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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Trend

호텔앤레스토랑 - 북한관광_ 2부. 투자금액 대비 고효율의 솔루션, 카지노

동해항을 출항하는 금강호

 

확률론

 

A, B 두 사람이 각각 32피스톨(옛 스페인 금화)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다. 도박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3점을 얻어야 한다. A는 2점, B는 1점을 획득한 상태에서 게임이 중단됐을 경우, 총 64피스톨 중 A와 B가 각각 차지해야 할 몫은 얼마인가?


우리는 어떤 일의 추이를 계산하고, 결정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할 때 흔히 확률을 이야기한다. 특히, 결과를 알 수 없는 일을 마주할 때면 확률이 보여주는 숫자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실제로 확률은 단지 가능성일 뿐, 명확한 결과에 대한 보장이 아님에도 그렇다. 서두에 언급한 문제는 17세기의 유명한 도박사 드 메레(de Méré_ 1607~1684)가 그의 친구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에게 편지를 통해 문의한 것이다. 파스칼이 편지에 대한 답을 적어 보내면서 확률론이 시작됐고, 확률론은 훗날 통계학이 태동하는 기반이 됐다. 이성과 논리의 범주에 있는 통계가 불확실성의 대표적 사례인 도박으로 인해서 발달한 이론이라는 것이 재밌다. 파스칼은 ‘도박을 즐기는 모든 인간은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해서 확실한 것을 걸고 내기를 한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는데, 오늘날 도박의 정의는 ‘돈이나 가치 있는 소유물을 걸고 결과가 불확실한 사건에 내기를 거는 행위’를 말하니, 파스칼의 의견과 일맥상통한다. 


카지노의 경제적 파급효과


관광분야에서 확률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은 사행산업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지노, 경마, 경정, 경륜, 복권, 체육진흥투표권, 소싸움 등의 일곱 가지만 합법적인 사행산업으로 규정한다. 이들 사행산업 중 가장 큰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은 카지노다. 카지노는 비록 합법 사행산업이지만, 내국인들은 강원랜드를 제외한 국내외 모든 국가 및 지역의 카지노에서 도박을 할 수 없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의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고, 지역의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특별히 내국인의 출입 및 도박행위를 허가해준 것이다. 강원랜드 설립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외국인 전용 카지노들도 외화획득이라는 시대적 사명이 있었으니, 우리나라의 카지노는 기본적으로 사회공헌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좋은 의도를 바탕으로 도입된 카지노지만, 그와 관련한 여론은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이다. 카지노는 도박중독자를 증가시키고, 업장이 위치한 지역주민의 피해 등이 발생한다는 보도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때때로 원정도박이라는 키워드로 연예인, 스포츠선수, 기업인 등, 이른바 ‘공인’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한 이들의 부정행위가 적발돼 법적 처벌을 받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사행산업을 운영하는 주체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중대한 사회문제다. 하지만, 남북관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이러한 부정적인 면을 지니고 있음에도 세계 각국에서 여전히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도입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세수확대, 고용률 증대, 관광객 증가 등 카지노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가장 큰 이유다.


금강산 관광에 선상 카지노 도입 요청


남북관광과 카지노는 지난 호에 다뤘던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에 뿌리를 둔다. 현대아산은 1998년 당시 대만과 싱가포르 등지를 운항하던 2만 8000톤급의 대형 선박인 ‘슈퍼스타 카프리콘호’를 임대해 금강호로 명명하고 울산항에 입항시켰다. 금강호는 원래 크루즈여행 목적으로 사용되던 선박인 만큼, 배 안에는 객실뿐만 아니라 식당·나이트클럽·가라오케·도서관·회의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었다. 문제가 됐던 것은 카지노였다. 선박에는 2곳의 카지노장이 설치돼 있어서 선박도입 당시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정부는 선박 내 2곳의 카지노 중 한 곳을 폐쇄 후 개조하는 조건으로 배의 등록을 허가했다. 금강호 내의 카지노는 훗날 남북관광에서의 카지노 도입이라는 논의의 착안점이 됐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을 통해 수익보다는 막대한 적자가 발생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타개책으로 선상 카지노 도입을 정부에 요청했던 것이다. 


