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있어 웨딩은 엮여있는 굴비와 같다고 우스갯 소리로 이야기한다. 웨딩을 잘 치르면 돌잔치, 부모님 생신 등 결혼 당사자와 가족, 친지들의 추가 연회, 하객들의 멤버십 가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호텔 입장에서는 장기적이고 잠재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 웨딩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모두에게 축제의 순간이 됐을 웨딩이 지금은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호텔들은 웨딩 공간을 분리하고,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나름의 타개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웨딩 규모를 비롯해 일정, 공간, 진행 방식, 피로연 등 여러 방면이 변화하고 있는 것. 호텔 웨딩이 웨딩 뉴노멀을 맞이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웨딩
지난 8월 중순, 수도권 방역 조치 강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따라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의 집합·모임·행사가 금지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8월 1372 소비자 상담 센터에 접수된 예식과 숙박 서비스 관련 상담은 총 6만 3540건으로, 전월 대비 3.8% 증가했다. 특히 예식 서비스 관련 상담은 507.5% 많아졌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예식 서비스 관련 상담은 1268.7%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예식의 보증 인원 축소, 일정 연기 등을 두고 소비자와 사업자 간 위약금 분쟁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비즈니스 디벨롭먼트 박정진 과장(이하 박 과장)도 2020년 웨딩 현황에 대해 “1~6월까지는 전체적인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계약 건수의 많은 이동은 없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발표 후에는 상당한 수의 계약 이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랑신부도, 호텔도 모두 처음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방역 체계 등 호텔을 믿고 진행하려 했지만, 코로나19의 재확산 위험과 정부지침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스몰에서 마이크로 웨딩으로
웨딩 뉴노멀의 핵심은 웨딩 규모의 축소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작은 규모의, 자신만의 특화된 웨딩을 추구하는 스몰 웨딩에 대한 붐이 일었다. 이에 호텔들에서도 스몰 웨딩을 위한 패키지와 베뉴를 마련하고, 연예인들의 스몰 웨딩이 알려지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의에 의한 소규모 추세가 아닌 타의에 의한 하객 다이어트가 돼버린 상황이다.
호텔에서는 300명 이상의 하객이 참석하는 결혼식을 대규모, 100~300명 미만 규모를 중규모, 50~100명 미만 규모를 소규모, 그 이하를 초소규모 웨딩으로 구분한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연회팀 정지욱 팀장은 “최근 5개월 동안 호텔에서 이뤄진 하객 50~99명 규모의 스몰 웨딩 건수는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보다 작은 초스몰 웨딩, 즉 마이크로 웨딩은 2016년에는 전체 결혼식의 4%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15%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는 추이”라면서 “2020년은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작은 규모의 웨딩을 계획하는 고객의 수요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웨딩 윤혜미 실장(이하 윤 실장)은 “하객 수를 축소해 50인 미만 웨딩 문의가 상반기에 비해 약 50% 증가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인원을 대폭 축소하고 가까운 친인척과 지인을 초대해 진행하는 마이크로 웨딩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웨딩 베뉴의 비효율적인 운용
소규모 웨딩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호텔 웨딩은 일반적으로 하객이 300명 이상인 대규모 웨딩이 주로 진행됐었다. 그렇기 때문에 호텔들은 500명까지도 수용 가능한 대형 웨딩 베뉴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이후 대규모 웨딩이 진행됐던 공간은 정부지침에 따라 완전 분리 및 분할돼 운영된다. 그중 신랑신부가 있는 메인 홀에서 직계 가족을 중심으로 예식을 진행하고, 나머지 하객이 있는 서브 홀에서는 실시간 중계를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500명까지 수용 가능했던 웨딩홀을 2~3구역으로 분리, 하객을 나눠 수용한다. 실내 당 수용 가능 인원이 50명 미만이지만, 예식이 끝난 뒤 각 서브 홀에서 진행될 신랑신부와의 인사 및 사진 촬영까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실제 수용 가능한 하객은 규모와 관계없이 47명이다. 소규모 맞춤형 베뉴가 드물고, 분리가 애매한 중소규모의 웨딩 베뉴는 추가적인 서브 홀 공간을 마련해야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공간 운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웨딩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웨딩 베뉴의 다양성 확보해야
