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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레스토랑의 숨은 주역, 가려진 서비스 매니저를 비추다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배우 박진주 씨가 타성에 젖은 간호사의 현실 연기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웃음기 하나 없는 경직된 얼굴로 기계적인 상냥함을 드러내는 그의 연기는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의 웃기지만 슬픈 현실을 반영했다.
모든 산업은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의료 서비스는 의사나 간호사가, 금융 서비스는 은행원이, 항공 서비스는 승무원과 기장이, 외식 서비스는 셰프와 서비스 매니저가 도맡고 있다. 최근 음식과 관련된 방송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먹방이 대세를 이루는 시대가 되면서 ‘셰프테이너’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셰프들은 유례없는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셰프들의 동반자, 홀 서비스 직원들은 어떠한가?
셰프들의 음식을 최종적으로 빛내주는 이들. 이번 HR 지면에서는 그동안 가려져 있었던 서비스 직원들의 웃픈 현실을 조명해봤다.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외식 서비스 종사자들


홀 서버, 서비스 매니저, 지배인, 점장. 국내 외식업계에서 서비스 종사자를 칭하는 단어들이다. 해외에서는 전통적으로 웨이터, 웨이트리스라는 표현을 쓰지만 네이버 검색창에 웨이터라 검색하면 황당하게도 ‘나이트클럽의 종업원’이 연관검색어에 오르는 이유는 뭘까?


구인구직사이트 잡코리아에서 외식서비스업에 들어가 보면 상세 직무에도 조리사, 요리사, 양식, 한식, 바리스타, 바텐더 등 다양한 카테고리들이 나열돼 있지만, 홀 서비스를 담당하는 일은 총 28개 직무 중 서빙과 매니저, 카운터, 지배인 정도로 분류돼 있다. 그것도 직급이 어느 정도 있는 매니저나 지배인을 제외하면 수많은 홀 서비스 종사자들은 자신들을 소개할 때 그저 ‘직원’이라는 단어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머리 희끗한 베테랑 웨이터들이 능수능란하게 서비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웨이터들은 누구보다도 레스토랑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셰프의 음식에 대해 손님이 궁금해 하는 모든 것을 말해준다. 베테랑 웨이터들이 있는 홀 분위기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군더더기가 없다. 그리고 그런 웨이터들은 손님들로부터 존중받는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최저임금에 치이고, 고객의 갑질로 인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것일까? 직업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국내 레스토랑 서비스는 왜 이렇게 정착이 됐을까?

 

우리나라 레스토랑 서비스의 시작


서양에서 들어온 레스토랑 문화이기에 전통적인 클래식 서비스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 레스토랑 서비스가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T.G.I Fridays,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와 같은 대형 패밀리레스토랑이 자리하면서부터다.

 

 


식당 직원을 불러 주문하고,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은 후 계산대에서 결제만하면 해결됐던 시스템에서, 부르지 않아도 준비가 되면 직원은 주문을 받으러 오고, 식사 도중에도 불편한 사항은 없는지 체크,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서비스를 받게 됐다. 특히 앉아있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추는 ‘퍼피독 서비스’는 센세이션한 T.G.I Fridays의 시그니처 서비스 자체였다.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남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당시 동종업계 최고시급을 받았기 때문에 외식업에 뜻을 품은 이들에게 패밀리 레스토랑은 서비스업의 등용문이 됐다. 서비스의 보고라고 불리는 호텔 레스토랑도 2000년대 초중반, 호텔이 급격히 늘면서 확대돼 전통적인 호텔 서비스를 배우고자 진입하는 이들도 많았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하는 서비스업


패밀리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 파트타임의 개념도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 명의 종업원이 여러 테이블을 관리했다면 서양식 서비스는 맨투맨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연스레 더 많은 종업원들이 필요해졌고, 인건비가 운영의 20~30%를 차지하는 레스토랑에서는 직원보다 파트타이머를 고용했다.


