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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호텔업계에 불어오는 지속가능 바람, 지속 가능한 순풍으로

지난 30년간 국내 호텔업계는 유례없는 속도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이제는 오히려 과잉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급한 성장을 이뤄온 업계는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1위인 국가에서 가장 많은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산업군의 영예(?)를 누리게 됐다. 더 이상 손 놓고 볼 수 없었던 세계는 이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하나둘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지속가능성, 닿을 듯 닿지 않는 지속가능의 바람을 어떻게 맞이하면 좋을까?

 

지속가능성, 이제 선택이 아닌 당위

 

세계경제포럼 UBS 다보스포럼 2019 백서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의 81%가 자신의 소비 패턴과 가치관을 일치시키고자 한다. 또한 그 중 71%는 환경, 지배구조 등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기업에 대한 소비는 의식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답해 이제 기업들의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인 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당위성을 갖게 됐다.
호텔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이슈가 커지면서 호텔의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국내 체인호텔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을 자제하거나 ‘객실그린카드제’의 도입, 이산화탄소관리 시스템 구축 등의 시도를 통해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소비가 늘어나자 기업의 공유가치창출 활동도 주목받고 있다.
이렇듯 지역사회의 플랫폼이자 문화집결지인 호텔에 지속가능성이 강조되고 있다. 가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심창섭 교수는 “요즘의 호텔 고객들은 ‘내 기준’에 따라 불편함을 느낀다. 이를테면 일회용품을 사용하면 모두가 편하지만 이를 무분별하게 낭비하는 호텔을 보면 불편함을 느낀다. 혹은 비록 이 직원이 잘못을 저질러 나에게 피해를 줬지만 옆에서 직원의 실수를 쥐 잡듯이 잡는 매니저를 보면 윤리적이지 못한 호텔 운영방식에 불편함을 느낀다.”며 “이제 소비자들은 무조건 적인 편안함이 아니라 본인들의 가치판단에 의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하는 한 단계 높은 소비의식을 갖게 됐다. 호텔들도 이에 맞춰 지속가능한 호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호텔 지속가능성의 진정한 의미

 

지속가능성이 세계적 화두에 오르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환경적인 측면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호텔업계에서도 지난 2016년 12월, 서울시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국호텔업협회가 함께 ‘서울친환경호텔협의체’를 구성, 협의체는 서울 시내 약 24개 특급호텔과의 협약을 통해 자원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등 지속가능한 친환경소비문화를 확산시킬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듬해가 되기도 전에 협의체는 공중 분해되고 말았다. 


당시 본지 인터뷰까지 진행했던 서울시 소속 담당자는 부서를 이관한지 오래였고, 새로운 담당자는 불과 1년도 채 안 된 협의체에 대한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인수인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참여했던 한 호텔 담당자는 “관에서 하는 일은 지속이 되기 힘들다. 사실 관에서도 호텔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크게 관심이 없다. 서울친환경호텔협의체도 협약식이 있고나서 이렇다 할 활동이 딱히 이뤄지지 않아 협의체가 현재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모르는 호텔들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일부 특급호텔에서는 ‘럭셔리호텔에 재활용품이 웬 말이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환경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고객의 불편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친환경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과연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호텔에 방문하는 고객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진 미지수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급과잉경쟁에 힘이 부치는 상황이라 환경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은 여력이 생겨 한번 시도해보는 선택지가 아니다. 국내 호텔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고 유의미한 활동을 보이는 곳들도 있다. 그러나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이끌려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화 플랫폼으로서 우리 호텔이 얼마나 소비자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지,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인터컨티넨탈_ 객실 그린카드

 

지속가능성이 가져가야 할 의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환경 친화적 개발’에서부터 촉발됐다. 세계가 경제성장에 급급해 등졌던 환경문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전, 지속가능이라는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을 때 경제와 사회, 환경의 세 영역은 각자 별개의 영역으로 치부했었다. 심지어 경제성장과 환경보존은 양립될 수 없는 대립적 관계에 있었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 일부 환경 파괴는 어쩔 수 없이 수반돼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 지속가능성이 가지고 있는 의의가 여기서 드러난다. 지속가능성은 환경보전, 경제성장, 사회통합 이 세 가지 영역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을 때의 시너지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호텔의 지속가능성은 이에 대한 중요성을 빨리 파악한 글로벌 체인 위주로 진행돼 왔다. 그리고 각 체인은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이념에 따라 프로그램을 설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Serve 360’, 힐튼의 ‘목적있는 여행’, 아코르의 ‘Planet 21’, 롯데 ‘Re:think’, 한화 ‘밝은 세상 만들기’, 신세계의 ‘Dream Maker’ 등이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호텔마다 지속가능성을 이해하고 이를 실현하는 방식이 다양하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자.