한편 실내 당 최대 수용 가능 인원이 47명이라는 실질적인 숫자는 호텔들에게 웨딩 베뉴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영장, 레스토랑, 라운지 등 호텔 내 모든 공간이 웨딩 베뉴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레스토랑의 수용 가능 인원은 60~80명 정도인데, 하객 간 최소 거리를 고려해 배치할 경우 40~50명은 수용 가능하다.”면서 “버진로드의 부재 등 예식 진행 방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웨딩에 초대되는 범위가 직계 중심으로 간소화되고 있어, 심플한 웨딩에 적합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호텔 내 다양한 공간을 활용한 웨딩 베뉴 및 상품을 개발한다면 현재의 비효율적인 공간 운용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또한 실내 웨딩보다는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은 야외 웨딩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은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호텔 본관 1층 야외 정원에서 결혼식을 진행하는 ‘로맨틱 가든 웨딩’ 프로모션을,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 & 레지던스는 ‘루프탑 가든’에서 호텔의 일반 고객과 동선이 분리된 단독 홀로 예식이 진행돼 보다 프라이빗하고 여유로운 예식이 가능한 스몰 웨딩 패키지 ‘아트컬렉션 : 별이 빛나는 밤에’를 선보였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세일즈마케팅 박준용 팀장은 “기존의 연회장 이외에 웨딩 형식을 빌려 가든파티를 스타일링한 ‘그라넘 디너파티 위드 웨딩’, 반얀트리 서울의 단독 건물인 더페스타의 야외 가든에서 진행되는 ‘페스타 웨딩’ 등 소규모 아웃도어의 섬세한 서비스를 지향하는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호텔들은 부대시설 및 다양한 내외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웨딩 베뉴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야 한다.
비대면 서비스와 웨딩의 접목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모든 분야에 비대면 서비스가 도입됐다는 점이다. 호텔 웨딩도 예외는 없다. 몇몇 호텔들은 실시간 웨딩 중계를 하는가 하면, 온라인을 통한 웨딩 쇼케이스 개최, 온라인 웨딩 상담과 판매도 시작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에서 전국의 만 19~45세 미혼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0 결혼식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시대의 온라인 결혼식에 대해 2명 중 1명은 긍정적이라는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결혼식은 세대에 따라 호감도의 차이가 매우 클 것 같다는 의견이 75.4%로 그간의 결혼식 문화와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는 힘들겠지만, 여러 명이 모일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지난 8월 24일, 업계 최초로 시도하는 온택트(On-tact) 웨딩 쇼케이스인 <2021 웨딩 팔레트>를 호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약 30분간 진행된 온택트 웨딩 쇼케이스에서는 호텔에 준비된 50~100명의 하객을 수용할 수 있는 로즈룸, 약 5m 높이의 통창 단독 테라스를 갖춘 카네이션룸, 아담하지만 프라이빗한 단독 포이어 공간을 갖고 있는 20명 규모의 메이플룸 등 웨딩 공간과 스타일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영국 왕실 해리왕자의 부인인 메건 마클 왕자비가 선택했던 아틀리에 쿠의 사피아 드레스 2020 뉴컬렉션을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웨딩은 최고의 순간, 마음에 닿는 감동 전달하고자 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웨딩 윤혜미 실장
Q.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는 온택트(Online-Contact) 웨딩 쇼케이스, <2021 웨딩 팔레트>를 개최했다. 온라인으로 진행한 계기가 있다면?
최근 증가하고 있는 프라이빗 웨딩 고객들을 위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는 다양한 소규모 웨딩 패키지 상품을 준비했으며, 대규모 웨딩뿐 아니라 스몰 웨딩에도 강점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코로나19로 고객들의 소비 패턴이 비대면 선호로 변화하고 있고 당분간 고객들의 이러한 성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 호텔 웨딩이나 연회 상품들도 서둘러 변화해야 한다고 판단해 업계 최초로 온택트 웨딩 쇼케이스를 개최하게 됐다.
