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미식문화 관광 협회
한·중·일 식문화 교류의 활성화를 위해 제1회 동아시아 미식문화관광포럼 개최
한·중·일의 식문화를 연구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7월 1일, 서울 염창동에 위치한 골든서울호텔 세미나실에서 동아시아미식관광협회의 창립총회 겸 포럼의 자리가 그것으로, 행사에는 상명대학교 외식영양학과 교수 박대섭 협회장을 비롯해 약 50명의 한국인 회원과 11명의 일본인 회원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약 30명의 중국인 회원은 사드 등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한·중·일 관광외식산업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발족한 동아시아 미식문화관광협회는 이번 제1회 동아시아 미식문화관광포럼에 이어 미식 투어도 함께 진행하며 한중일 미식 지도를 그리는 것은 물론 동아시아 식문화를 발전시키는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포부를 내비쳤다.
취재 노아윤 기자 l 사진 조무경 팀장
동아시아 미식 트렌드 배움의 장
제1회 동아시아 미식문화관광포럼의 포문을연 박대섭 협회장은 개회사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일본, 중국의 삼국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뗄레야 뗄 수 없는 절대적 사이의 나라다. 그러나 최근 여러 정치적, 역사적 문제로 인해 거시적으로 좋지 않은 관계가 되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 미식협회를 통해 서로의 음식문화를 교류하고, 이러한 민간교류 활성화를 통해 국가적으로도 좋은 관계가 형성되기 바란다.”며 운을 띄웠다. 덧붙여 “흔히 일본음식은 칼의 음식, 중국음식은 불의 음식, 한국음식은 손의 음식이라는 말이 있다. 이렇게 비슷하면서도 서로 상이한 음식문화를 서로가 연구하고 발전시켜 글로벌화된 외식산업으로 발전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 이번 포럼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특히 일본에서 방문해주신 일본 회원 여러분들에 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마무리했다. 개회사 후 기조발표가 이어지고 발표 후에는 짧은 토론이 진행됐다. 각각 30분이 넘는 발표 및 토론 시간에는 동아시아의 미식 트렌드를 배우고자 하는 참석자들의 가득찬 의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맛을 찾아 여행하는 시대,
대세는 ‘푸드 투어리즘Food Tourism’
첫 기조발표를 맡은 일본 푸드 투어리즘 연구회 대표 오이에 다테오 교수는 ‘미식도시와 관광Gastronomy City and Tourism’ 을 주제로 관광산업이 미식에 중점을 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푸드 투어리즘은 관광의 주목적이 ‘먹는 것’이 돼버린 현상을 의미한다. 최근 관광산업이 미식 여행에 관심을 가지면서 먹거리 맵이 생기고, 일본에서는 고장의 명물 요리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먹는 투어 ‘타베아루키食べ歩き(먹 고 걸어 다닌다는 뜻)’가 생겨났다. 덕분에 포장마차 거리, 지역 농가, 전통시장들이 활성화됐다. 이러한 푸드 투어리즘은 동양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이미 프랑스에서는 오베르주Aauberge라는 숙박시설을 갖춘 레스토랑이 성행 하면서 각광받고 있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개념은 포괄적으로 식도락, 미식법, 요리 법을 의미하는 ‘가스트로노미Gastronomy’다. 오이에 교수가 설명하는 가스트로노미는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맛있는 것을 추구하는 ‘로컬 가스트로노미’, 미식의 기술에 중점을 두는 ‘요리사의 가스트로노미’, 미식에 대한 학문을 연구하는 ‘학문의 가스트로노미’로, 푸드 투어리즘을 활성 화시키기 위한 미식도시는 이 세가지 가스트로노미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오이에 교수는 인바운드의 일본식에 대한 수요가 전체 관광객의 76.2%로 1위를 차지 했으며, 관광객의 전체 관광 소비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 율이 51.7%(교토시 관광조사 2013 기준)로 푸드 투어리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그는 ‘식 관광’에 관련된 전문가 네트워크 연결을 통 해 새로운 시대의 창조산업을 위한 연구와 개발을 실시해야 한다며, 협회 포럼 등을 통해 각국의 미식 트렌드를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10년 동안 관광산업은 그저 ‘보고, 듣는’ 관광에만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체험위 주의 관광이 많아졌음을 이야기하며 일본의 가나자와시金 澤市를 예로 들었다. 가나자와는 지역요리가 유명한 도시로 ‘체험! 가나자와 여행’, ‘이시카와 민속주 양조장 체험’ 등이 활성화 돼 지역사회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투어가 많이 생겨나길 희망했다. “일본이나 중국인들도 맛있는 음식에 값을 지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국에도 많은 농가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농가 체험이야 말로 지역과 상생가능하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꼭 농가가 아니더라도 미식과 관련한 투어가 많이 생겨나 동아시아 미식 교류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맛의 6번째 요소, 맛은 어떻게 느끼는가?
