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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카페의 시그니처인 메뉴인 ‘헬라떼’를 주문하면, 바리스타가 직접 자리에 서빙을 해 눈앞에서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부어준다.
시연을 마친 바리스타는 곧바로 손님에게 한입 마시라고 권한다. 입안에 생생한 우유의 텍스처, 그리고 에스프레소의 쓴맛과 고소함이 전해지며 바디가 강하고 진한 커피 지옥으로 초대되는 이곳은 ‘헬카페’다.

 

커피에 모든 것을 걸었던 청년


이태원역 사거리에서 보광동 골목으로 내려오면 한국폴리텍대학 정문 앞에 ‘헬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왜 이태원역 부근이 아니라 보광동이냐는 질문에, 임성은 바리스타는 “돈이 없었어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지금이야 유명한 카페가 됐지만, 처음에는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 전통적인 드립 방식으로 내놓은 쓴 커피 맛에 학생들보다 오히려 몇몇 교수들이 방문할 뿐이었다고. 그러다 1인 가구를 비롯한 젊은 사람들이 많은 보광동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재방문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니아층까지 형성된 헬카페는 유명 TV 프로그램에 소개되고 SNS에서 폭발적인 유명세를 타며 서울의 상징적인 카페 중 하나가 됐다. 현재 1호점인 보광동 헬카페 로스터즈, 2호점인 이촌동 헬카페 스피리터스, 그리고 최근 오픈한 레스케이프 호텔에 헬카페 매장 3호점을 열었다.


헬카페는 2013년, 커피에 모든 것을 걸었던 두 청년이 의기투합해 오픈했다. 에스프레소 담당인 임성은 바리스타와 드립을 맡는 권요섭 바리스타가 헬카페의 두 오너다. 두 사람은 다른 매장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던 시절부터 친했는데, 임성은 바리스타가 챔피언십 대회에 열심히 나가는 타입이었다면, 권요섭 바리스타는 홍대의 매장에서 조용히 드립커피를 내리는 타입이었다.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이었지만 똑같이 커피를 시작한지 6~7년차가 됐고, 나이도 같아 서로 동질감을 느낄 부분이 많았다고. 매주 술 마시고 이야기하던 차에, 한국에서 에스프레소도, 드립도 열심히 하는 카페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두 사람이 좋아하는 드립 커피가 시장에서 살아남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드립은 ‘우리 스타일’로 하고 에스프레소로 먹고 살자고 이야기했다.

 

진하고, 쓰다.


최근 커피시장에서 경쾌한 산미와 고급스러운 향이 돋보이는 스페셜티 커피가 트렌드인 것과 달리, 헬카페는 이러한 노선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드립방식으로 진하고 쓴 커피 맛을 낸다. 임성은 바리스타 역시 스페셜티 커피의 공신력을 인정하고, 초반에는 시장의 흐름에 따르기 위해 스페셜티 커피를 쓰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국 자신과는 맞지 않아, 가장 좋아하는 맛을 내기로 했다. “스페셜티 커피는 공신력이 있죠. 세계에서 제일 좋은 콩을 쓰고, 그 좋은 콩의 맛을 그대로 살려내죠. 그런데 저랑은 잘 맞지 않더라고요.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헬카페의 원두는 인도네시아, 브라질,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산을 상비해 놓는다. 바 안쪽의 특이한 금속 통돌이는 손으로 직접 돌리는 로스터기다. ‘일본 유니온 샘플 로스터기’에 원두를 넣고 20분간 손으로 돌려 드립 커피에 사용할 원두를 로스팅 한다. 그러면 묵직한 쓴맛과 단맛이 형성된다고. 일반 에스프레소용은 업체에 위탁해 로스팅을 맡기는데, 테이스팅을 통해 단맛, 쓴맛, 신맛이 고루 밸런스가 맞도록 한다.

 

 

헬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하면 융 필터를 이용한 드립커피로 알려져있다. 보통 페이퍼 필터가 오일을 걸러내는데, 융은 오일을 그대로 투과시켜 텍스처가 묵직하게 나오게끔 한다. 또, 클래식 카푸치노와 헬라떼는 생생한 우유의 질감을 위해 직접 앞에서 부어주기 때문에 헬카페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임성은 바리스타는 시그니처 메뉴라 불리는 것들에 대해 조심스럽다. “카라멜 마끼야또도 카라멜을 직접 끓였고, 카페모카도 초콜릿 부재료만 10가지 이상 들어갑니다. 메뉴는 하나하나 많이 고민했기 때문에, 사실 몇 가지만 시그니처라고 불리면 사람들은 그것만 먹으러 오고, 나머지 메뉴들에게 미안해져요.” 이야기를 마친 임성은 바리스타는 시그니처가 아닌 메뉴들을 잔에 소분해 건넸다. 그의 말처럼, 모든 메뉴가 정말 진하게 맛있었다.

 

서울의 커피지옥


‘헬카페’라는 이름은 권요섭 바리스타가 카페쇼에 참여하기 위해 탄 2호선 지하철에서 지옥철을 경험한 이후 정해졌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정말 지옥 같다고 느껴졌다고. 또, 강배전해서 쓰고 진한 커피의 맛과 이어지는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조도가 낮은 매장 분위기 역시 ‘헬’이라는 이름과 일맥상통한다.

