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돼지 열병, AI 등 각종 가축 질병과 바이러스로 불안한 심리가 고스란히 대체육류시장에 반영됐다. 여기에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 동물 보호, 자원 고갈에 따른 미래식량개발 등의 이슈가 대두되면서 대체육류식량시장이 그 잠재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비욘드 미트의 경우 지난해 5월 한 달 동안 주가가 4배나 폭등했고 기업 가치가 시가 총액 8조원을 넘어섰다. 10여 년 전 75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에서 시작된 임파서블 버거는 지난해 세계 최대의 전자정보기술 전시회 CES에서 최고의 기술(Top tech)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오늘 날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대체육류시장은 음식과 환경, 과학기술이 결합한 푸드테크의 한 영역으로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대체육류시장의 성장과 함께 떠오르고 있는 비건도 종교나 신념을 떠나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착한 소비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출간한 세계식량농업보고서(SOFA, State of Food and Agriculture)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2006년을 기준으로 2050년까지 약 60%의 증산을 필요로 하는 인류의 식량 요구 수준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2030년에는 전 세계 빈곤층이 기후변화가 없을 경우에 비해 3500만 명에서 1억 2200만 명 사이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가뭄과 홍수 등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농업, 어업, 축산, 산림 등 식량 산업의 근간이 되는 1차 산업의 생산성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생태계의 변화를 야기하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식량문제를 논의하게 된 시점에 이르게 됐다. 뿐만 아니라 육류 섭취의 증가로 동물학대와 착취가 윤리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이제 전세계는 인류의 식량을 대체할만한 식품을 찾기 위해 환경과 농업, 축산, 음식, 기술을 융합한 푸드테크(푸드테크놀로지; Food+Technology)에 투자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푸드테크로 주목받고 있는 두 영역을 나누어 본편에서는 대체육류시장에 대해 조명하고 후속편에서 소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임파서블 버거, 소비자가 뽑은 Top Tech로 꼽혀
미국소비자기술협회가 주관해 해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155개국 4500여개 기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의 전자정보기술 전시회다. 지난해 소비자가 뽑은 최고의 기술(Top Tech)에 임파서블 버거 2.0가 선정되면서 전세계의 화제를 모은데 이어 올해도 식물성 돼지고기를 개발해 만든 반미 샌드위치로 눈길을 끌었다. 임파서블 버거 2.0은 임파서블 버거를 잇는 2세대 제품으로 육즙과 고기의 질감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임파서블 푸드의 첫 번째 상품인 임파서블 버거는 2011년에 스탠퍼드대 생화학 전공의 패트릭 오 브라운 교수가 개발한 대체육류식품이다. 유전자를 조작한 누룩으로 생산한 헴(Heme·혈색소 성분)을 이용해 식물성 패티를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이 나도록 했다. 2016년에는 뉴욕에 있는 데이비드 장 셰프의 모모푸쿠 니시에서 이 식물성 패티를 사용한 임파서블 버거를 선보이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전역에 1000개가 넘는 레스토랑에 납품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또한 지난해 8월에는 버거킹과 제휴하고 임파서블 와퍼를 출시해 미국 내 판매지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 임파서블 미트를 생산하고 있는 임파서블 푸드는 최근 돼지고기까지 대체육의 상품 카테고리를 넓혀 미국 전역의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공급하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 대체육류시장 선점위해 분주