두 번째 발표에서는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허재인 대학원생 의 ‘맛의 여섯 번째 요소’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현재 미쉐린 가 이드에 등록돼 있는 레스토랑들을 찾아 미식 여행을 하고 있는 여행가로 외식업계는 이제 오감(후각, 촉각, 청각, 시각, 미각)뿐만 아니라 심리적 요인을 고려하는 6번째 요소(The X Factor)에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6번째 맛의 요소는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요소라며 두 가지 로 세분화해 설명했다. 첫째, 서비스Service다. 그가 말하는 서비스는 두 가지로 다시 나뉜다. 손님에게 집중하는 방식과 요리 프레젠테이션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그는 쉑쉑버거 창업자 대니 마이어Danny Meyer 의 말을 인용해 외식업 종사자는 ‘손님의 위치’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해보고, 손님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과 같이 상호반응하는 자세의 Hospitality가 중요하다며 고객들이 기분 좋은 상태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심리적인 상태도 맛에 큰 영향을 준다고 했다. 또한 이러한 심리적 요인은 음식이 어떻게 플레이팅Plating되고 프레젠테이션 Presentation되는지에 따라서도 좌지우지된다며 이제는 고객의 생각을 미리 읽어내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맛을 강조했다. 둘째, 정서Emotional다. 최근 레스토랑들의 해외진출이 많아지면서 ‘현지 화’와 ‘전통유지’의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는 레스토랑이 늘어나고 있다. 허 박사는 레스토랑이 해외진출을 버거워하는 이유가 해외 현지인들의 ‘정서’를 이해 못했기 때문이라며, 전통성은 유지하되 현지 인들의 문화와 정서에 맞게 현지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한국 최초로 미쉐린 뉴욕 1스타를 받은 단지Danji를 예로 들었다. 단지는 모던하면서 위트있는 한국식 인테리어와 전통 한식의 이름으로 메뉴화해 한식의 전통성은 잃지 않고, 타파스 형태의 메뉴를 구성하고 쌈장, 젓갈 등을 이용해 뉴욕사람들 입맛에 맞는 짠맛을 강조했다. 특히 7첩, 9첩, 12첩 반상 등 다양한 찬을 선보이는 우리나라 전통식과는 다르게 찬을 개별 주문하는 형식을 택했다. 이처럼 그들의 정서를 관통시켰기 때문에 한식을 대표하는 미쉐린 1스타로 자 리매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타지사람들에게 한국 전통 미식을 강조하려면 서비스나 입맛의 기준은 현지화하되, 요리의 특징적인 맛은 한식 전통의 맛을 유지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아무리 미식문화가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동아시아 세 나라도 서로 쉽게 생각할 것이 아닌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맛의 차이는 이해하고 아이덴티티는 잃지 말아야
세 번째 기조발표는 오사카세이케이대학 이미화 교수가 ‘한일 식문 화의 상호 이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일본에서 대학 교수로 생활 하고 있는 이 교수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식문화 교류를 위해 한국에서는 협회 일본 사무국장으로, 일본에서는 일본 푸드 투어리즘 연구회의 일원으로서 활동 중이다. 이 교수는 한식과 일식이 젓가락을 사용하고, 밥+국+반찬의 3박자 조화의 식단 모습, 좌식 문화 등 비슷한 문화권이 바탕이 돼있기 때문에 비슷한 것 같지만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문화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며, 오랜 일본생활에서 느꼈던 한일 식문화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과 일본은 우선 식습관, 밥상의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두 나라는 국 요리 하나, 야채 등으로 이뤄진 3첩 반상이 기본이지만, 한국은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해 잔반을 남기는 것에 예민하지 않아 무조건 손 크게 상을 차리는 것이 특징이라면 일본은 가정 내에서 음식물을 처리하기 때문에 잔반에 예민하다. 따라서 먹을 만큼만 만들어 먹고, 최대한 낭비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웬만하면 한 그릇 안에서 해결하려하기 때문에 덮밥이나 면 종류의 음식이 발달돼 있다. 다음으로 일본은 식재가 가지는 본연의 맛을 중시해 최대한 간을 심플하게 함으로써 신선함을 느낄 수 있도록 간하지만, 한국은 오미오색을 중시해 복잡하고 여러 가지가 종합된 맛의 다양한 양념을 가지고 간을 맞춘다. 또한 단맛을 최고로 생각하는 일본의 음식은 대체적으로 단편에 속한다. 또한 ‘한국인은 밥심!’이라 는 말이 있듯 한국에서는 주식이 쌀인 반면, 일본은 식생활의 서구화가 매우 잘 이뤄져 있다. 일본은 패전 후 미국의 ‘밀 전략’으로 밀의 원조를 받으면서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속도로 빵의 소비가 급증했으며 밀가루, 특히 면 요리가 발달했다. 이외에도 카레, 돈까스, 오므라이스 등의 서양 음식이 일본 전통식으로 승화됐다. 우리가 흔히 아는 덴뿌라てんぷら도 포르투칼 음식이라는 것은 놀랄만하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처럼 가깝지만 지역 마다 수확되는 작물이 다르고 나라마다의 역사와 풍토에 따라 각양각색의 다양한 식문화가 있다. 때문에 이러한 포럼을 계기로 각국의 입맛의 차이를 이해하되 각자의 아이덴티티는 잃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바람을 전했다.
