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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 & Cafe,Bar

호텔 & 레스토랑 - 셰프의 성지, 주방을 열다



셰프의 성지, 주방을 열다






커다란 나무가 버티고 있는 전경을 따라 셰프 테이블에 앉는다.

노랗게 쏟아지는 조명을 받으며 분주하게 오가는 셰프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단호하고도 절제된 노련함이 스멀스멀 전해져온다.

혀의 미각을 휘감아 멋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이 요리의 태생이 궁금하다.

테이블 너머의 공간, 오직 셰프에게만 허락된 키친을 <호텔&레스토랑>의 카메라에 담았다.


취재 노혜영 기자 | 사진 조무경 팀장



1. 연기처럼 사라지다


참나무가 타들어가며 내뿜는 따뜻하고 아늑한 훈연이 코 끝에 닿았다. 그릴 위에서 고기가 지글거리며 맨살을 드러낼 모습이 훤하다. 가지런히 정돈된 팬의 시선 아래로 커다란 웍이 채소와 함께 손사래 치고, 절도 있게 움직이는 칼과 도마는 마치 군대 행진의 발자국 소리를 연상시킬 즈음, “예, 셰프!” 그리곤 이 모든 것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셰프는 말이 없었다. 큐 사인과 함께 바로 다음 신에 계획된 행동을 모두가 알고 있는 듯, 일사분란하게 다음 액션을 취했다. 하고 있던 모든 작업이 멈췄고 작업대가 텅 비었다. 쏟아지는 조명 빛이 민망할 정도로 반짝이는 작업대 뒤로 그들이 섰다. 포마드를 발라 가지런히 넘긴 머리카락과 새하얗게 각이 잡힌 흰색 셔츠는 한 치의 티끌도 남기지 않으려는 셰프의 의지를 담았을까. 이제 키친은 미장 플라스(Mise en Place; 고객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전까지의 모든 사전 준비)를 마쳤다.



2. 11시 30분, 그들이 움직일 시간


대기하던 고객이 차례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가장 먼저 ‘훅’하고 들어오는 고소한 훈연향이 그들을 반긴다. 엑스포(Expo; 오더를 확인하고 지시하며 각 파트별 음식이 모여 조합되는 공간)에서 오더가 떨어지면 그릴, 소테, 가드망제 파트가 “예!”라는 힘찬 구령과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인다(이 소리에 고객들의 시선이 적어도 한번은 주방으로 쏠리게 된다). 지하 수조에서 로브스터와 전복을 대령하고 가드망제Garde Manger에서는 메인요리에 들어갈 가니시와 샐러드 준비가 시작된다. 그릴Grill과 소테Saute 파트는 타이밍이 관건. 불을 다루는 곳인 만큼 함께 구성하는 요소가 많다. 다소 시간이 걸리는 그릴 파트의 특성을 고려해 조리 포인트를 맞춘다. 아메리칸 그릴 다이닝 에스테번. 이곳 주방의 특징은 대부분의 메뉴가 그릴을 거쳐 탄생한다는 것이다. 각 파트에서 끝나는 요리가 없을 만큼 주방에서는 한 요리를 위해 모든 부서가 유기적으로 연합한다.



3. 엑스포 Expo

“스테이크는 미디엄 레어, 샐러드는 견과류 빼고”

전쟁터의 사령탑과 같은 곳. 셰프Head Chef는 언제나 이곳에 선다. 고객의 주문서 Order가 가장 먼저 닿는 곳. 고객의 취향을 파악해 각 파트로 업무지시가 내려지며 서비스 직전 각 파트에서 온 음식을 체크하고 플레이팅한다. 대개는 총괄 셰프가 이곳에 있지만 총괄 셰프를 대신해 수 셰프Sous Chef가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에스테번에서는 수 셰프가 소테 파트장을 겸해 담당한다.