그러나 문제는 선진화된 서비스를 따라가는데 이에 대한 충분히 이해가 뒷받침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양의 파트타이머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대신 팁 문화가 있기 때문에 고용자도, 근로자도 큰 무리는 없었지만, 국내의 경우 고된 노동 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으로 직원들의 업무동기가 떨어져만 갔다. 종업원들은 점차 퍼피독 서비스를 ‘왜’ 해야 되는지 모르는 채 그저 교육받은 매뉴얼대로 너도나도 손님 앞에 주저앉게 됐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진정으로 서비스업계에 뜻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선택의 여지없이 자연스럽게 실습하다가, 아르바이트하다가 남아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점점 멀어지는 전문성

자연스레 비전이 줄어들게 됐다. 레스토랑 서비스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그저 잘 웃고 서빙하면 되는 일이 돼 버렸다. 권숙수의 한욱태 지배인(이하 한 지배인)은 “서비스 매니저의 업무는 단순하지 않다. 홀에 있는 직원들은 주방에서 만들어진 음식들을 서빙만 하는 것이 아닌, 주방과 손님 사이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조율해야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다른 손님들에게도 메뉴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동시에 이를 해소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서비스 직원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교육을 통해 배우고자 하는 서비스 종사자들도 없을뿐더러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는 곳들도 부족한 상황이다. 외식업계 종사 희망자를 대상으로 조리와 외식 서비스의 무료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SK 뉴스쿨은 ‘직업을 배우는 진짜 학교’을 슬로건으로 1년간의 탄탄한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그러나 SK 뉴스쿨 관계자에 의하면 작년까지만 해도 참가자 모집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관계자는 “서비스를 뭐하러 1년 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배우냐는 반응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직접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라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본인의 위치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노동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최저임금을 올렸다. 최저임금 이외에도 개선돼야 할 주위 환경들이 많지만, 결국 서비스 종사자들이 스스로 전문성을 갖춰야 그에 상응하는 대우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권숙수의 한 지배인은 “모든 직원들이 손님들에게는 잘하는 편이다. 지배인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탠바이에 임하는 자세나 업무를 대하는 태도, 교육을 받아들이는 자세”라고 귀띔하며 전문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자생적 노력 필요해


회사에서도 직원들의 역량개발을 위해 성과에 대한 보상을 지속적으로 피드백 해줘야 한다. 최저임금이 올라서 힘들다고 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직원들이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일 해왔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미국 대표 외식기업 ‘유니언스퀘어호스피탈리티그룹(USHG)’의 대니 마이어 회장은 직원을 손님보다 먼저 배려하는 운영 철학으로 쉐이크쉑을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매장 에어콘이 망가졌을 때 손님보다 직원들에게 먼저 선풍기를 제공했던 유명한 일화도 있듯, 그는 매장의 가치는 직원이 결정함을 알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사업을 끌고 올 수 있었다.

 

 

▲ USHG Group Danny Meyer 회장, 사진출처_ USHG 홈페이지 / ▲ Shake Shack Plano Legacy West1, 사진출처_ planoprofile 홈페이지

이외에도 서비스 수용자의 인식과 태도변화, 주방과 홀 사이 보이지 않는 벽, 서비스품질 평가에 대한 방법, 내부고객 서비스, 클래식 서비스의 개념 등 서비스 업계의 전반적인 질적 성장을 위해 짚어봐야 할 문제들이 많다. 하지만 결국 외식업계가 전반적으로 변해야 이를 들여다보는 소비자의 시각들도 변할 것이다.

 

한 지배인은 홀 서비스 종사자들은 홀을 무대로 움직이는 배우나 다름없다고 이야기 한다. 몸과 마음가짐이 서비스에 임함에 있어 어느 순간에도 맵시가 살아 있어야 한다고. 순간 작년 이맘때 인터뷰했던 최정원 소믈리에가 떠올랐다. 쉬는 날 집 앞 슈퍼에 잠깐 다녀오는 길에도 양복을 입고 다닌다는 최 소믈리에.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서비스업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같은 서비스 매니저들이 있기에 언젠가 우리나라도 서비스에 값을 매길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노아윤 기자의 HR 지면에서는 지속적으로 서비스업계의 전반적인 이슈들도 다룰 예정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레스토랑을 밝혀주는 이들에게도 많은 관심 바란다.