국내에서는 동원 F&B가 지난해부터 비욘드 미트를 독점 수입, 공급하고 있으며, 롯데푸드는 엔네이처 제로미트로 독자 브랜드를 론칭해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한 스타트업 기업으로서는 지구인컴퍼니의 언리미트(Unlimeat)가 국내 대체육 시장에 발을 들여 현재 해외진출까지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 F&B의 경우, 이미 외국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비욘드 미트가 국내 출시 한 달여 만에 1만 팩이 판매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롯데푸드의 엔네이처 제로미트는 밀 단백질을 기반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통밀에서 100% 순식물성 단백질만을 추출해 고기의 근섬유를 재현하고 닭고기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느끼게 했다. 또한 효모 추출물 등으로 고기의 풍미와 감칠맛을, 식물성 오일로 부드러운 육즙의 맛까지 살렸으며 튀김옷은 식물성 플레이크를 사용했다. 지구인컴퍼니는 1년 6개월에 걸친 자체 기술로 한국식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를 개발해 관심을 모았다. 언리미트는 밀, 콩, 호두, 아몬드, 캐슈넛, 현미, 귀리 등의 식물성 단백질을 성형 압출해 만든 식물성 고기다. 특히 고기에 열을 가열했을 때 접촉면이 카라멜라이징 되는 마이야르 반응까지 구현해 고기의 풍미를 극대화 시켰다. 향후에는 3D프린트 기술을 접목해 마블링까지 구현시킬 예정이다. 이 밖에도 CJ, 풀무원 등 대체육류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원천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eat-free, 외식업계도 눈길
한편 이처럼 들썩이는 대체육 시장을 외식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마트, 일반 레스토랑은 물론 패스트푸드에 이르기까지 대체육 시장이 대중화되는 추세이지만 국내에서는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여서 일반인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까지 조심스럽게 반응을 살피는 분위기다. 올해 1월에는 업계 최초로 롯데리아가 식물성 패티, 빵, 소스로 만든 미라클버거를 출시했다. 미라클버거는 ‘Not Beef, But veef’라는 콘셉트로 고기 없이 고기 맛이 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패티는 콩 단백질과 밀 단백질을 최적의 비율로 조합시켜 고기의 식감을 재현했다. 소스는 달걀 대신 대두를 사용해 고소한 맛을 증가시켰고, 빵도 우유 성분이 아닌 식물성 재료로 만들었다. 미라클버거는 숯불갈비양념 맛과 어니언의 풍미가 어우러진 한국적인 맛이 특징이며, 최근 대체육 브랜드를 개발해 제품을 출시한 롯데푸드에서 식물성 패티를 공급 받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미라클버거를 선보인 배경과 관련해 “성장하고 있는 시장의 빠른 선점을 위해 출시하게 됐으며 비건을 포함한 대체육류시장의 분위기와 고객 트렌드를 반영한 테스트 형식의 제품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대체육류를 활용한 비건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일부 호텔에서도 메뉴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체육류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호텔 내부에서도 메뉴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현재 벤치마킹과 테이스팅 단계로 향후 이 시장이 커질 것이므로 비건 고객들을 위한 메뉴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체육류의 3가지 유형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체육류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 대체육류의 유형을 정리하고 들어가 보자. 대체육류는 식물성 대체고기(Plant-based Meat), 세포배양고기, 대체 단백질 곤충식품으로 크게 세 가지 유형로 나뉜다. 식물성 대체고기는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주원료로 만들어 고기의 맛이 많이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콩을 비롯한 곡류, 당근, 버섯 등을 추가해 맛을 높였다. 세포배양고기는 최근 대체육류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아이템으로 맛과 질감 등 고기의 특징에 가장 가까운 대체육류로 손꼽힌다. 하지만 고가의 제조비용이 들어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대체 단백질 곤충식품은 육류에 비해 환경에 덜 부담을 주면서 많은 영양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 식량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메뚜기, 귀뚜라미, 애벌레, 개미 등의 식용 곤충이 사용되며 주로 냉동, 건조, 분말 형태로 유통되지만 혐오식품이라는 인식과 가격이 비싼 게 단점이다.
대체육류시장 왜 부각됐나?