현대 아산의 제안 배경에는 북한이 있다. 당시 홍콩 기업인 ‘엠페러 인터내셔널 홀딩스’가 투자한 카지노가 라진-선봉지역에 운영을 시작하던 때였는데, 북한은 50여 년간 라선지역에 카지노 시설을 임대 해주는 조건으로 미화 약 136만 달러를 받았다. 라선지구 카지노 도입 경험을 통해 북한은 카지노가 투자 대비 수익이 높은 사업이라고 평가한 듯, 현대아산 측에도 카지노 도입 및 운영을 허가하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이에 현대 아산은 정부와 카지노 시설의 설립 건에 대해 의사를 타진했다. 현대아산은 금강호 내부에 선상카지노를 운영하게 해주거나, 만약 불가할 시 북한의 장전항에서 해상호텔 내부에 카지노를 설치하고 운용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했다. 정부의 입장은 금강호 내부의 선상카지노는 폐특법으로 보호받는 강원랜드의 매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불가하고, 북한의 장전항에서 해상 카지노를 운영할 경우 원칙적으로 타국이라 운영은 할 수 있으나, 주 이용고객인 우리나라 국민의 이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즉, 정부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허가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금강산 관광의 주 고객이 내국인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현실성 없는 제안이었다. 현대는 금강산 카지노 운영을 위해 미리 기기를 구입하고 직원을 고용해 훈련시키는 등 운영을 위한 준비를 했었으나, 결국 금강산 관광이 강제로 종료되는 2008년까지 어떠한 종류의 카지노도 실현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광의 실효적 실행계획으로써 카지노를 제안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본다.

 

평양 양각도국제호텔 지하 카지노

 

북한, 지속적으로 카지노 도입 추진


북한은 현대아산과 합작해 카지노를 운영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후에도 카지노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2002년에는 신의주 경제특별행정구를 선포했는데, 특이한 점은 양빈이라는 중국 사업가를 특구 장관에 임명했던 것이다. 신의주 경제특별행정구는 입법, 행정, 사법까지 모두 장관에게 위임하는 형태로써,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에서는 파격적인 혜택을 외국인에게 제공한 셈이었다. 북한의 노림수는 신의주에 카지노를 건설하고, 사업가인 양빈의 인맥을 이용해 수익을 벌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발표하자마자 중국 정부는 양빈을 탈세 혐의로 구속시켰다. 중국정부 역시 북한의 계산을 파악해 중국의 국부가 카지노를 통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시도는 양빈이 구속됨으로써 무산됐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했던 이유는 중국인들의 습성과 사회구조, 경제적 상황에 비춰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기본적으로 도박을 즐기며, 소수의 사람들에게 10억 인구의 부가 집중돼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겜블러들과 비교했을 때 환율 차이를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압도적인 도박의 소비력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서 부를 축적한 이들은 세계 카지노 시장의 주요 VIP 고객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은 해외 도박으로 인해 막대한 부가 유출되자, 부패척결운동의 일환으로써 도박을 금지하려는 노력을 해왔기에, 북한의 의도를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2004년 중국의 한 고위관리가 북한카지노에서 막대한 금액을 도박으로 잃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하자 더욱 강화됐다.   


