 페스티벌, EDM 페스티벌 등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개입’과 ‘관계’의 경험이 플레이스를 방문한 이들의 추억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 재방문의 니즈로 이어졌다고 본다.

 

이색적인 아이디어들이 돋보이는 크고 작은 행사가 많다.
플레이스의 행사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행사와 컬래버레이션으로 나뉘는데, 우리 행사의 취지와 콘셉트는 ‘인생을 플레이하자’에 있다. 오픈 초기에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행사, 이를테면 골목시장, 맥주 페스티벌, EDM 페스티벌과 같은 것들을 운영했다면 점점 행사의 레퍼런스가 쌓이고 공간의 인지도가 생기면서 최근에는 컬래버 오퍼가 들어오고 있다. 우리의 철학과 감성적 코드가 맞으면 함께하는 식이다.

 

‘인큐베이팅 플랫폼’이라는 모토처럼 제주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서울에도 상륙했다. 이에 대한 소개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현재 직영 카페 브랜드 ‘도렐’이 육지에 3개의 분점을 냈고 직영 이탈리안 레스토랑 ‘디토’는 서울 서초동에 올 봄 오픈했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는 순차적으로 서울 성수동에 ‘플레이스 캠프 성수’를 열고자 한다. 플레이스 캠프 성수는 카페 ‘도렐’, 모던 한식당 ‘스탭밀’, 다이닝 라운지이자 다양한 액티비티 클래스 장소인 ‘스피닝울프(*제주의 스피닝울프는 펍이다.)’가 들어선 숙소가 아닌 ‘코워킹 스페이스’다. 처음에는 캠프 성수에도 숙박공간을 고려했지만 성수동의 입지 특성상 코워킹 스페이스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앞으로도 제주에서 쌓은 노하우들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왜?라는 이유에 명확한 답을 줘야


플레이스 캠프 제주의 Process는 이렇듯 짜임새가 구성돼 있다. 매번 흥미로운 테마의 이벤트들이 열리니 다른 호텔보다 플레이스를 선택할 이유가 충분하고, 쉴 새 없이 즐길 거리들이 제공되는 내부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놀다보면 지쳐 쉬고 싶어진다. 즐거웠던 기억을 안고 잠에 든 숙소는 한없이 포근하고, 돌아와서도 다음 행사가 기대되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찾는다.

 

▲ 플레이스 캠프 제주_ 골목시장x띵굴시장


이렇듯 박 컨설턴트가 제안하는 관점의 전환은 고객들로 하여금 우리 호텔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명분을 찾는 일이다. 명분이라고 거창할 것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장치들은 부대시설이 많은 특급호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 아니냐는 의문이 있을 성 싶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작은 호텔이기 때문에 특급호텔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도 있다.

 

 

▲ 플레이스 캠프 제주_ 방명록 / ▲ 플레이스 캠프 제주_ DJ파티

이번 기사를 기획하면서 번뜩 들었던 생각인데 요즘 DIY가 대세인 만큼 DIY Hotel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크고 화려한 룸은 아니더라도 나의 숙박 목적에 따라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다. 지인과 3성급 호텔 투숙 시, 영화를 보기위해 태블릿 PC를 룸 TV와 연동을 시도했지만 결국 머리를 맞대고 영화를 봤던 경험이 있다. 객실에 비치돼 있었던 TV는 틀어보지도 못한 채 무용지물이었다. 룸은 기본적인 시설만 갖추고 내가 원하는 옵션을 선택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옵션에서 홈 씨어터와 암막커튼을 선택하고, 완벽한 숙면을 원한다면 고 성능의 오디오와 클래식 음악 CD를, 친구들과 두런두런 파티를 즐기고자 한다면 넓은 테이블과 출력 좋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고르는 것이다. 그럼 내가 직접 만든 룸이라는 생각에 소속감과 만족감도 배가되지 않을까?


이제는 전형적인 호텔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모든 해답은 고객에게 있다. 앞으로 우리 호텔업계에서도 종잡을 수 없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재미난 호텔들이 다양하게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관점, 철저히 소비자 시각에서 전환돼야”
NICE R&C 박준호 수석컨설턴트

 

국내 호텔에서 최근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다양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기업 컨설팅을 해보면 어딜가나 똑같이 하는 고민들이다. 차별화라고 하는 것은 결국 콘텐츠 싸움이다. 호텔의 경우 단순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한데, 조언하고 싶은 것은 같은 분야도 좋지만 꼭 호텔, 숙박업종이 아니더라도 타 산업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호텔과 항공, 금융은 서비스업종에서도 하이앤드 서비스에 속한다. 호시노 리조트의 사례도 사실은 금융기업 컨설팅을 통해 알게 된 곳으로 궁극적인 서비스 형태가 비슷하다보니 서로 벤치마킹하기 좋은 레퍼런스를 갖추고 있다고 본다.