틈새시장으로 출발한 대체육류시장은 현재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추세다. 2017년 기준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42억 달러로 2025년까지 75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식물성 대체육 매출은 2018년에 6억 7000만 불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24%나 성장했다. 이처럼 대체육류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 이유를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몸에 이로운 음식, 동물 학대 반대 등 윤리적인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육류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엔 식량 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은 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하는 주요 오염원 중 하나로 꼽는다. 가축의 배설물에서 나온 암모니아는 수질을 오염시키고 산소포화도를 떨어뜨려 물고기를 질식시키는 한편 거대 축사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기구 온난화를 야기 시킨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구제역, 광우병, AI 등 동물에서 비롯된 각종 질병으로 육류소비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중 하나가 돼지 열병이다.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돼지열병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불안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중국은 전 세계 돼지의 절반 이상을 사육하며, 2018년에는 5천만 톤 이상의 돼지고기를 생산했다. 자국 내 소비도 많지만 돼지 열병이 발생되면서 1억 마리 이상이 살처분 돼 공급량은 줄어들고 가격은 치솟았다. 일각에서는 세계적으로 이 같은 가축 질병이 자주 발생되는 이유를 육류의 소비 증가로 인한 무분별한 사육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육류의 생산량을 줄이고 동물 복지에 신경 써야 안전한 먹거리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특히 동물의 무분별한 포획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병과 더불어 인간에게 전염되는 바이러스, 항생제 등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으며 육류의 과잉 섭취가 가져오는 암, 고혈압, 심장병과 같은 현대인의 질병으로부터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고기를 먹어라, 지구를 구해라’
아니러니하게도 ‘고기를 먹어라, 지구를 구해라’(EAT MEAT, SAVE EARTH)는 임파서블 푸드의 슬로건이다. 하지만 그 속뜻을 들여다보면, 고기의 맛을 실제처럼 구현해 고기라고 해도 믿을 만큼 놀라워진 식물성 고기를 소비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자는 의도가 깔려있다.
그들은 헴 성분으로 만든 임파서블 버거가 소고기로 만든 버거보다 87% 적은 온실 가스를 배출하고 95% 적은 토지를 필요로 하며 75% 적게 물을 소비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2018년에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발표한 css보고서에는 식물 기반 단백질과 동물 기반 단백질 공급원을 상세한 비교를 통해 일정한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미욘드 미트와 실물 소고기를 비교 분석한 결과 비욘드 미트가 소고기 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감소시키고 에너지 필요량 46% 감소, 물 부족 99% 감소, 토지 사용량을 93%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처럼 대체육류생산 기업들은 대체육을 소비함으로써 온실가스 및 에너지 사용, 토지 등 환경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맛있게 먹자, 육즙까지 실현시킨 식물성 패티
대체육류는 초기 시장진입 시 콩고기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영양이나 환경적인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식감이나 맛이 실제 육류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임파서블 푸드는 그 실마리를 유전공학으로 풀었다. 고기 맛을 느끼게 하는 헴(HEME)은 모든 살아있는 식물과 동물에서 발견되며, 동물에서 가장 풍부하게 발견되는 필수 분자다. 임파서블 푸드는 이점에 착안해 맥주가 생산되는 방식과 유사하게 콩의 DNA에서 유래된 유전자 조작 효모를 발효시켜 헴을 추출했다.
비욘드 미트는 맥도널드, KFC, TGIF, 던킨도너츠 등과 제휴해 식물성 고기 패티로 만든 제품을 출시했다. 비욘드 미트가 생산하고 있는 식물성 고기의 핵심은 육류의 5가지 구성요소인 단백질, 지방, 미네랄, 탄수화물, 물을 식물에서 직접 공급하는 것이다. 식물 기반의 대체육을 만드는 과정은 가열, 냉각, 압력시켜 식물 기반 단백질에서 고기의 섬유질 질감을 만들고 지방, 미네랄, 과일 및 채소 기반의 색소와 천연 향료, 물을 혼합해 육류의 모양, 육즙, 풍미를 재현한다. 비욘드 미트는 코코넛 오일과 비트에서 얻은 식물성 헤모글로빈으로 육즙 가득한 식물성 패티를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대체육은 과학 기술과 결합해 고도의 발전을 이뤘으며 기능이나 영양학적으로는 물론 맛에 있어서도 실제 육류에 뒤떨어지지 않게 됐다. 또한 대체육이 콩에 한정되지 않고 채소, 곡류 및 뿌리 등 다양한 식물성 재료에서 원료를 얻을 뿐 아니라 고기의 감칠맛과 육즙, 심지어 마블링까지 실현할 정도다.