 

이제는 필(必)환경시대,

다양한 방법으로 환경보전에 앞장서는 호텔들

 

-‘에코투어리즘의 개척자’ 식스센스 리조트 앤 스파
최근 친환경호텔을 표방하며 산 속 좋은 공기와 경치를 자랑하고 있는 호텔에 무엇을 위한 친환경이냐는 물음을 던진 기사를 읽었다. 산속에서의 쾌적함을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해 나무를 베고 산을 깎아 지은 호텔들을 정말 ‘친’환경적인 호텔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식스센스 리조트 앤 스파는 설계부터 원시 자연을 그대로 보존했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로 ‘자연친화’, ‘슬로우 라이프’의 가치를 대표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에코투어리즘의 개척자로 불리고 있다. 흔히 자연 속 물아일체의 힐링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신혼여행지로 찾는 리조트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 환경을 생각하는 노력들이 깃들어 있다. 건물 전체는 에너지와 물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설계, 물은 자체 증류기를 통해 정수하고, 호텔에서는 직접 스파클링 워터를 만들어 판매한다. 그리고 판매 수익은 ‘지속 가능성 기금(Sustainability Fund)’으로 모으고 있다. 리조트 내 레스토랑에서는 직접 재배한 유기농 재료로 건강식을 선보이며,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해 지역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액티비티도 갖추고 있다. 

 