 

“현업의 선배들이 좋은 귀감 돼야”
비스타 워커힐 델비노 유영진 지배인

 

호텔에서 오랫동안 서비스 지배인으로 근무해왔다고 들었다. 서비스업에 몸 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워커힐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9년 10월경부터 명동에 있는 로얄호텔에서 근무, 2002년에 워커힐에 입사해 지금까지 약 20년 간 호텔에서 서비스 지배인으로 일하고 있다. 처음에 호텔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지금은 돌아가신 故오문환 코오롱호텔 사장님의 호텔리어 일대기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명을 받았던 것에서부터다. 그때 故오문환 사장님으로부터 호텔이라는 곳을 알게 됐고, 호텔이라면 배울 수 있는 점들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호텔업계에 들어와서 보니 실제로는 어떠했나?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당시 입사했을 때까지만 해도 호텔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일부 한정돼 있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었고, 고객도 호텔에 바라는 서비스의 기준이 비교적 정형화돼 있었다. 오히려 최근 들어 고객들이 간접경험을 통해 보고 듣는 것들도 많아지고, 특히 해외에서 직접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 서비스의 흐름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문턱이 높았거나 해외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국내 호텔 레스토랑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있는 것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만큼 국내 서비스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서비스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에 비해 많이 바뀌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객들의 인식에 서비스의 본질적 역할이 자리 잡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유럽의 경우에는 문화나 역사적인 기반에 의해 ‘가스트로노미’라는 식문화가 형성됐는데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갑작스럽게 이러한 문화들이 정착하게 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만한 곳이 아웃백이나 T.G.I Fridays와 같은 곳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서비스의 중요성을 일하는 사람이나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나 인지할 겨를이 없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 보인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서비스업의 방향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먼저 호텔의 경우에는 예전부터 관습적으로 내려온 서비스 매뉴얼들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유연하지 못한 딱딱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번은 호텔에 자주 오시는 단골고객이 한국 서비스 지배인들은 왜 이렇게 Friendly하지 못하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때로는 너무 정중한 것도 불편함이 될 수도 있음을 그때 깨달았다.


그런데 반대로 왜 그런 서비스 모양이 생겨났는지 돌이켜보면, 서비스 종사자들 스스로 자신감 부족이라고 할지, 자신과 고객이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위축돼 있어 이러한 현상을 빚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시중을 들기 위해 손님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손님이 편하게 우리 레스토랑을 즐기기 위해 지불한 값만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전문가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한다.

 

서비스 종사자들의 전문성이 중요한 듯 보인다. 이를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이 요구된다고 보나?
어려운 문제다. ‘서비스’라는 직종 안에 카테고리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단순히 ‘서비스 매니저’라고 했을 때 어떤 전문성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 스페셜리티를 갖기 위해 와인에 대한 전문성을 기른다든지 티나 커피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그렇게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을 이야기하자면 전문성을 기르기 이전에 본인이 서비스와 맞는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SK 뉴스쿨에서 강의를 하며 느낀 것인데 1년 동안 열심히 강의를 듣고 실습에 임했던 학생들이 필드에 나가서는 한계를 체감하더라. 그동안 열심히 배워서 익힌 것들이 실제로 본인의 성격이나 성향하고 맞지 않는 일들이 생기는 것이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어느 정도의 스킬이 필요하지만, 이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각자 타고난 기질이 있다. 많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서비스를 직업으로 삼는 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전제라고 생각한다.