4 가드망제 Garde Manger

“고객을 처음 대면하는 스타터, 조화로움 강조”

보통 가드망제는 찬요리를 담당하는 부서다. 하지만 에스테번의 가드망제에서는 메인요리에 들어가는 가니시뿐 아니라 튀김을 이용한 스타터도 제공한다. 셰프 테이블 쪽의 공간에서 준비 작업이 이뤄지다가 영업시간이 되면 가드망제로 일부 넘어오기도 한다





- 이중철 셰프의 ‘Chop Salad’

산도, 당도, 부드러움, 바삭함 여기에 소금까지 밸런스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찹 샐러드는 레모네이드의 산도, 휘핑크림과 같은 폼 형태의 부드러운 연두부, 카라멜 피스타치오의 당도와 바삭함, 여기에 튀긴 타피오카의 바삭함까지 더해져 동서양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메뉴이다. 그릴에 구운 느타리버섯은 샐러드에 그윽한 불향을 입혀 이색적이기까지 하다.

Chop Salad



5 소테 Saute

“불을 다스리는 공간, 불 조절과 스피드가 생명”

소테Saute라는 조리법은 재료를 뜨겁게 달궈진 팬에서 단시간 익혀내기 때문에 불조절과 스피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파트의 특성상 움직임이 많아 에너지 소비량도 많은 편. 여기에 간 체크와 시간 조절을 빼놓을 수 없으며 그릴 파트와 협업하는 부분이 많아 손발을 잘 맞춰야 한다.





6 그릴 Grill

“참나무의 불꽃, 에스테번의 심장”

아시아로서는 최초의 참나무 그릴 시스템을 갖췄다. 직접적인 화력이 700~800℃에 달하는데 좌우가 분리돼 재료를 구분해 조리하며 가운데 문이 달린 공간에서 재료에 훈연을 입힐 수 있다. 레스토랑을 오픈하기 30분 전, 참나무에 불을 올려 적정한 온도를 유지한다.



- 박수엽 셰프와 안효준 셰프의 ‘Fren-Thai Lobster’

에스테번의 시그니처 메뉴. 프렌치와 팟타이가 조합된 메뉴로 동서양의 조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릴의 참나무 향과 소테의 중식 웍(Wok; 밑이 동그랗고 깊은 중국식 팬, 적은 양의 기름으로 음식을 빠르게 익힐 수 있다.)에서 느껴지는 불향이 압권이다. 수조에서 건져 반으로 손질한 로브스터를 1차 그릴에서 80% 익혀 참나무 그릴 향을 입히고 한쪽 면은 살을 발라 비스크(Bisque; 갑각류를 사용해 만드는 진하고 크리미한 수프), 사바용 (Sabayon; 계란 노른자, 설탕, 화이트 와인, 향료를 섞어서 만든 소스)을 얹어 샐러맨더(Salamander; 음식 위에서 불을 쬐어 조리하는 기기)에서 완전히 익힌다. 나머지 반은 로브스터 살과 이태리 엔젤 파스타를 활용해 팟타이 요리로 완성하며 집게살은 따로 분리해 소테 파트의 웍에서 조리한 뒤 타이밍을 맞춰 한 접시에 낸다.






INTERVIEW


송훈 총괄 셰프




Q. 에스테번의 주방, 어떤 점에 포인트를 뒀나?

퍼포먼스적인 요소와 고객의 편안함을 강조했다. 화력이 강한 그릴은 벽 끝에 두고 내화 벽돌을 쌓아 열을 흡수하도록 했다.


Q. 주방 공간의 동선은 어떠한가?

에스테번의 동선은 일렬의 긴 동선이다. 불편을 감수하며 고객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고자 셰프 테이블을 마주하고 선 긴 동선을 유지했다. 고객의 만족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피드백을 바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Q. 기억에 남는 주방 공간은?

아일랜드식 키친. ㄷ형태의 구조로 일하기에 합리적인 공간이다. 짧은 동선, 의사소통의 용이성, 효율적인 음식 서비스 등을 이점으로 꼽을 수 있다. 단점은 고객을 등지고 서게돼 고객의 반응을 한번에 확인하기 어렵다.