Q. <2021 웨딩 팔레트>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업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온택트 웨딩 쇼케이스를 통해 많은 예비 신혼부부들이 궁금했던 특급 호텔의 프라이빗 웨딩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반응이다. 각 홀마다 바이올렛, 오렌지, 아이보리 등 차세대 웨딩 트렌드 컬러를 활용해 연출했는데, 생중계 댓글을 통해 고객들 즉각적인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후 온라인과 유선을 통한 문의와 계약으로 곧바로 이어져 프라이빗 웨딩에 대한 많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Q. 최근 스마트 스토어를 오픈해 웨딩과 돌잔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면 상담으로만 판매됐던 호텔 웨딩 상품을 프라이빗 웨딩 상품에 한해 온라인으로 쇼핑하듯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호텔 웹사이트에 링크된 네이버 쇼핑의 호텔 전용 스마트 스토어에서 웨딩 상품의 구성과 장소, 데커레이션 등을 확인하고 계약금을 먼저 결제하고, 이후 상담을 진행하면 된다. 이렇듯 웨딩과 돌잔치를 비대면으로 문의하고 계약하는 경우가 전체 계약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점차 늘고 있다. 온라인 판매의 경우, 리뷰를 통해 신속하게 고객의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에 고객 편의에 맞춰 보다 많은 상품 개발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Q. 지난 4월부터 진행 중인 실시간 웨딩 중계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국내 최초로 지난 4월부터 선보인 실시간 웨딩 중계 서비스는 유튜브 URL 정보를 하객에게 전달해 모바일이나 PC로 실시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중계된 모든 장면은 웨딩이 끝난 후, 신랑신부에게 제공된다. 실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한 신랑신부는 사람들이 모이길 꺼려하는 시기이고, 해외에서도 하객이 와야 했기에 걱정이 많았는데, 웨딩 실시간 생중계를 통해 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함께 성공적으로 웨딩을 진행할 수 있었다. 아직 생소한 서비스지만, 향후 지방이나 해외 등 참석이 어려울 때, 건강상의 문제로 물리적 이동이 어려울 때 등 다양한 경우에 활용 가능한 비대면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Q. 코로나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기획 중인 웨딩이 있다면?
생활 속 거리두기는 필수 생활 지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고, 스몰 웨딩에 대한 고객 선호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파르나스 타워 39층의 탁 트인 전망의 공간 ‘델포이’에서의 웨딩을 제안한다. 정형화된 결혼식에서 벗어나 파티 형식의 결혼식, 상황에 따라서는 식사 없는 웨딩도 기획 가능하다. 또한 결혼식 이후 식사가 필수가 아니라면, 함께 파티를 즐기는 분위기의 ‘애프터눈 티 웨딩’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애프터눈 티와 디저트를 즐기며 웨딩을 축하하고, 짧아진 웨딩 시간만큼 신랑신부는 부담 없이, 하객들은 여유롭게 남는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Q. 호텔 웨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고객 감동’이다. 웨딩은 한 사람이 처음 경험하는 일생 최고의 순간이다. 신랑신부는 준비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결혼식 당일까지 모두 의미가 있고 특별하기 때문에 웨딩 디렉터로서 결혼식 당일뿐 아니라 준비 과정까지의 의미 있는 과정을 좀 더 특별하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뭘까 항상 고민하고 신경 쓰고 있다. 최근 코로나로 일정을 연기할지 말지 고민하는 신부와 대화 중 눈물 흘리는 신부를 봤다. 그 마음이 너무 이해돼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후 신부님한테 연락이 왔는데, ‘지배인님 덕분에 실컷 울고 복잡한 마음이 정리됐다. 마음 써 주시는 게 느껴져 너무 감동했다’면서. 플라워 연출, 메뉴, 서비스 등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포인트는 많지만, 마음에 감동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코로나19라는 힘든 시기이지만,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웨딩팀은 고객에게 마음의 감동까지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평일 웨딩의 인기 높아져
호텔이 가진 베뉴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고객 수가 줄어든 만큼 베뉴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평일 웨딩이 제안될 수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밀레니엄 힐튼은 금요일 저녁 시간에 웨딩이 진행되는 ‘Friday Night Wedding’ 프로모션을 선뵀다. 금요일 웨딩에 대해 박 과장은 “올해는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 이어져 내년도인 2021년에 더 많은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하객이 평일에 동시에 시간을 내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참석 인원이 50명 이하인 상황에서는 평일 웨딩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웨딩은 하반기로 다수 옮겨졌고, 하반기로 미뤄진 웨딩들은 성공적인 웨딩 진행이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내년도 주말 일정까지는 새로운 주말 웨딩을 잡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평일 웨딩을 활용한다면, 웨딩을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진행할 수 있다. 각종 할인 프로모션을 더해도 평일 웨딩을 기피했던 신랑신부가 오히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서라도 평일 웨딩을 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밀레니엄 힐튼의 경우, 평일에는 숙박과 연계된 각종 학회 등이 많이 진행돼 웨딩에 많은 할애를 못하기도 했지만 규모가 작아진 지금은 충분히 강점 있는 웨딩이 상품이 될 것”이라면서 평일 웨딩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엄선된 메뉴로 퀄리티 높인 음식
하객 수가 줄어들면서 메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하객 인원이 300~400명이었던 경우, 빨리 식사를 하고 가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었고, 수백 명의 식사를 한꺼번에 준비했기 때문에 식재료에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40~50명을 위한 메뉴의 경우, 그리고 그 대상이 신랑신부에게 정말 중요한, 가까운 사람들이기에 더욱이 식사의 가격은 문제 되지 않게 됐다. 잘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가 먹는 것이 아닌, 직접 초대한 이들이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메뉴의 업그레이드를 넘어 보다 엄선한 메뉴 구성이 필요할 것이고, 보다 퀄리티 높은 음식을 찾게 될 것이다.