 


매장 카운터와 책장에는 주인의 손때가 묻은 것 같은 CD가 진열돼있고, 테이블 위에는 임성은 바리스타가 직접 세팅한 꽃들로 장식돼있다. 헬카페 로고 하나를 만드는 데도 한 달이 걸렸을 만큼, 매장 곳곳에 제작자들의 의도가 느껴진다. 한쪽 벽에 걸린 일력도 인상적인데, 임성은 바리스타가 카페 뎀셀브즈에 일할 당시 만났던 바리스타들이 함께 제작한 일력이다. 이들은 현재 대부분 서울의 커피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일조한 사람들이 됐다. 다들 말도 안 되게 잘하고 싶어서, 말도 안 되게 성실하게 일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유명해지고 나서 홍역도 치뤘다. 헬카페에 들어가면 손님들이 지켜야할 매뉴얼이 있는데, ‘매장이 협소합니다. - 영상 청취, 음악 감상 등은 이어폰을 이용해주세요’ 등의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의 매뉴얼이다. 영문을 물었다. “이게 생긴 지는 사실 일 년도 안됐어요. 유명세를 탄 뒤에 카페가 지나치게 시끄러워지고, 가끔 비상식적인 손님들이 올 때가 있어요. 그래서 원래 헬카페를 만들어줬던 단골들이 떠나기 시작했어요. 개인적으로 이런 매뉴얼을 써둬야 하는 게 저에게는 큰 수모고 속상한 일입니다. 다시 가게가 예전 분위기를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만 거의 500번째라는 임성은 바리스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그가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손님을 맞으며  근무를 하는 사이사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봤다.

 

 

“단순히 장사치가 아니라, 커피 만드는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싶어”
헬카페 임성은 바리스타

 

 

카페 이야기하기 전에 임 바리스타에 대해 알고 싶다. 어떻게 커피를 하게 됐나? 예전에 이탈리아 피렌체에도 있다고 들었는데.
대학에서 문창과를 나왔다. 나는 어김없이 시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마침 스타벅스가 막 붐업하기 시작할 때였다. 사람들이 에스프레소를 먹기 시작했고, 네스프레소 기계가 가정에 들어오는 문화가 굉장히 좋았다.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커피 시장이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해보니까 재밌더라. 살면서 커피 외에 다른 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얼토당토 안한 이유로 시작한 거 치고는 지금까지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피렌체는 단순히 커피의 고장이 이탈리아기 때문에 학생 때 무작정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커피가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체화된 것을 실제로 경험하게 됐다. 또, 이탈리아는 카페가 많아서 말 그대로 ‘맛이 없으면 망한’다. 커피 역시도 적자생존의 논리를 따른다는 걸 몸소 깨닫게 됐다.

 

요즘 소위 산미가 있고, 향이 좋은 스페셜티 커피가 트렌드다. 여전히 고집스럽게 전통적인 드립 방식으로, 이런 쓴맛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우리도 한국에 스페셜티 커피가 들어온 지 얼마 안됐을 때, ‘제일 먼저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었다. 그런데 맛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스페셜티 커피는 우리 취향이 아니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드립 방식은 예전에 일본 ‘할배’들이 커피를 내리던 전통적인 스타일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이런 걸 하는 바리스타는 이제 도쿄에서 밀려 났다. 막 사이타마 같은 데로 가고(웃음). 상업적으로 확신은 없었지만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걸 하기로 했다. 다행히 결과가 괜찮았고, 앞으로도 우리 커피를 통해 손님들이 다양한 쓴맛이 있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

 

헬카페의  직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특별한 교육 매뉴얼이 있나?
이력이 화려한 분들도 지원한다. 그렇지만 헬카페에는 진짜 일하고 싶은지가 가장 중요하다. 첫 직원은 용접기능사 자격증밖에 없었다. 입사한 이후에 메뉴만 정상적으로 매뉴얼에 맞게 나가게끔 하고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중요하다. 식음료를 제조하는 사람의 직업윤리는 ‘맛있게 만드는 것’이다. 또,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손님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한 직업윤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있다.

 

이번에 오픈한 레스케이프와 컬래버레이션하게 됐다. 김범수 총지배인이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스에게 특히 애정을 보였는데, 호텔에 입점해 달라진 것이 있는지?
레스케이프 호텔 김범수 총지배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원래 헬카페를 가끔 방문하기도 해 알고 있었다. 그처럼 테이스트가 좋은 인물에게 제안 받은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레스케이프와 호텔과 계약할 당시에 조건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기존 헬카페와 똑같은 수준의 맛이 보장될 것. 그래서 메뉴 구성은 똑같다. 이촌동 수준으로 가격만 조율했다. 이외에 우리는 맛과 메뉴만 제공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 커피 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는 커피 소비자보다 커피 매장이 많다. 과도기라고 생각하는데, 언젠간 정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적으로 폭발했으니,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취향이 높아질 것이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탕수육 전문점이 한때 유행일 때가 있었던 것처럼 예상하기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커피 산업 자체는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곧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게 정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카페가 너무 많다.

 

그렇다면 좋은 카페란 어떤 것인가? 서울은 커피를 마시기에 좋은 도시가 됐나?
우리는 기술적으로 커피는 잘 만드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콩들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콩들이다. 그렇지만 좋은 카페는 아직 부족하다는 게 나의 솔직한 생각이다. 좋은 카페란, 자기 정체성이 있는 카페다. 카페는 공간이다. 매장을 열었다면, 음악, 조명, 인테리어를 비롯해, 매장의 디테일한 모든 것 대해 본인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장에 주인의 삶의 방식이 녹아들고, 손님들도 본능적으로 그것을 안다. 남이 해서 좋아 보이는 것을 따라하지 말고, 먼저 자기가 진짜로 좋아하는 걸 알고, 그걸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헬카페가 어떤 곳으로 남았으면 좋겠는가?
우리는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운영’을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던 적이 많았지만,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오래 지속가능한 카페로 유지하고 싶다. 장사치가 아니라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존중을 받고 싶다. 또 50살쯤 도쿄의 긴자에 매장을 열고 싶다. 헬카페 커피가 일본 전통 방식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본고장에 가서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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