북한은 신의주 경제특구 지정을 통한 경제 활성화가 실패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카지노 도입을 시도했다. 2011년 4월에 현대아산의 금강산 독점사업권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같은 해 11월부터는 중국인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국제관광 프로그램을 가동했는데, 관광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것은 여전히 라선지역의 카지노였다. 북한은 자국 내 뿐만 아니라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 건물을 불법 도박장으로 임대해주기도 했다. 러시아는 2009년 카지노를 금지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도박을 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속칭 ‘하우스’를 일국의 대사관에서 운영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사관 건물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공권력의 개입이 드물고, 도박에 참여하는 사람이 비밀리에 출입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었다. 또한 카지노는 운영측이 막대한 현금을 벌 수 있고, 이렇게 벌어들인 자금의 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북한이 무리수를 뒀던 것이다.  


이후에도 북한은 2017년에 현대아산과 추진하다 실패했던 선상카지노 카드를 다시 꺼내들기도 했었다. 북한 금강산국제관광특구개발총회사는 10년간 미화 1000만~2000만 달러(약 112억~225억 원)를 투자할 의사가 있는 기업을 공개 모집했다. 북한은 외국 단독기업이나 합영기업이 2만~3만 톤급 관광여객선을 이용해 금강산 고성항을 중심으로 러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을 순항하는 크루즈 카지노 선박을 운영하길 원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사업에 참여할 경우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으나, 현대아산의 케이스를 통해 입증된 리스크 때문에 국내외 어떤 기업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북한, 매력적인 카지노 투자처로 평가 받아


2018년에는 조금 특이한 뉴스가 들렸었다. 중국의 온라인 결제회사인 ‘알리페이’의 대변인이 미국의 대북매체인 NK뉴스를 통해 북한 내에서의 거래를 차단한다고 밝혔던 것이다. 당시 알리페이와 유니온페이의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평양에서 도박자금을 결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이 사실일 경우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에 알리페이와 유니온페이는 서비스 제공을 금한다는 내용을 공식화한 것이다. 여기에는 1인당 여행 목적으로 해외를 출국할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현금의 한도가 있어 현지결제를 차단하면 국부가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리라는 중국 정부의 계산도 포함돼 있었다. 


그 후에도 김정은은 카지노를 통한 경기 활성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중국의 압박으로 인해 실패했다. 중국의 입장에서 봤을 때 북한의 카지노 도입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북한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돈세탁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향후에도 견제는 지속될 것이다. 중국정부가 우려하는 상황은 곧 투자자들이 바라는 목표다.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의 북한은 충분히 매력적인 카지노 투자처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경 북미정상회담이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듯 보였던 때, 트럼프 대통령의 후원자이자 세계 3대 카지노 거물로 꼽히는 샌즈 그룹의 셀던 아델슨(Sheldon Adelson) 회장은 북한의 카지노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이 또한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이 밖에도 통일에 대한 대비책이든, 경제활성화 정책이든, 북한에 대한 억제력 확보와 자구책 제시든, 남북관광을 바라보는 시각의 다양성만큼이나 여러 가지 가능성들은 산재해있다. 이런 가능성들에 대한 해법이 반드시 카지노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카지노는 투자금액 대비 고효율의 솔루션임은 확실하며, 이미 강원랜드를 통해 입증된 도심재생의 성공사례 또한 존재한다. 


파스칼로 시작된 이야기를 파스칼의 명언으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현재의 선택이 미래의 확률을 결정한다. 
The current choice determines the probability of the future. 
- Blaise Pascal 
우리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자료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2011.04.15.) 북, 과거에도 해외공관서 카지노장 운영 
- 자유아시아방송(2020.01.16.) 북 라선특구 선봉카지노에 중국인 손님 북적 
- 통일부(2019). 2018년 북한의 대외무역 동향. 통일부. 
- Daily NK(2005.1.14.) An Employee from the Emperor Hotel in Rajin Out to Do Business in a Market Place. 
- NK News(2018.12.19.) Alipay working to block transactions using service in N.Korea: official. 
- World Gaming Magazine(2017.03.25.) North Korea to launch casino cruise ship. 


이동화

경희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겸임교수 / (사)복합리조트관광연구소 이사

rhiedh@gmail.com


글 : 이동화 / 디자인 : 강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