대체육류시장의 확장과 베지테리언의 분류
한편 대체육류시장이 확장되면서 함께 부각되는 게 비건이다. 외국에서는 비건인구가 급격한 증가 추세로 비건 식품과 레스토랑, 호텔 등 다양한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는 단계다. 아직 국내 채식인구에 대한 공식적인 집계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한국채식연합은 지난해 자체 리서치 등을 통해 채식 인구를 국내 인구의 3-4%에 해당하는 150~20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채소를 먹는다고 해서 다 같은 베지테리언일까? 베지테리언도 섭취를 허용하는 식품에 따라 다시 5가지 분류로 나뉜다. 농식품수출정보(KATI)의 베지테리언과 비건을 구분하는 기준을 살펴보면, 비건은 고기와 생선은 물론 유제품, 난류, 꿀 등 동물로부터 얻는 식품은 거부하고 식물성 식품만 섭취하는 완전한 채식주의자다. 락토 베리테리언은 우유 및 유제품은 허용하는 채식주의를 의미하며,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은 우유 및 유제품과 난류까지 섭취하는 채식주의로 대부분의 채식주의자가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으로 분류된다. 비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르기 쉽고 적절한 양의 칼슘과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페스코테리언은 우유 및 유제품, 난류, 어패류까지 먹는 채식주의자로 모든 식물성 식품 및 어패류, 난류, 우유까지 섭취해 단백질 부족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플렉시테리언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되 때때로 육류도 섭취하는 채식주의로 분류한다.
세계적인 트렌드로 주목받는 비건
앞서 언급한대로 국내에서는 시작단계이지만 덴마크, 호주,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비건은 유행을 넘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 중에서도 덴마크는 수출의 20%를 낙농업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낙농국가이면서 1인당 육류 소비량(95.2kg)도 높은 나라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비건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2018년 20대 유럽 채식 국가 순위에서 7번째로 랭킹 됐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덴마크채식연합이 한 리서치 기관과 실시한 연구조사에서 덴마크 내 채식주의자의 비중은 전체 인구의 2.5%에 해당하는 14만 명이며 이중 비건은 20~30%인 3만 5000명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특히 평소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면서 가끔 육류와 어류를 섭취하는 페스코테리언과 플렉시테리언까지 포함될 경우 덴마크 내 채식인구는 전체의 14%에 달하는 8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덴마크의 채식인구는 68%가 여성으로, 38세 이하 젊은 층이 대부분이며 밀레니얼 세대의 5.2%가 비건으로 식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걸쳐서 비건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덴마크채식연합은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을 동물 윤리(42%)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비건 외의 채식주의자들에게서는 동물윤리, 환경보호, 건강 순으로 답변을 얻었다.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한국에서도 청신호
이처럼 비건 문화가 발달한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최근 비건이 유행하고 있는 국내에서 밀레니얼 소비층의 생활패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트렌드 키워드로 본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무리 짓지 않고 개인의 영역에서 가치와 경험, 효능감을 중시하며 공평성, 착한 소비 등을 지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형성된 가치관과 소비 패턴은 비건 문화와 결을 나란히 하며 국내에서도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과거에 베지테리언은 웰빙과 연관지어 건강의 이유로 선호되는 식단이었지만 최근에는 환경보호를 위한 착한 소비, 동물학대반대 등 윤리적인 것으로 목적이 바뀌고 있으며 베지테리언을 넘어서는 비건이 문화로 정착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건이 식습관에 그치지 않고 화장품, 의약품, 패션 등에서 화학 실험을 하는 제품, 오리털, 모피와 같이 동물의 털이나 가죽으로 된 동물성 제품까지 거부하는 비거니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올해 눈여겨볼 식음 트렌드로 비건이 손꼽히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열린 비건 박람회인 비건페스타에서는 참관객 규모가 1회에 1만 5000명에 이어 2회에는 60% 증가한 2만 4000명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열리는 3회에서는 3만 명이 몰릴 것으로 주최 측은 추산하고 있다. 이미 사전 신청만 지난해에 비해 2배 증가했고 참가 업체 규모도 1.5배 증가한 150개 업체가 참가 등록을 마쳐 비건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증명했다. 비건페스타 전시팀의 김빛나 팀장은 “건강식 전시에 관심을 갖던 중 환경, 동물, 건강 등 공익적 성격이 담겨있는 비건 시장의 잠재가능성을 보고 비건페스타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하며 “지난해 비건페스타가 처음 개최될 당시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참관객의 30%는 일반인이었으며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건강과 환경 등 부가적인 이유로 일반인의 채식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비건페스타의 참관객 가운데 20~30대 여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건 문화가 확산되고 있음을 반증했다. 올해는 건강과 관련된 세미나 뿐 아니라 비건 쿠킹 쇼도 진행되며 해외 바이어의 참가를 유도해 국내 비건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개척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비건 가능성 품은 한식
