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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여행

호텔앤레스토랑 - COSI’ E’ Prologue # 베란다 사이로 걸쳐있는 알프스의 만년설을 구름이 우산처럼 덮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정든 옛 집에서 조금 더 외곽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깨끗하고 확장된 새로운 집으로 옮기는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섭섭함이 몰려옵니다. 사람만큼이나 집도 정이 드나 봅니다. 햇살이 스며든 창문을 열자 동공 안으로 삼각형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키는 장관이 빨려오듯 들어옵니다. 복잡했던 마음도, 겨울의 쓸쓸함도 이내 고요해 집니다. 자연의 설계자에 대한 경탄과 함께 말이죠. Scene 1 # 알프스는 유럽 중부에 있는 산맥으로, 동쪽으로는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에서 시작해, 이탈리아와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독일을 거쳐 서부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광활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산맥에서 가장 높은.. 더보기
호텔앤레스토랑 - CAFFE DELLA TERRA Prologue # 겨울에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은 참 맛있습니다. 찬 공기에 귀가 빨개진 채 버스를 기다리며 먹는 어묵 한 꼬치와 따끈한 국물처럼 온기가 온몸으로 퍼져가죠. 1월의 광합성은 왠지 더 포근하게만 느껴집니다. 잠시 눈을 감고 걷던 길을 멈춥니다. 명동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지만, 찰나의 순간 햇살과 대화를 잠시 나눕니다. 질투심이 많은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와 정오의 데이트를 방해합니다. 마음을 동요하지 않고 따뜻함에 집중하자 더욱 거센 몸짓으로 심술을 부립니다.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해님과 바람의 이야기처럼 모자를 뒤집어쓴 채 외부의 진동에 저항합니다. 봄을 갈망하는 차가운 겨울입니다. Scene 1 # 오늘 이탈리아의 동부 해안 라벤나에서 25km 떨어진 지점에서 강도 4.6규모의 .. 더보기
호텔앤레스토랑 - Kona Milano Prologue # 뼛속까지 시린 공기가 폐부로 들어옵니다. 실제로는 영상의 기온임에도 불구하고 체감은 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알프스의 공기를 연상시킵니다. 한국의 겨울에 비하면 비교적 높은 온도지만, 이토록 춥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공기가 매우 습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1월 평균 습도가 59.8%에 비하면, 밀라노는 86%까지 올라갑니다. 온도계가 가리키는 숫자가 절대적인 가치를 담지 못하는 상황으로, 오래 거주한 교민들은 ‘뼛속까지 시린 추위’란 표현을 종종 씁니다. 우주의 질서 안에서 찾아오는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추위는 왠지 사람들을 위축시키고, 어딘가 모르게 허전함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Scene 1 # 추운 날씨 가운데 밀라노에서는 L’artigiano in Fiera 행.. 더보기
호텔앤레스토랑 - il gelato che nonce Prologue # 이탈리아의 여름은 뜨거운 태양이 아스팔트를 녹여버릴 것 같은 기세입니다. 물론 100년 만에 찾아온 한국의 더위에 비하면, 한숨을 돌릴만한 수준입니다. 8월의 이탈리아는 90% 정도의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며 빗장을 걸어 잠그는 시기입니다. 토스카나의 발도르차를 향해 떠난 여정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밀밭 사이로 줄지어 서있는 사이프러스 나무들은 아름다움에 입 밖으로 감탄사가 새어나옵니다. Scene 1 # ‘막시무스의 집’으로 불리는 곳에도 들려보았는데요. 영화 에서 주인공 막시무스가 아내와 아이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집으로 걸어 내려오는 명장면이 된 곳과 매우 비슷해 이렇게 이름 지어진 곳이기도 하죠. 광활한 구릉지에 추수 이후 둥그렇게 말린 건초더미가 펼쳐진 모습이 장관을 .. 더보기
호텔앤레스토랑 - Orso Nero Prologue# 반가운 손님들이 한국에서 찾아왔습니다. 외국에서의 삶을 사는 제게 친구란 의미는 매우 소중합니다. 무엇보다 친구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가족처럼 따뜻한 사람들과 마주하는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Scene 1# 6월의 나폴리는 뜨거운 여름을 준비하고 있지만 저녁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으로 여독을 달랩니다. 소렌토, 포지타노, 아말피, 폼페이의 유적은 남부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품고 있었습니다. 나폴리는 밀라노, 로마에 이은 3대 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전히 골목에는 빨랫줄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서민적 모습이 남아있습니다. 작년 영국 대중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위험도시에 ‘나폴리’가 포함되자 이곳의 시민들은 불쾌함을 표현했습니다. 필자가 다니는 직장에도 3명의 나폴리 출신.. 더보기
호텔앤레스토랑 - 아웃 오브 더 박스(Out of the Box) Prologue# 동이 트지도 않았는데 아침이 밝아왔다는 사실로 본능적으로 침대 시트를 한 번 더 붙잡아 보려는데.. 의지 사이, 귓가를 맴도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아침이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리지 않는 ‘알람 소리’. 흐르는 정적이 안겨주는 불안함은 무엇일까요. 일조량이 길어진 탓인지 새들은 너무 일찍 잠에서 깨어난 것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인근에는 새들이 제법 많은데, 무엇이 그렇게도 좋은지 새벽부터 노래를 부르는 탓에 이 순간만큼 저는 ‘아침형 인간’의 삶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찾는다.’는 속담이 오늘따라 심술궂게 느껴지는, ‘썸머타임’ 존재의 이유를 몸소 체험하는 하루입니다. Scene 1# 5월 1일 밀라노의 노동절은 대부분의 상가들이.. 더보기
호텔앤레스토랑 - Ticinese의 Cofficina Prologue# 이탈리아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선거로 떠들썩했습니다. 2009년 과격한 반체제주의자인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창당한 오성운동이 선거에서 싹쓸이를 했기 때문입니다. 불과 10년 사이에 비주류에서 주류가 된 것입니다. 이들의 등장을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비웃었지만 다크호스를 넘어 메이저가 돼버렸습니다. 변화의 속도는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빠릅니다. Scene 1# 사무실 창문을 누군가 두드립니다. 저와 직장동료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3층 높이의 건물 창문을 누군가 두드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죠. 뜻밖의 침입자는, 아니 어쩌면 친구가 되고 싶었는지 모르는 불청객은 다름 아닌 참새였습니다. 부리로 계속 두드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조류들에게도 표정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왠지 천진난.. 더보기
호텔앤레스토랑 - 밀라노에서 만난 원작 파스쿠치 prologue# 반가운 손님이 한국에서 찾아왔습니다. 유럽에는 이전에도 몇 번의 방문이 있었지만 이탈리아는 처음인 새내기 방문객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한 모양입니다. 특히나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야외테라스에 앉아있는 오렌지 빛깔의 칵테일을 즐기는 사람들의 강철의지에 더욱 놀란 모양새입니다. “현지인들은 실내보다는 야외를 사랑하고 그것을 즐겨. 핫한 지역일수록 골목길에 와인 잔을 들고 서있는 젊은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 라며 설명을 하고 있는 제 자신도 테라스의 풍경에 매료되고 있습니다. Scene 1#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다빈치의 흔적이 남겨있는 스포르체스코 성을 거닐고 있습니다. 1482~1499년 사이에 밀라노에서 살았던 그의 생애 가.. 더보기