직원들에게 요구되는 고도화된 서비스
그렇다면 결혼식 당일 예식 풍경은 어떨까?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들은 정해진 시간에 모든 인원이 오는 것이 아니라 분산돼 신랑신부, 혼주 등과 인사를 나누고 예식장으로 들어서게 된다. 현재는 하객이 도착하면 QR코드를 통해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하고, 손 세정제 사용 및 열 체크 등 기본적인 방역지침이 이뤄진다. 이어 혼주와의 인사를 마친 뒤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지정된 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그만큼 직원들의 신속하고 정확한 안내가 중요해졌다. 여기서 새로 생긴 혼주의 작업은 공간별로 나눠질 각 하객에 대한 그룹핑을 미리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리 작성된 명단에 따라 직원들은 각 홀에 어느 분이 들어갈지 숙지하고, 그 홀로 안내한다. 따라서 중소규모의 웨딩의 경우 대규모 웨딩처럼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는 않을지라도 더욱 세심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고도의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
가심비 공략한 웨딩 디테일 구현돼야
코로나 시대의 웨딩은 그 규모가 현저하게 줄고, 예식의 진행도 점차 단순해지고 있다. 공간이 분리돼있다 보니 예식 후 사진 촬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기도 한다. 게다가 실시간으로 중계되지만, 웨딩이라는 축제스러운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되기는 힘들다. 또한 참석한 하객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심리가 강해 서로 조심스러워하는, 조용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들 가운데 규모는 포기하되 콘셉트는 개인 취향에 맞춰 개성 있고 만족할 수 있는 가심비에 중점을 둔 웨딩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에서 진행한 ‘2020 결혼식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다양한 유형의 스몰 웨딩이 등장할 것 같다는 답변에 85%의 응답을 보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스몰 웨딩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과장은 “웨딩 규모의 축소로 절약된 만큼 다른 요소의 투자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많은 부분들이 고객 니즈에 따라 디테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딩 뉴노멀을 맞아 호텔들은 기존 호텔 웨딩이 대규모 웨딩에 편중되고, 정형화돼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호텔 역시 어려운 상황이지만, 코로나 이후의 웨딩을 꿈꾸기보다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불안해할 신랑신부의 마음을 헤아리고 지금의 위기를 잘 대처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고객 맞춤형 웨딩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웨딩 베뉴의 발굴 및 상품 개발에 주력해야 할 때다. 이에 호텔 웨딩업계의 고객들의 가심비를 공략할 다양한 시도가 기대된다.
“코로나 시대 웨딩, 호텔의 위기 대처 능력과
신랑신부와의 신뢰감 중요해”
밀레니엄 힐튼 서울 비즈니스 디벨롭먼트 박정진 과장
Q. 코로나 시대의 웨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어떤 변화가 있나?
코로나 시대 호텔 웨딩의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무엇보다도 규모가 줄었다는 점이다. 규모의 축소는 웨딩의 많은 것들을 바꾸고 있다. 웨딩의 일정과 방법, 장소와 각종 요구 사항 등 절대적인 규모는 작아지고 있지만, 점차 호텔에 바라는 점은 다양한 분야에서 많아지고 있다. 기본적인 방역 수칙 등 정부지침에 따라 공간 분할 및 적정 인원을 나눠 운영하고 있다. 최근 진행했던 예식의 경우 유튜브 중계를 통해 예식에 실제 참여하지 못했던 하객도 예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유튜브 중계의 경우 과거 신랑신부는 전혀 관심이 없던 분야인데 요즘은 관심을 가지기도 하고, 실제 고객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메인 홀의 웨딩을 서브 홀로 중계하거나, 유튜브 중계라는 새로운 방법의 웨딩을 위해서는 촬영에 잘 담길 수 있는 웨딩 장식이 요구돼 웨딩 장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영상에는 단순히 신랑신부만 비춰지는 것이 아니라 하객을 비롯한 웨딩 전체 분위기가 담겨야 스토리가 되고, 짜임새 있는 영상이 되기 때문이다.