INTERVIEW
“음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나의 이야기 거리 돼”
동아시아미식문화관광협회 박대섭 회장(상명대학교 외식영양학과 교수)
HR 동아시아미식문화관광협회의 설립 계기가 궁금하다.
우리 협회는 말 그대로 동아시아(한국, 중국, 일 본)의 세 나라의 활발한 문화교류를 희망하며 만들어진 협회다. 그런데 특징이 ‘음식’ 즉 ‘식食’ 문화를 통해 접근한다는 개념이다. 한중일 세 나라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민족적 역사도 깊은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이 계속 생기면서 민간교류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여러 문화 교류가 있겠지만 ‘음식’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 친해질 수 있게 하며 무궁무진한 이야기거리가 있기때문에 우선적으로 미식 문화 교류를 통한 삼국의 교류가 다시 활발해지기 바라는 마음에서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식문화 전문가들을 모아 만들게 됐다.
HR 협회를 구성하는 회원들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협회에 가입이 되려면 어떤 자격요건이 필요한지 궁금하다.
현재 협회를 구성하고 있는 회원들은 대략적으 로 한국인 50명, 중국인 30명, 일본인 20명이다. 주로 외식과 호텔관련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나 식품, 외식관련 학과 교수, 사업가 등 외식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협회 가입의 특별한 자격 요건은 없다. 단지 미식 협회이니만큼 매너와 의리가 있고 외식에 대한 연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조만간 홈페이지나 카페를 만들어 회원신 청서를 받을 예정이다.
HR 이번 포럼 이후 계획된 활동이 있다면?
우선 겨울에 오사카에 방문해 식문화 탐방이 계획돼 있다. 그리고 이번 포럼처럼 내년 8월에는 일본에서 제2회 포럼을 개최할 것이고, 국내에서는 국내회원들을 중심으로 맛집 탐방 미식투어를 계속하며 회원간의 친목을 도모할 예정이다. 또한 우리 협회를 사단법인화 해 프로젝트 수행계획도 세우는 등 체계를 조금씩 잡아갈 예 정이다.
HR 협회활동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선은 한국,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미식투어를 한다든지 미식도시 관광포럼을 할 것이다. 중 장기적으로는 삼국의 미식 지도, 다시 말씀드려서 유명하건 안 유명하건 좋은 레스토랑들을 찾아서 미식 지도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더 나아 가서는 동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서 아동을 위한 봉사활동, 음식을 통한 자원봉사도 할 예정이다. 또한 1년에 1~2회 각국을 순환하며 세미나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익히고 교류할 예정 이다.
HR 협회장으로서 미식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제 우리나라도 바야흐로 끼니를 때우는 식문화에 마음에 드는 음식이 없으면 굶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재벌 1세들도 음식은 아무거나 값싼 것을 택하던 문화에서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즐기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경제력에 비해 레스토랑 매너라든지 문화는 아직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바른 미식문화를 배워 식사예절 또한 경제력에 버금가는 선진 국민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우리 포럼을 통해 조금씩 전파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동아시아미식문화관광협회
본 협회는 한·중·일 3국의 상호 여행 및 외식문화 수준의 향상에 기여하고 회원 상호 간의 우호 증진과 정보교환·노하우의 공유를 통한 관광·식문화의 질적 향상 을 도모함으로써 한·중·일 관광외식산업 발전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본 협회는 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업을 수행한다.
1. 한·중·일 회원업체간 기술 및 매니지먼트 능력 향상을 위한 교류사업
2. 한·중·일 회원업체간 관광·미식문화 체험 연수사업
3. 한·중·일 관광외식정보지 발간 및 정보 공유사업
4. 한·중·일의 새로운 경영정보 및 지식습득을 위한 각종 세미나 실시 등의 교육훈련사업
5. 관광외식관련 유관단체 지원 사업 및 전문교육기간 설립운영사업
6. 한·중·일 공동 주최 관광·미식경연대회 개최
7. 관계 법령에 의한 위임 및 위탁사업
8. 회원 상호간에 친목도모를 위한 행사 및 비즈니스에 대한 편의 제공
9. 전각호에 관련하는 일체의 사업
INTERVIEW
“한국과 일본 미식 문화 각각의 뚜렷한 개성을 이해해야”
동아시아미식문화관광협회 이미화 일본 사무총장(오사카케이세이대학 경영학부 교수)
일본 푸드 투어리즘 연구회 The Food Tourism Research Society of Japan이 연구회는 음식과 관광을 테마로 2007년 7월 29일 오사카 외식 산업 협회大阪外食産業協会 (ORA)와 제 1회 공동연구를 시작. 1년에 한 번 연구 학회지를 발행하고 있으며, 매월 ‘연구회 보고서’를 메일을 통해 배포하고 있다. 또한, 일반인 대상의 세미나와 심포지엄(연 2회), 비정기 적으로는 시찰투어를 실시하고 있다.홈페이지 www.foodtourism.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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