대체육류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외식업계는 이를 활용한 메뉴개발이 관건이다. 식물성 고기를 사용한다고 하더라고 소스, 양념 등 기타 재료에서 성분을 따져 동물성과 식물성을 가려내는 것은 복잡한 문제다. 가령 소스로 많이 사용되는 마요네즈에는 동물성 재료인 계란이 주재료로 사용된다. 미국에서 식물성 마요네즈가 개발됐다고 하지만 수요가 적은 국내에서 이런 재료를 수급하기 위해서는 전용 식료품점을 찾아야 하고 원가나 유통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대체육류시장의 확장과 함께 비건 재료의 저변확대도 이뤄져야 한다. 현재로서는 비건 메뉴를 만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 중 한식은 비건 메뉴으로 개발 가능성이 높은 요리로 손꼽힌다. 호주에서 김치주스가, 캐나다에서 삼각김밥이 비건식으로 인기를 얻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한식은 채소 기반의 메뉴 폭이 넓은데다가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전통적인 소스도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원재료나 식품에서 비건 인증을 실시하는 기관이 국내에도 생겨남에 따라 앞으로는 보다 체계화된 비건식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 비건식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우선 동물윤리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 공유, 비건 문화의 확산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한국적인 맛을 담은 테스트 제품들이 많아지면서 대체식품 시장의 선택 폭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국내 대체육류시장 원천기술 육성해야
수조 원에 달하는 전세계 대체육류시장의 성장세에 비하면 국내는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단계다. 국내 기업들이 하나 둘 대체육류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 식육 조직을 모방하는 수준이거나 주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형태다. 특히 선진국과 기술 격차의 극복, 소비 진작을 통한 경쟁력 확보는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따라 정부는 1월 4일 '제5차 혁신성장전략회의 겸 제28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5대 유망 식품 집중 육성을 골자로 한 '식품 산업 활력 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대체육류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원천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신규 개발 소재의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농식품부는 올해 대체식품 개발을 위한 R&D 지원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고 농진청은 대체식품 제조, 가공에 적합한 콩 등 원료 농산물 품종 개발을 추진한다. 농식품부는 식약처와 함께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대체식품을 위한 기준 설정 및 안전관리절차 등 관리방안을 2022년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기획재정부에서는 대체 식품의 원천기술(식품성 단백질 분리‧분획‧정제기술 및 구조화 기술)을 신성장 동력의 R&D 비용으로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소비 진작을 위한 인식확대
푸드테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대체육류시장의 성장이 하드웨어라면 비건 문화의 확산은 소프트웨어에 속한다. 이 둘의 상관관계는 유기적으로 공유되면서 상호 성장해 나가는 단계에 놓여있다. 환경을 보호하고 미래 자원을 개발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대체육 시장이 커지기 위해서는 비건에 대한 인식 확대도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2000대 기업 가운데 식품부문에 든 국내 기업은 CJ 단 한 곳뿐이다. 한국은 외식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곳이지만 달리 말하면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당장 눈앞의 트렌드를 따라잡기에 급급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세계적인 식품 기업이 미래에 투자할 때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어디인지 고민해야 봐야하지 않을까? 미래지향적인 외식산업은 현재를 넘어선 테크놀로지의 결합과 이에 걸 맞는 소비문화가 정착했을 때 발전할 수 있다. 대체육류시장과 비건 이 둘의 성장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글 : 노혜영 / 디자인 : 강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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