Q. 웨딩 연출에 있어서도 제약이 따를 것 같다.
방역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테이블 세팅에 제약이 있다. 힐튼의 방역 프로그램을 따라 모든 연회의 식기들이 랩핑돼 제공되고, 이를 고객들이 직접 오픈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웨딩 디렉터 입장에서는 테이블 세팅도 전체적인 웨딩 분위기에 맞춰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인데, 심미적으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의외로 고객들은 그만큼 철저한 방역이 이뤄지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아 안심하고 있다. 또한 지정석 시스템이 도입됐다는 점이다. 기존 대규모 웨딩의 경우 끝나고 빨리 가기 바빴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신랑신부를 만나고 가는 구성으로 변화했다. 그동안에는 양 옆에 누가 앉는지 중요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내 옆에 누가 앉는지 아는 것도 안심 포인트가 될 수 있다.
Q. 코로나 시대를 타개할 밀레니엄 힐튼만의 웨딩 전략이 있다면?
코로나19의 재확산이 아니더라도 어떤 일이 언제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호텔의 위기 대처 능력 또한 호텔을 고르는 선택 기준의 항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치러진 밀레니엄 힐튼의 호텔 웨딩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특히 방역 등 발 빠른 위기 대처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더불어 보증 인원에 대해 허황된 숫자를 요구하지 않고 실질적인 인원을 요청하는 등 신뢰감을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상황으로 신랑신부들이 가장 난처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보증 인원에 대한 문제다. 예를 들어 예상하는 하객 인원이 200명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구성된, 어떤 관계의 200명 인지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직장 동료 같은 경우는 가장 큰 변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가장 근사치의 보증 인원을 정하고 있다. 물론 호텔 입장에서는 보증 인원이 많으면 좋지만, 그렇다고 허황된 숫자는 신뢰를 깨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터무니없이 큰 숫자는 신랑신부에게는 채우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기 대처능력과 고객과의 신뢰감 형성이 밀레니엄 힐튼의 웨딩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Q. 보완하고 싶은 점 혹은 기획하고 싶은 웨딩이 있나?
현재 밀레니엄 힐튼의 내년도 7월까지 계약한 웨딩을 살펴보면 하객의 규모가 100명인 경우가 가장 많고, 많아도 300명을 넘지 않는다. 이러한 추세를 살펴봤을 때 중소규모 웨딩이 치러지고 있는 100~150명 정도 수용 가능한 아트리움에 대한 웨딩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아트리움에 대한 다양한 상품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지금까지의 웨딩 상품은 그랜드볼 룸과 같은 대형 베뉴에 치중돼 있었다. 이제는 실제 수요가 중소규모로 변화됐기 때문에 이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웨딩의 전반적인 윤곽, 식사 메뉴의 퀄리티, 좋은 음식, 귀중한 시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에 해당 상품의 콘셉트에 대한 고민도 꾸준히 하고 있으며, 호텔 웨딩이라는 럭셔리함은 유지하면서 기존의 대규모에서 중소규모로 타깃 층을 넓힌, 평일에도 구미가 당길만한 밀레니엄 힐튼만의 웨딩 상품을 만들고 싶다.
Q. 웨딩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랑신부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수의 웨딩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그들이 가진 고충과 원하는 콘셉트는 그동안 한 번쯤 들어봤던, 경험해 본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 상황에서는 이들의 불안감을 최소화시켜주는 노력이 우선시되고 있다. 호텔을 믿어 주는 그들에게 신뢰감은 보답을 넘어선 당연한 행동이다. 밀레니엄 힐튼의 웨딩 상담자는 대부분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웨딩에 있어서 오래된 것은 단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조언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담가를 믿고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조언, 시기별 준비 단계와 ‘지금은 편하게 계셔도 됩니다.’라는 멘트를 통해 고객으로 하여금 안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 호텔 웨딩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기존 웨딩 컨벤션에서 300~400명 규모로 예식을 진행하려던 수요가 규모를 150~200명으로 줄여 호텔로 옮기는 추세다. 이러한 경향을 봤을 때 앞으로 호텔 웨딩은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호텔 웨딩이 점점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하지만, 위기에 대한 방법을 빨리 찾을 수 있다는 점이 호텔의 강점이기 때문이다. 작은 규모의 웨딩이든, 큰 규모의 웨딩이든 호텔은 모든 게 가능한 상황이다. 물론 단순한 40~50명이라는 숫자가 아닌 메뉴 개발, 전체적인 데코레이션, 예식 진행에 대한 짜임새 등 준비를 철저히 해둬야 더 빨리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 : 손은애 / 디자인 : 강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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