 

서비스업에 오래 종사하고 있는 선배로서 업계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서비스업계 종사자들이 직업으로서 이 일을 오래 하려면 지금 먼저 현업에 나와 있는 선배들이 서비스업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오래 버텨주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서비스업을 둘러싼 처우도 좋아져야 하지만 당장 동료들과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부분이다. 좋은 선배가 좋은 후배를 이끌어주는 것. SK 뉴스쿨을 통해 업계에 관심을 갖고, 이를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후배들을 만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그만큼 본인의 역량발전을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레스토랑과 직원의 발전이 시너지를 이뤄야 한다.”
권숙수 한욱태 지배인

 

원래 조리를 전공했는데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와인을 접하면서부터다. 와인을 공부하다보니 와인을 가지고 플로어에 나가서 서비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처음에는 와인 바에 취업하게 됐고 이후 와인과 떼 놓을 수 없는 음식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 레스토랑에서 근무하게 됐다. 어려서부터 요식업을 하시던 부모님 밑에서 함께 일을 도와드리며 서비스업에 노출돼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이들과 다르게 큰 환상이 없었다. 오히려 점점 와인을 알고 음식을 알게 되니 파인다이닝과 그 서비스 방식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서비스의 대상인 고객까지 연구하게 됐다.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새로운 세계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서비스업에 대한 인식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서비스업에 대해 가장 잘못된 생각이 직업을 갖기 전에 거쳐 가는 수단 정도로 여긴다는 점이다. 몸만 움직여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외식업의 형태는 다양하기때문에 그렇게 운영을 하는 곳도 있겠지만 적어도 서비스의 의미나, 해외에서 들여온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와인과 레스토랑 서비스 기법, 기물과 같이 공부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쉽게 생각하고 뛰어든 사람들이 금방 포기하니 전체적으로 서비스 퀄리티가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서비스에 대해 가르쳐주는 곳들이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일부 학교에서 교육을 하고 있기는 하나 너무 오래된 자료를 가지고 교육하기 때문에 현장에 왔을 때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 있다.

 

서비스 종사자들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에는 어떤 것이 있나?
일단 서비스 전문가가 돼야한다. 각자의 위치는 본인 스스로 만든다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우리 레스토랑에 처음 오면 가장 먼저 시키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레스토랑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동선은 왜 저렇게 이뤄지는지, 우리 매장에 오는 손님들은 어떤 유형인지. 우리 메뉴에 사용되는 식재료, 조리법, 음식에 대한 히스토리 등 이것에 대한 내용도 알아야 된다. 소비자로부터 좋은 태도를 이끌어 내려면 직원부터 바뀌어야 한다. 위압감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다운 면모를 뽐내줘야 손님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


그러려면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할 것 같다.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호텔은 급여가 낮고 정직원이 되기 힘들면서 진급의 기회가 적은 편이다. 반면에 파인다이닝과 같은 레스토랑들은 인건비, 세금, 카드 수수료 등 운영의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넓게 내다봤을 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권숙수의 경우에는 직원들의 복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레스토랑이 잘되는 공을 직원과 같이 나누는 것이다.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해외 미쉐린 레스토랑 연수도 보내준다. 그리고 이러한 권숙수만의 문화를 SNS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직원 복지와 관련된 좋은 사례가 많이 퍼져나가야 전체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보면 매출은 높은데 이를 직원들과 함께 나누지 않는 곳들도 더러 있는데, 이는 결국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좋은 인재들이 떠나가는 악순환으로 되풀이 된다.

 

홀과 주방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레스토랑의 오너가 셰프다보니 오너로서 전체 분위기를 간섭하고 휘두르는 곳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각자의 영역은 서로가 존중해줘야 한다. 주방에서는 정성껏 음식을 만들고, 홀에서는 셰프의 의도대로 요리가 손님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조율한다. 음식 맛의 강도, 플레이팅 등 주방에서 내놓는 음식들은 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고려해서 만드는 것이고, 홀에서의 서비스도 손님의 식사 분위기를 살펴보고 적기에 음식이 서브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각자 모르는 영역이 있다 보니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에 대한 영역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

 

앞으로 국내 서비스업의 흐름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고객들도 서비스 수용 태세를 점차 갖춰가고 있고 기존의 바리스타나 소믈리에들도 직업적으로 인식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 아직까지 편차가 심한 편이긴 하지만, 점차 경험의 영역이 넓어지다 보면 무형의 서비스에도 충분한 가치를 느끼고,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호텔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도 많이 노출되고 방송을 통해 와인과 같은 음료를 즐기는 문화가 보편적으로 소개되면 좋을 것 같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임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