Q. 주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청결, 정리정돈. 오픈 키친이므로 더욱 강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셰프는 퍼포먼스적인 요소도 필요한 예술인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위생을 위해 반드시 모자를 써야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싶었다. 주방을 연극 무대라고 여기고 모자 대신 머리카락이 흩날리지 않게 고정해 개성과 청결을 동시에 강조했다.




INTERVIEW


박수엽 셰프 Sous Chef / 소테 파트장안효준 셰프 그릴 파트장이중철 셰프 가드망제 파트장


Q. 왜 요리를 하게 됐나?

박수엽 : 친구의 작은 아버지가 셰프로 있는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갔는데 단정하게 차려입은 조리복, 오너 셰프에서 느껴지는 당찬 포스에 매료됐다.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본다면 한국적 요소를 가지고 개성이 담긴 요리를 선보이는 오너 셰프다. 최종 목표는 중국시장 진출이다.

안효준 : 서예, 비행기 조립이 취미일 정도로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비행기 조립으로 미래를 고민해보기도 했는데 업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더라. 미국 호텔 주방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갔을 때 인종차별과 언어적인 장벽을 경험했다. 오기가 생겨 미국의 CIA 조리대학에 진학해 본격적인 요리공부를 시작했다.

이중철 : 건축을 전공하다 중간에 그만뒀다. 취사병으로 군 생활을 했는데 이게 딱 내 적성이더라. 제대 후 요리공부를 위해 이탈리아 ALMA 요리학교를 선택했고 현지에서 2년 정도 현장 경험을 쌓았다.


Q. 주방 안은 항상 분주하다. 불과 칼을 쓰는 공간인 만큼 위험요소도 많을 것 같은데?

박수엽 : 소테파트는 움직임이 많은 공간이다. 팬을 쥐고 움직이다가 뜨거운 팬이 옆 사람의 팔에 닿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 항상 조심해야 한다.

이중철 : 칼이나 뜨거운 음식을 들고 상대방의 등 뒤로 지나갈 때에는 뒤에 위험요소가 있다는 것 인지할 수 있도록 “지나가겠습니다.” 등의 인기척을 해준다.

안효준 : 그릴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화력을 양 옆에 두고 있어 항상 달궈져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그릴의 가운데에 훈연을 입히는 문이 있는데 재료를 빼기 위해 한 사람은 이 문을 잡고 있어야 한다. 한번은 재료를 꺼내다가 달궈진 철문이 그대로 양팔을 덮쳐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


Q. 가장 잘할 수 있는 요리와 비법을 귀띔해 준다면?

박수엽 : 김치찌개와 떡볶이. Point 2년 동안 잘 숙성된 김치

안효준 : 집밥 스타일의 두부조림. Point 새우젓과 간장

이중철 : 토마토 파스타인 아마트리치아나Aamatriciana Point 오일을 사용하지 않고 재료 중 고기의 자체 기름을 사용


Q. 요리에서 추구하는 바는?

박수엽 : 건강, 재미, 편안함

이중철 : 맛

안효준 : 진심






촬영협조


에스테번S·Tavern

Special특별한을 의미하는 ‘S’와 편안하게 식사를 즐기는 Tavern의 의미가 만나 ‘특별한 음식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을 의미한다. 에스테번S·Tavern의 메뉴는 정통 ‘미국 남부식 소울 푸드’를 기반으로 다양성이 공존하는 미국 식문화의 특징에 따라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포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최초로 참나무를 이용한 ‘그릴’과 중식을 대표하는 ‘웍’이 공존하는 키친을 완성했다.


매장 정보

주소_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5길 16-11 | 예약_ 02-518-5505

영업시간_ Lunch 11:30~Last Order 14:30 (MON~SAT) / Dinner 17:30 ~ Last Order 21:00 (MON~THUR), 17:30 ~ Last Order 21:30 (FRI~S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