 

Identity를 찾는 일에 생각보다 많은 호텔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Identity를 명확히 한다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Identity를 하나로 세운다고 해도 이를 지속적으로 어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 그렇다면 반대로 고객이 우리 호텔에 갖고 있는 Image를 Identity로 가지고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쉬운 예로 빕스의 경우 처음에는 스테이크 하우스를 지향했지만 소비자의 이미지에는 샐러드 바의 이미지가 강했다. Identitiy를 강조하고 싶었던 빕스는 처음에 스테이크를 전면으로 내세워 샐러드 바의 비중을 줄였으나 소비자에게 각인 되지 못했고, 결국 샐러드 바를 고급화시키고 스테이크 메뉴는 추가로 주문하도록 운영 시스템을 바꾸면서 지금의 성공 사례를 이뤘다.


앵커링 효과라는 말이 있다. 이는 처음에 인상적이었던 숫자나 사물이 기준점이 돼 그 후의 판단에 왜곡 혹은 편파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사전적 의미는 다소 부정적이지만 좋게 생각해보면 임팩트가 약한 것들이 있어도 강한 것 하나가 전체 평균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테면 조식이 맛있는 호텔이라면 조식에 열심히 투자하면 된다. 조식으로 인해 호텔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아진다면 그 만족도가 기준이 돼 나머지 부족했던 서비스도 평균 이상의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해 Identity로 삼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서비스 혁신을 위해 제시한 관점의 전환도 매우 흥미로운데 이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관점은 소비자의 시각에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관찰’이다. 소비자의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우리 호텔에서 주 타깃으로 삼고 싶은 고객이 가족단위 고객이라면 이들이 많이 모이는 테마파크나, 공원에 가 보고, 30~40대 비즈니스 남성들을 타깃으로 하고 싶으면 여의도나 강남에 방문하는 것이다. 이는 컨설팅 기법 중 ‘Site Watching’이라는 방법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듯, 내가 원하는 고객의 무의식이 흐르고 있는 곳에 들어가 보는 것이다. 이때 단순히 관찰만 할 것이 아니라, 식사를 할 때는 보통 어떻게 먹는지, 누가 먼저 먹는지, 결제는 누가하고 주로 어떤 제품을 소비할 때 결정권자는 어떤 이가 가지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서비스에 대해 주목할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최근 소비자들은 호시노 리조트의 사례에서도 보이듯이 ‘맥락’을 중요시 한다. 아무리 F&B에서 좋은 서비스를 받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프런트 데스크에서 상한 기분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호시노 리조트는 고객이 호텔에 진입하기 전부터 고객과 함께한다. 고객이 이동하는 데로 프런트에 있던 직원도 객실로, 객실에서 F&B로, 마지막으로는 환송까지. 단계적 MOT가 아닌 맥락의 MOT에 고객은 쉽게 감동한다.


실제로 호텔에서 제일 만족도가 낮은 서비스가 맞이 인사와 배웅 인사다. 왜냐하면 맡은바 업무가 있는 직원들은 본인의 업무사정권 안으로 고객이 들어오지 않으면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업무처리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의 입장에서 큰 흐름이 일치한 맥락 서비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듯 보인다.

 

차별성을 고민하고 있는 호텔들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면?
사람들의 소비가 점점 유형의 소비에서 무형의 소비로, 가치소비에서 공간소비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공간소비가 재미있는 것은 유형성과 무형성을 다 갖췄다는 점이다. 그런데 무형성의 서비스를 유형의 공간에 넣어 인식하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호텔이다. 그리고 최근 소비자들은 호텔에서의 공간소비에 기꺼이 돈을 투자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2019 트렌드 코리아에서 이제는 ‘마케팅’이 아닌 ‘콘셉팅’의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우리 공간에서의 핵심 스타를 무엇으로 만들지 고민해야한다. 획일적이고 무차별하다는 것의 가장 무서운 점이 그만큼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호텔들 속에 우리 호텔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는지 관점의 전환을 통한 콘셉팅을 이루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