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1일, 1983년 서울 남산 자락에 들어선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 사람으로 치자면 불혹의 나이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오랫동안 호텔업에 몸담았던 이들이라면,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영업 종료에 큰 아쉬움과 씁쓸함이 컸을 것입니다.
저 역시 전성기 때 크고 작은 행사를 위해 자주 방문했었고, 파라오에도 종종, 오크룸에서 맥주 한잔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정통 프랑스 레스토랑 ‘시즌즈’의 박효남 셰프님도 생각나고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폰테’, 중식당 ‘타이판’ 그리고 일식당 ‘겐지’까지 국내 미식의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에서 만났던 많은 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
특히 1995년 일명 ‘자선 열차’로 불리는 힐튼 기차의 첫 운행 시 자리를 함께 하며 축하하기도 했습니다. 연말이면 아티스트를 초청해 호텔 고객이면 누구나 로비에 함께 모여 연말 공연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영화의 한 장면처럼 조영남 씨가 따뜻한 분위기의 로비에서 캐롤을 부르며 한 손에 마실 것을 든 고객들과 크리스마스를 즐겼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터줏대감으로 한 자리에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고객들의 사랑을 받아 온 호텔들이 코로나19 여파로 경영 악화를 겪으면서 문을 닫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최근에는 1979년 오픈한 서울 가든 호텔이, 1988년에 문을 연 스위스 그랜드 호텔도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아파트, 오피스텔, 오피스 등의 복합단지가 들어설 계획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에서도 호텔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테크, IT 도입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인력, 운영시스템 등의 측면에서 아직 호텔산업의 회복은 요원하고 미궁에 빠진 문제들이 많습니다.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기 위해, 2023년 <호텔앤레스토랑>은 올해도 열심히 달릴 예정입니다.
1991년 탄생한 <호텔앤레스토랑>이 독자 여러분의 오랜 사랑으로 32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리를 꿋꿋히 지킬 수 있었던 만큼 올해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산업에 뼈와 살이 되는 콘텐츠로 보답하겠습니다.
글 : 서동해 발행인 news@hotelrestaura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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