-‘도시양봉의 선도 주자’ 페어몬트 호텔
풀만, 이비스, 노보텔, 페어몬트, 앰배서더 등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 중인 아코르 호텔그룹은 2011년부터 ‘플래닛 21(Planet 21)’이라는 환경 프로그램을 전 세계 아코르 계열  3900여 개의 호텔과 공유하고 있다. 플래닛 21은 7개 분야의 세부항목 21가지를 실천하는 활동으로, 해당 활동을 통해 고객이 매순간 자연을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페어몬트 호텔. 페어몬트 호텔은 호텔업계의 도시양봉(Urban Beekeeping)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다. 도시양봉은 호텔의 꿀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줘 직접적인 경제 효과를 줄 뿐 아니라,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하지만 사라져가는 벌을 보호하는 환경보호활동의 일환으로서도 의미를 갖는다. 
국내에서는 현재 이비스 버젯 앰배서더 동대문과 노보텔 앰베서더 독산에서 도시양봉을 진행 중이다. 도시양봉은 여러모로 꽤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다. 양봉을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에 양봉 전문 인력도 따로 배치해야하고, 양봉이 가능한 위치에 옥상이 조성돼 있어야 한다. 옥상 근처에는 벌이 꿀 채집을 할 수 있는 산이 인근에 있어야 하며, 직선 비행밖에 하지 못하는 벌의 특성상 옥상과 산 사이에 방해가 될 만 한 건물이 위치해서도 안 된다.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마케팅 유은영 대리는 “도시양봉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행히 호텔의 조건이 부합한다고 해 작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벌의 중요성을 아직 모르는 이들이 많은데 양봉을 통해 벌에 대해 알리고 노력 중”이라며 “아코르의 Planet 21은 아코르 호텔 전 사에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세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어 각 호텔에서는 호텔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퍼시픽지역에서 최초로 친환경인증을 받은 메리어트 호텔, 엘리먼트 쿠알라룸푸르 바이 웨스틴
엘리먼트 쿠알라룸푸르 바이 웨스틴 호텔의 타워는 전체가 친환경적 요소로 이뤄져 있다. 건물 내는 실내 공기 품질을 제어하는 이산화탄소 센서가 설치돼 있으며,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조명 센서와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차량의 충전소도 들어서 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뤄져 있는 창문은 자연채광이 충분히 들어오게 해 낮 시간에는 전기사용을 최대한으로 줄였다. 내부에는 3M NSF(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에서 인증한 수돗물은 음용도 가능하다.
엘리먼트 쿠알라룸푸르의 친환경의 행보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지속가능성 및 사회적 영향 플랫폼인 ‘Serve 360(서브 360)’의 일환이다. Serve 360은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지속가능성전략으로 비즈니스뿐 아니라 지구와 자원을 보존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호텔에서 지속가능한 호텔을 건설하고 책임감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 직원 및 고객을 참여시켜 보다 지속가능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국내 호텔에서는 대표적으로 지구촌 전동 끄기 행사인 ‘Earth Hour(어스 아워)’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지속가능성 및 공급 다양성 부문 데니스 나기브(Denise Naguib) 부사장은 “우리 호텔그룹은 환경문제에 대해 글로벌적으로 집중하고 있으며, 매년 어스 아워에 참여하는 Serve 360을 통해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자 하는 우리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
다양한 공유가치창출에 관심 가져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공정무역 인증호텔’
‘공정무역 인증호텔’은 서울 중구청과 공정무역 한국사무소, 공정무역면화 수입사 페어제너레이션이 주관하는 사업으로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호텔에게 사회공헌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됐다. 공정무역이라는 개념이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해외 호텔에서는 공정무역 제품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하얏트 리젠시 호텔 런던에서는 공정무역 애프터눈 티 세트를, 영국 본머스에 위치한 더 그린하우스 호텔은 공정무역 인증 커피와 차, 와인 등의 제공으로 환경친화호텔로 선정된 바 있다. 전 세계 186개 호텔, 3만 2588개 객실을 보유한 북유럽 최대 호텔 체인 노르딕 초이스 호텔은 전 호텔에서 공정무역 조식을 제공,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뫼벤픽 호텔 암스테르담 시티 센터는 408개 객실에 공정무역 유기농 침구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주의 최고급 한옥호텔 ‘왕의 지밀’에서 객실에서 윤리적 공정무역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음료, 커피, 마스크팩, 비스킷 등을 제공하며, 약 80여 개의 공정무역 제품이 구비된 공정무역 숍을 오픈하기도 했다. 또한 동대문 이비스 호텔은 공정무역 제품으로 구성된 패키지 스위트 박스를 제공하고, 명동 롯데호텔에서는 공정무역 인증 면화로 만든 유니폼, 침구류, 수건 등을 활용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호텔들
호텔의 사회공헌 활동은 여러 가지 유형이 있지만 지속가능성에 있어 지역과의 연계는 호텔의 역할과도 맞닿아 있어 특히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주신라호텔은 제주에서 5년째 ‘맛있는 제주 만들기’ 프로젝트를 실시, 지속가능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맛있는 제주 만들기는 호텔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제주도, 제주 지역방송사와 연계, 추진하고 있어 더욱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참여하는 영업주는 ‘좋은 인연’이라는 봉사모임을 통해 매년 불우이웃돕기 활동을 펼치는 등의 선순환의 구조를 이끌고 있다.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도 지역사회공헌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는 케이스로 꼽힌다. 이는 호텔 총지배인이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송연순 대표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은 올해로 22주년을 맞이했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독산은 호텔이 들어설 부지가 아니어서 많은 이들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호텔은 지역과 함께 성장했다. 구청과 집을 고쳐주는 활동을 포함해 경찰서와 MOU를 맺고 가정폭력으로 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게 임시 휴식처를 제공했다. 2년 전 창립 20주년에는 지역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상대로 호텔리어에 대한 직업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송 대표는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높은 평가로 석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고객의 의식변화도 필요해

 

지속가능성은 워낙에 넓은 범위에 포함된 개념이기 때문에 앞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분야가 많다. 환경적 건전성과 사회적 책임성에는 비교적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기부 이외에도 일자리 창출로 인한 지역사회 경제 기여, 기업의 투명성 확보, 공정 경쟁, 경영 혁신과 같은 경제적 신뢰성의 부분도 충분히 호텔의 지속가능경영의 일환으로 실천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의 의식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메이필드호텔의 김영문 사장은 “결국 호텔의 지속가능성은 고객도 같이 발맞춰줘야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의 의식이 바뀌면 호텔들은 알아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새로운 방안들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안 그래도 호텔 경기가 좋지 않아 고객이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으면 호텔이 먼저 나서서 고객을 리드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닿을 듯 닿지 않는 지속가능성. 앞으로 호텔의 지속가능성은 계속해서 연구돼야겠지만 환경보호나 사회공헌의 일련의 활동들이 단순히 일시적인 홍보활동 수단으로만 활용돼서는 안 된다. 단기적인 목표가 아닌 지속적인 목표를 설정해 놓고, 조금 느려도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만드는데 호텔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협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임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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